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토끼(여)와 거북이(남)이 살았다.
장난끼가 많은 토끼는 우직하고 부지런한 거북이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항상 거북이에게 장난을 치곤 하였다.
장난을 치고난 날은 항상 부끄러움과 미안함, 자기마음을 몰라주는 거북이가 미워 집에가서 하염없이 토끼는 울었다.
그러던 어느날 토끼는 '이래서는 안되겠어'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다짐을 한다.
'거북이야 나랑 달리기 시합하자'
토끼는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하다가 결승점 근처에서 잠이 든 척 기다렸다가 정직하고 부지런한 거북이가 자신을 깨우면 같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좋아한다고 고백하려고 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러니? 이번이 마지막이다?'
거북이는 토끼가 장난을 치려고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수군수군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한대!!'
토끼와 거북이가 시합을 한다는 소문은 동물나라 전체에 소문이 났다.
준비~ '꾸웨에엑!'
반달곰이 닭을 집어들고 출발신호를 울렸다.
누구나 예상했듯 토끼가 저만치 달려나갔다. 역배를 걸고 거북이에게 건 소수의 자라와 남생이만이 눈물을 흘릴 뿐이였다.
결승점 앞, 토끼는 두근거리는 맘으로 어떤 고백멘트를 할까 고민하며 자는 척을 했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지난 뒤 거북이는 토끼 곁을 지나게 됐다.
거북이는 지나치게 정직했다. 정정당당한 경기가 정직하다고 생각한 거북이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 사실을 안 토끼는 진짜로 잠든 자신에 대한 분노, 자기 맘을 몰라주는 거북이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북이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해 분노하며 동물나라를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뒤, 동물나라는 12지를 결정하는 달리기를 한다고 하였다. 고양이, 쥐, 소, 호랑이 등등은 자신이 그 12마리 안에 들어갈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거북이 역시 이 경기에서 입상하여 12지에 들어가 과거 자신과 달리기 경기 후 사라져 버린 토끼를 추억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직한 거북이와의 생각과는 달리 이 경기는 매우 추악했다.
평소에도 비겁했던 쥐(여)는 경기 전날 고양이(남)에게 찾아가 '경기 전날 밤 11시 50분에 따로 만나자'라고 유혹을 했다. 경기 규칙상 이 행위는 부정출발로 간주, 실력이 되어 버리지만 쥐를 사랑하고 있었던 고양이는 규칙도 잊어버린 채 부정출발을 하게 되고 결국 실격을 하게 된다.
'절레 절레'
갖은 모략과 술수를 보던 거북이는 믿기지 못할 장면을 보게 된다.
동그란 얼굴과 길쭉한 뒷다리,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눈은 붉게 되고 귀는 길어졌지만 토끼다.
'토끼야!!' 열심히 뛰어가 보지만 거북이의 걸음으로는 무리다. 토끼는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속도로 달려 한참 뒤에 있었지만 결국 4등으로 12지에서 4번째를 차지했으며 달리는 도중 승리를 위해 번개를 뿌리며 달리는 용이나 다리를 걸며 달리는 뱀,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변해버린 토끼를 보며 이번에 동물나라에 환멸을 느끼고 떠난건 거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