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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5년 군번인데 


내 4달 후임이 고기 하나도 안먹는 비건이였음


그 아저씨가 나이가 그 당시 26살인데 필리핀인가 어디 해외에서 의대 다니고 와서 군의관으로 군생활하는게 맞는데


해외 대학중에서 한국에서 인정을 안해주는 대학도 있는데 그 아저씨가 그 대학이라 그냥 일반병으로 온거였음



자대 오자마자 주임원사랑 면담해서 고기 안먹는거까지도 허락 받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대 사람들이 아 부대에 폐급새끼 하나 들어왔구나 하고 생각했었음.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걔가 비건에다가 모태신앙이라 말투도 목사님같은 그런 사람이였는데 진짜 밥 같은거 악착같이 먹으려고 하더라


군대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하루 세끼 항상 고기반찬이 나오거든 아침점심저녁 다.


그런곳에서 가뜩이나 빡센 군생활 하려니까 밥을 산처럼 쌓아담고 똥국에 김치만 존나 먹는거야. 부족한 칼로리 보충한다고


어쩌다 부식으로 사과 배 감 이런거 들어오면 항상 건빵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까먹고 그랬음


그렇게 광야에서 고통받는 예수님처럼 군생활 하니까 사람들이 걔한테 감화되어서 중대에서 가장 악마였던 새끼도 걔만큼은 터치 안했고(아마 나이도 존나 많아서 그랬을듯)


누가 외박나가거나 출타 나가면 어디 편의점이나 마트같은데 들러서 성분표 꼼꼼히 확인해서 비건이 먹어도 되는 에너지바나 프로틴바 이런거 사서 걔 주고 그랬음. 간부 선임 후임 할거 없이 항상 걔가 먹어도 되는거 걔가 못먹는거 신경써서 주고 했던 기억이 남


나도 상병 꺾이고 걔도 상병막 달았을때 내가 차라리 군대 빼지 왜 와서 고통받냐고 물어보니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래도 한국남자라면 군대 가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지지해주셔서 그냥 온거라고 하드라


그때 내가 형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던거같음. 채식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나 국방의 의무나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다 감내하기로 각오하고 선택한거잖음.


다들 채식주의자를 까는 그 이유가 꼴랑 떡볶이에 어묵을 넣냐 안넣냐 혹은 고기 대신에 두부를 먹는 정도의 희생으로 진짜 뭔가 영적인 성장을 거둔거같이 개소리 싸대니까 그러는거잖음


근데 진짜로 자기 정체성도 지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도 지키고 되게 건전하게 사는 비건도 많음.


개인적으로는 남의나라 귀한 자식들 군대가라고 할거면 비건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채식 식단도 짜주던가 그랬으면 좋겠음. 나라 지치겠다고 왔는데 나라가 그정도 배려는 해줄 수 있는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