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그룹 + 그 출신 : https://arca.live/b/dogdrip/22093569 (글 맨 위에 한화계열 있음)


지난 시간에 한화 4자매와 한화 출신의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까지 알아봤다.

이번 시간부터는 1편 댓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었던 방위산업체, 풍산을 알아보도록 하자.


풍산 소개글은 조금 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점이 많아서.


-------------


6. 풍산



(1) 소개 및 역사


풍산은 1968년, 故 류찬우 회장이 창업한 신동(伸銅), 그러니까 구리 및 구리 합금 분야의 기업으로, 첫 이름은 풍산금속공업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풍산이라는 이름보다는 풍산금속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한국화약에서 시작한 한화와는 달리, 풍산이라는 이름은 풍산 류씨인 류찬우 회장의 본관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징비록 드라마 제작에 풍산 그룹이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고, 그럴듯한 이유를 대긴 했다. 임진왜란기를 다룬 징비록이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방위산업체인 풍산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나? 근데 임진왜란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한두개도 아니고 이것만 지원한 건 역시 회장님의 의도가....?)


처음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것은 1973년이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는 군사정권 시절이던 1971년, 방위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조선, 자동차, 주물, 총포를 4대 핵심공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대상자를 물색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포 분야 사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하나가 당시 풍산금속공업이었다. 구리 및 구리 합금 분야를 다루는 기업이 풍산금속공업이라 그래도 구리가 많이 사용되는 탄약 및 탄피 분야에 전문성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 자동차 분야에서는 신진자동차, 조선 분야에서는 현대조선소, 주물 분야에서는 대한주철공업사가 선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 류찬우 회장은 당시 경제기획원 황병태 차관보가 직접 방문해서 탄피, 탄약 분야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을 때, 풍산금속공업은 그럴 능력도, 흥미도 없다고 답변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김학렬 경제부총리가 다시 방문해서 정부 지원을 미끼로 압박도 하고, 회유도 했지만 여전히 류찬우 회장은 경제부총리의 체면을 고려해 직설적으로 거절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직접 불러서 조상인 류성룡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직접 회유하고 나서야 수락하게 된다.


이후 정부의 방위산업체로 지정되어 현 경주시 안강읍에 안강종합탄약공장을 준공했고, 1982년에는 부산에 있던 육군 조병창을 인수했다. 이후 1989년에 풍산금속공업이던 회사명을 풍산으로 변경했고, 지금까지 방위산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 사실 주력 사업은 소전(아직 금액이 새겨지지 않은 동전 원본)과 구리 및 구리합금으로 제작한 파이프, 판 등이다.



(2) 생산품



현재 풍산이 생산하고 있는 군용 탄약이다. (사실 조금 오래된 이미지라고 한다.)


풍산은 현재 한국군이 사용하는 모든 탄약류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9mm 파라블럼 권총탄, 5.56mm NATO탄(KM193탄, K100탄), 7.62mm NATO탄 같은 총탄부터 시작해서 각종 박격포탄, 유탄, 전차포탄, 함포탄, 항공기 기총용 총탄, 포병탄약 등등 모든 한국군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필 냥붕이들이 지겹게 만져본 탄약 박스는 다 여기 물건이니까 하나하나 소개하기에는 너무 많고, 좀 특이한 물건만 소개해볼 생각이다.



이건 GGAM이라는 물건이다. 이름은 Gliding Guided Artillery Munition인데, 작명 센스가 구리다고 신나게 깠던 기억이 난다.

고각으로 포탄을 쏘고, 이걸 활공시켜서 사거리 100km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화력덕후스러운 발상이 압권. 심지어 4축 꼬리날개와 전면의 GPS/IMU 통합 항법유도장치를 연동해 정확도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걸 기반으로 만든 GGRM-5라는 물건도 있는데, 이건 5인치 함포에 집어넣고 발사하는 사거리 연장탄이라고 한다. 포병으로 미사일을 대체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다. 120mm 박격포나 전차포로 발사할 수 있는 상부공격 지능탄이다. 전차는 상부가 취약하니 상부로 쏴서 뚜껑을 따면 된다는 발상으로 개발중인 모양.


아래 이미지는 전부 DCinside 기갑갤러리 Sheldon님의 게시글에서 가져온 거다. 압도적 감사를 드립니다.



이건 155mm 램제트 포탄.

사거리 80km를 달성하기 위해 풍산이 KAIST와 협조해서 개발 중인 신형 사거리 연장탄이다. 로켓이나 미사일보다는 싸다고 한다.



이건 155mm 탄도수정신관. 중간에 탄도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다.



155mm 관측포탄.

이걸 쏴서 탄착지점을 영상으로 전송하고, 심지어 비행용 프로펠러도 달아서 공중에서 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측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탄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또, 국방일보에 보도되었던 썰에 따르면, 풍산은 텅스텐 관통자에 있어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단열처리와 미세조직제어기술을 통해 관통자가 뭉개지는 텅스텐 관통자 특유의 문제를 해결해 열화우라늄 탄자처럼 자기첨예화가 일어나도록 했다는 것. 이 관련 보도를 모아놓은 모음글이 DC 기갑갤에 있어서 링크해놓겠다. 관심있다면 한 번 봐도 좋음. (링크)


그리고 탄약에는 당연히 화약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부분도 생산 중이고, 스포츠용 탄약 시장도 작은 게 아니기 때문에 PMC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내세워 세계 각지에 탄약 수출도 하고 있다. 트럼프-힐러리 대선 당시에 미국인들의 탄약 사재기가 심해지면서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고, 심지어 소총탄은 미 육군에 납품하기도 했고, 현재 스위스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써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참고로 풍산 공식 홈페이지에는 딱히 사진 자료가 없고, 한국군 탄약의 제식명 및 공개용 이미지도 딱히 보이지 않아서 좀 불편함.


아 좀 정보 좀 공개해달라고 국방부랑 풍산에 투서라도 넣어봐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