슬슬 네 글이 완성된 것 같으니 이제 내가 답할 차례구나. 
 우선, 나는 반 종교주의자라고 했지 무신론자라고 말한 적은 없어. 
 반신론과 무신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종교주의자에게는 흔하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반신론자, 반 종교주의자로서 확실하게 말할게. 
 나는 신의 존재를 믿어. 
 만약 신이 없다면, 세상이 이렇게 좆같을 리가 없거든. 
 전지전능하고, 자신이 절대 올바르다 여기는 존재정도는 되야 자신의 피조물에게 개선될 수 없는 나약함과 야만성을 심어놓을 거 아니야? 
 다만 너처럼, 고민을 던져버릴 정도로 그분을 신뢰하지는 않아. 
 그분을 믿고 따르기에는 살면서 그분의 계획때문에 받은 고통이 너무 심각해서 말이야. 
 물론 이런 나의 생각 역시 위대하신 그 분의 위대한 계획안에 있는 거겠지. 
 빌어먹을. 

 이런 글들을 쓰고 있노라면 역으로 이런 의문이 생겨. 
 신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 나약함과 야만성을 뿌리뽑을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게 말이야. 
 문제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전부 그분이 주셨다 이 말이지. 
 근데 너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하찮게 여겨. 
 마치 그분의 의지 밖의 영역인 것 처럼 말이야. 
 신께서 손을 기도만 하라고 만드셨겠어? 
 고민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이 머리를 주셨을까? 
 유일신 종교의 관점에서는, 신의 은혜는 기적만이 아니라, 의사나 과학자들의 업적을 통해서도 발현된다고 해석해. 그 능력을 신께서 주신 거니까. 그 모든 것이 그분의 위대한 계획 하에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신에게서 자립할 수 없다 말하는 사람의 발언과 행동이 더 그분의 계획에 거스르는 행동이라니, 이렇게 역설적일 수가 없지. 

 끝맺음은 이렇게 지을게. 신은 나를 이렇게 만들듯, 너를 그렇게 만들었어. 
 너의 입을 통해 반 종교주의자보다 더 반 신앙적인 발언을 하게 만들었지. 
 그런 존재를, 너는 아직도 믿고 따르니? 
 네 고민을 던져버릴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