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공무원 학원을 다니던 여성분이 있었다.


내가 본 사람들중에 최고로 예쁘다고는 말 못했지만, 남자들끼리 담배피러 나가면 '3층 그분' 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2번의 실패로 뒤틀릴대로 뒤틀린 나로서는 '저 씨발년은 그냥 여캠키면 돈 존나게 벌거 왜 여기와서 경쟁+1이 되냐' 이상의 인식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대화라고는 당연히 안해봤겠고.


우연이었을까. 돈 존나게 잘버는 큰아빠가 존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니 애비 얼굴봐서 챙겨준거라는 폭언과 함께  명절때 100만원을 주셨다.


나는 행정법 1순환을 끊으려던 찰나 그년이 학원 카운터에 있더라. 존나 당황한 채로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60만원짜리강의(씨발 존나비싼 학원 독과점새끼들) 에서 20이 부족한데 여석이 3자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시 사시때무터 살아있던 1타강사 직강이라 곧 컷날거라 생각했는데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먼저 20을 냈다


씨발년씨발년하던 뒤틀린 나는 어디가고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본 사람에게 중세의 기사마냥 나는 '합격하면 갚으세요' 라고 했다


감사합니다라고 90도로 인사할 줄 알았던 나는 그년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1층이 떠나가도록 울길래 당황 반 이씨발 반 하는 마음으로 밖으로 데리고나왔다. 그 사이에 '3층 그분'을 부축한 나는 


수많은 씨발새끼들의 눈총을 받았겠지.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남동생 하나 있는데 꽤 큰 병에 걸려서 집안 수입이 다 거기로 박히는데 코로나로 집안까지 기울고있단다


도저히 20을 갚을 수 없고 어떻게라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공무원을 지원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살아가야 하냐는 한탄이 쏟아져 나왔다


절대로 그런 얼굴의 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공감과 연민을 느꼈다


나는 실패자. 그녀는 되살릴수 없는 불씨와 같은 집안의 희망.


그때부터 나는 달라진거 같았다. 3일에 한번 머리감고 그마저도 귀찮아서 안말리던 내가 군인처럼 머리 깎고 큰아빠한테 다시갔다


200만 더 빌려줄수 있냐고. 어차피 나 버러지새낀거 아시는데 좀더 땡기고 붙으면 갚겠다고. 


의외로 큰아빠는 250을 줬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새끼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댄다


그 돈으로 나는 그녀가 수강한 행정법을 인강으로 끊었고, 처음으로 완강을 했다. 모르는게 있으면 그녀에게 물어봤다. 물어본 만큼 그녀가 아름다웠다. 여캠으로 돈이나 벌라던 내 마음에 그녀가 이미 빛이 되어준 것이다.


그렇게 둘다 1차 합격을 하고 2차를 달릴때 쯤에는 학원에서 '3층 그년이 병신같은 새끼랑 사귄다더라' 라는 말이 돌더라.


마이너스만이 찍힌 내 인생의 통장은 그녀로 인해 처음으로 행복이 찍혀갔다. 언제까지고 그랬으면 좋았을까.


평소에 항상 학원 앞 카페에서 보자던 그녀가 카톡으로 '나 이제 그만할래' 라고 연락이 왔다. 그녀는 3일째 학원을 오지 않았다


더 이상 가족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동생의 수술이 안좋게 끝났댄다. 숨은 붙어있는데 언제 꺼져도 이상할게 없다더라. 그런데 왜 병원비는 더 드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2시간 후 우리는 신림에서 나와 술을 마셨다.


술을 좋아하나 마실 수 없었던 그녀였다. 자기라도 가족중에서 정신차리고 움직여야 한다고. 그런 그녀가 취해서 내 앞에서 1시간째 울었다.


나는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집에 보냈다. 마음의 치유를 받은 나는 이때를 이용해 자볼 생각은 없었다. 그저 그녀에 대한 동정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기 고향으로 내려갔다. 연락도 동시에 끊겼다.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그녀를 만났다. 군대의 1/3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이 살아나고 누군가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이 노래의 후렴에서 '지금도 당신의 나의 빛' 이라는 가사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7급을 붙고 박봉이나마 1인분을 하고 살고있다. 큰아빠에게 빌린 돈도 다 갚았고.


그런데 그녀에게 받은 빚은 아직도 갚지 못했다. 그녀가 나에게 준 마음의 빛은 내 평생의 빚이 될 것같다.


항상 웃던 그녀. 그런 그녀가 가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이 씨발련아 이스핀즈 돌고자랬지 정가제라고 미친새끼아"


오늘 이스핀즈 시나리오퀘 다꺴는데 피로도 22남아서 못돈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