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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계급론, 정체성 정치가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공감'은 양날의 검임






난 현대사회에서 가져야할 마음은 공감이라고 말하는 거에 대해 조금 못마땅하다고 생각함.


공감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마치 나의 것처럼 여기기에 안타까워 한다는거잖아.




얼핏보면 공감이 참 절절한 감정이고, 고귀해보이지.


근데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타자를 동일시하게 된다는 점에 있음.


물론 그게 나쁘다는건 아니야.


타인을 자신의 거울삼아 발전의 계기가 될수도 있는거고, 타인을 위해 자기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행위의 양분이 될수도 있어 그건.


문제는 세상은 단순히 1대1의 관계로 끝나는 곳이 아니라 2대1 3대1 2대2 등 다양한 관계적 양상이 펼쳐진다는거야.


만약 내가 백인 여성이고, A라는 사람은 흑인 여성, B라는 사람은 흑인 남성일때, A와 B사이의 젠더적 논쟁이 벌어지고 각자 논쟁에 있어서 나름 타당한 견지를 가지고 있다면 A에게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음.


설사 B의 말이 더 옳더라도 말이지.


여기서 볼 수 있는 공감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감이라는 감정의 시작이


'이 상황이 나에게도 벌어질수 있다.'


는 공포감 혹은 기대감에서 시작된다는거야.


그 감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여러 공감의 대상이 충돌할때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편을 들게 되는거고. 이는 결국 개인의 이기심은 아니지만 집단의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의 이기심이나 다를바 없는 행위로 변질되기가 쉬움.


동병상련이라는 고사성어를 보면 오자서는 왕에게 백비의 품성을 보지 않고 오직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인하여 도망쳐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중용하기를 권함.


그리고 그렇게 중용한 백비는 후일, 왕인 부차와 오자서 사이를 이간질하여 부차가 오자서를 내치고 오나라를 패퇴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함.


공감은 누군가를 이해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정작 그 누군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는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선행은, 무의미한 행위로 변질되기 쉽거든.


물론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이고 절대적인 선을 향해 나아가는 신념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걸 가진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기도 힘들거야.


있다면 그 사람이 21세기에 내려온 새 메시아일테고.


하지만 여자 남자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공감하기 전에


한가지는 떠올렸으면 함


우린 모두 다른 사람이고, 내가 도우려는 이 사람 또한 세상에 묶여있는 개인이며, 내가 돕지 않으려는 저 사람 또한 세상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이라는거.


그리고 각자의 시선과 사정이라는게 있다는걸.


소수자를 대변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이 알아야할 가장 중요한걸 잊고 있는거 같아서 아쉬울 뿐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