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이민 떡밥이 돌고 있어서 경험담과 더불어 정보전달도 좀 해볼게.


난 프랑스에 공부하러 와서 지금 햇수로는 6년째 살고 있음.


그동안 짧게 왔다 가는 교환학생들이나 여행 온 사람들이나


나처럼 공부나 일 때문에 몇년 사는 사람들이나 아예 정착해서 10년, 20년 사는 사람들까지,


꽤 여러 부류의 한국인들을 많이 봐왔는데 대체로 체류기간에 따라 감상과 경험이 달라짐.


일단 한달 이내의 여행자는 제외하고 적당히 정리해보자면,


1. 교환학생, 단기어학 및 워홀러

짧으면 몇 달에서 길면 1년 정도 체류하는 경우.

이 땐 하루하루가 새롭고 신기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늘 즐거움.

출석 적당히 하면서 놀러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이때 좋은 경험들을 제일 많이 해.

나도 첫 1년이 유학생활 중에 제일 즐거웠던 것 같네.

어려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 도착 후 초반에 겪어야 하는 행정처리 문제가 있는데

OFII라는 체류등록 과정에서 프랑스의 답답한 행정 처리의 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지.

그 외엔 주택보조금 신청이 몇달씩 걸린다는 것... 그래도 단기체류면 무시해도 좋은 부분임.


2. 현지 신입학 혹은 편입 및 해외발령으로 인한 1년 이상의 장기체류

프랑스 체류 2년차+를 겪는 경우.

장기체류자들이 제일 고통스러워 하는 <체류증 연장>... 개 ㅈ같음.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직원들.. 일처리가 느리면 정확하기라도 해야하는데 

얘넨 느리면서 부정확하고 갑질까지 하는 미친 새끼들임. 총기 합법이었으면 쏴죽이고 싶은 순위 1위.


이외에도 은행, 보험, 집계약 등 본격적인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게 아니야.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짓거리를 불어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언어의 습득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1~2년차의 수준으로 이걸 다 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

그리고 프랑스 사회는 한국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 아니라서 작년의 경험이 올해도 비슷하게 반복됨. 

우리 기준에선 거의 정체돼있는 느낌이라 n년차부턴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

이를 반영하듯이 인터넷 속도와 품질이 모두 한국의 10년전 수준이라는거.


그리고 체류기간이 늘어날수록 인종차별에 노출되는 기회도 많아진다.

경험하는 상황의 정도는 당연히 케바케이지만 직접적인 폭력은 흔치는 않아.

하지만 거리에서 니하오!나 시누아! (중국인!) 이지랄 듣는 경우는 굉장히 흔한 편이고

간혹 대놓고 동양인 차별적인 발언을 시비조로 하는 경우도 있어.

맥도날드에서 나랑 내 친구가 앉아있는걸 칭챙총~ 어쩌구 하는 노래를 부른 중딩년들이 있었는데

면전에서 '엿먹어 창년아'라고 했더니 눈깔 뒤집어져서 화내더라.

그래도 이정도면 약한편이고 운나쁜 사람은 칼맞는 경우도 있음. 


3. 체류 기간 3년 이상의 장기체류자

학업 때문에 오래 있거나 현지 취업까지 한 경우.

이쯤되면 거의 완전히 익숙해져서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음. 불어도 곧잘 하는 편이고.

앞선 부류들보다 좀더 현실적인 시각, 그리고 프랑스인스러운 사고방식이 자리 잡음.

다만 프랑스 생활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야.

즐기는 자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처럼 한국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

난 공부를 더 이어갈 경제력이 안되는게 첫번째 이유긴 하지만.. 도저히 여기에 정이 안들더라고.

그리고 인종차별은 여전히 겪음. 더 잘 알아듣게 돼서 더 짜증나 차라리 못알아들을 때가 낫지.

10년 이상의 쌉고수들 혹은 이민자들도 좀 보긴 했는데 그들의 삶까지 면밀히 본건 아니니깐 생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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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에 대한 인식 관련.

공통적으로 겪는건 동양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직/간접적 차별이야.

사실 외모로 국적을 구별하기를 바라는건 욕심이야. 근데 얘넨 국적을 물어 볼 생각도 잘 안해.

초면에 니하오!라고 인사하는게 동양인에 대한 호감표시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음.

동양의 역사는 물론 현재의 정세나 문화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게 없다고 봐야돼.

그나마 대중매체와 곳곳의 차이나타운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게 된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전부야.

일본은 개중에 좀 나은 편인게, 서브컬쳐계에선 일본만화가 상당히 영향력 있어서

일본이라고 하면 바로 벚꽃, 닌자, 사무라이 정도는 떠올림.


그렇다면 한국에 대해선 어떨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인지도가 확실히 늘긴함.

2016년에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인지 남한인지 묻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는데

그 즈음부터 BTS가 뜨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대학생 남자애들도 알 정도야.

대중적인 인기는 아니고 일부 소수 취향 정도로 여겨지는것도 있긴 하지만

넷플릭스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경우도 많아져서 확실히 전보다 많이 알더라.

유튜브로 한국인 먹방 채널 보는 친구도 있는데, 한국에선 듣보인데 자막 달아서 외국인 겨냥하는 채널들이 많음.

심지어 대학교 수업시간에 노트북으로 갓오하 보는 애도 있었음. 한국 웹툰인지 알고 보는지는 몰겠지만?

마찬가지로 갤럭시 쓰는 사람들 많은데 삼성이 한국 회사인지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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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 관련.

개짜증남. 얘네 입장에선 분노와 불신, 우리 입장에선 불안과 공포가 늘어나게 된 계기.

일단 중국이 타겟팅 돼있는데 앞서 말했듯 동양인 중에서 따로 국적을 구별하지 않으니깐

그냥 분노 표출의 대상이 필요한거지 씨발... 몇달전엔 몽펠리에에서 칼맞은 한국인도 있고

몇주전엔 파리에서 집단 린치 당한 일본인도 있었음.

한중일의 문화가 인지도가 좀 있다한들, 동양인은 프랑스에서 압도적인 소수 집단이라

그나마 조용하고 말썽 안피우는 이미지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국이 코로나로 어그로를 씨게 끄는 바람에 모든 동양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임.

문제는 프랑스 사회가 동양인 차별에 대해서는 별로 리액션을 안해. 딱히 보도를 크게 하지도 않고.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궁금한거 물어보면 답변함. 근데 이제 8시간의 시차를 곁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