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시판

 해가 없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고.

시간이 늦어 춥던 날씨가 조금씩 풀리는 걸 보니

봄이 찾아오긴 했나 봅니다.


 바지 안에 입던 내복을 벗고.

발목까지 올라오던 양말을 갈아 신고

코트를 걸친 채 집 주변 공원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꽃 향내음을 맡다 재채기가 나와도 웃고.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소음이 울려퍼져도 웃고.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코가 새빨개져도 웃으며 천천히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느긋하게 걷다 눈에 들어온 저 붉은 꽃을 보니

당신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르네요.


 서로 어색했던 그 시절

당신을 처음 만나고 당황해하던 저를 천천히 이끌어나가며 아름다운 세상을 알려주었죠.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 헤어진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붉은 꽃을 보며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 덕분에 피눈물을 흘리던 제 지갑을.


 꼴 좋네요 넥슨.

제 추억 짓밟고 차디찬 겨울로 맞이하던 당신이

봄이 되고서 드디어 망하려나봅니다.


 제발 빨리 뒤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