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신념 없이, 아무런 의지 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의 길을 가는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신념"이 없는 검은 뼈를 잘라낼수 없고, "의지"가 없는 검은 눈이 멀어 베야 할 상대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검이 잘라내지 못한것은 없었고. 나는 베야 할 상대를 보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모험가라 불렀다, 허리춤에는 검을 차고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확실히 나는 자유로웠다, 내 발걸음을 통제하는 이는 없었고  내 검을 소유하는 이도 없었다. 나 역시 그 사실에 만족했다, 그저 마음껏 검무를 출수 있을수만 있다면 충분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내 검이 그리는 궤도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모험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이들이 나의 검을 필요로했다.


실버 크라운의 용족 여성, 흑요정 왕궁,  GBL의 교주.. 나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벨수 있는 상대만 넘겨준다면 나는 만족했기 때문에.


베고,베고,베어 넘기며  검에 필요한건 근육의 강인함과 기량뿐이라는 나의 이론에 확신을 더해갔다.


그리고 한 천인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나의 검을 위협받고 있는 천계를 위해 빌려달라 했다.


나는 솔직히 고조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천계"라 하면  검이란 없는 총기 절대주의의 땅.  내 검은  총알을 잘라낼수 있을것인가? 그들의 실린더가 돌아가기 전에 비호처럼 날아가는 나의 검이 그들의 손을 잘라낼수 있을것인가?


어쩌면 당연스럽게도,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보여주신 뛰어난 무훈에  감탄을 금치 못할 뿐입니다. 모험가님.


카르텔의 마지막 점령지, "결전의 도시" 아르덴까지 탈환에 성공했을 때, 천계의 귀족들은 그를 성대한 연회에 초대했다.


모험가는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고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짐승의 고기.


- 우리 황도는 그들에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험가님꼐서 선봉에 서셨을때부터 기세가 바뀌었죠. 맹렬한 검으로써  그들의 진영을 무너트리시고.  우리 군대의 사기를 드높여 주셨습니다..솔직히 말해서, 저는 모험가님을 처음 뵈었을때 살짝 의구심이 들었던게 사실입니다.. 총기 앞에 놓여져있는 검은 솔직히 저희같은 범인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험가는 나이프로 고기를 썰어  입안에 넣었다, 진득하게 퍼지는 지방맛과  이빨에 씹히는 살코기. 식도락에 일가견은 없었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요리가 최상품중 최상품이라는건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었다.


-음식이 입에 맞으신지요?

-...네, 괜찮군요.


-다행이군요.  이런 때에 그런 상등품의 고기를 구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힘써봤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신분이 어떤분이신지를  우린 똑똑히 알고있지요.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아니요..아닙니다! 친절이라뇨! 이정도 음식 한접시로  모험가님꼐 받은 큰 은혜를 어떻게 갚을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모험가는 이런 자리가 불편했다. 음식은 맛있었으되  자신 앞에 있는 무리들과 딱히 어울리고 싶진 않았다.


-검이라는것은 처음보지만..정말 아름답더군요! 원래  검은 한자루만 사용하시나요?

-전 어렸을때부터 일도류를 연마했습니다.

-그렇군요..그렇군요! 원래 극한에 도달하는 여행길에 쓸데없는 짐이 추가되는것은 방해일 뿐이죠.


모험가는 고기를 썰어가는 자신의 손이 빨라짐을 느꼈다. 그렇게 썰은 고기는 두조각씩 식기에 꽂아  입속으로 가져갔다.


이제 마지막 고기조각을 목구멍으로 넘겨버리고, 귓구멍에서 저 귀찮은 떠벌거리는 목소리를 빼내버리려는 찰나...


-와인좀 하시겠어요..?


옆에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모험가는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금발의 어린 소녀가  고급스러운 병을 들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괜찮아, 난 술은 하지 않아...

-그..그럼 차를 가져오겠습니다.


뜨거운 차를 후 후 불어먹는다는것은 이 자리에서 저 헛소리를 계속 들어줘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험가는 그녀를 제지하려 했지만 그녀는 벌써 멀찍이 뛰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소녀가 차를 내오자  모험가는 마지못해 찻잔을 받아들었다.  얼른 마셔버리고 끝내버려야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이번에는 소녀가 은쟁반에 여러 과자와 케이크를 가져왔다.


-아...젠장.


나지막히 홀로 속삭인거였지만, 바로 옆에서 다과를 내려놓고 있던 소녀는 그 목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그녀는 겁먹은 눈으로 모험가의 눈치를 살폈다.

절대로 소녀를 겁주려는 의도는 아니였기 때문에, 모험가는 얼른 소녀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제서야 소녀는 경계를 풀고  모험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런 모험가와 소녀의 모습을 보고있던 황도의 귀족 역시 살짝 미소지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네, 뭐. 많이 준비하신거 같군요.. 이러실 필요 없었는데.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계속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이럴 필요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 멋대로 떠벌리고 웃는 황도 귀족을 앞에 두고, 모험가는 차를 식히기 위해 찬바람을  컵을 향해 훅 불었다.

 


.......................

 


칼을 이리 저리 돌리며,  칼에 담긴  달을  움직이며  모험가는 말없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검에 달은 확실히 비춰지고 있다. 그 달을 볼수 있다. 내 눈은 멀지 않았다. 나는 내가 베야할 상대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라고 되뇌이며.


이곳 황도에 왔을때부터, 무언가 찜찜하게 그의 눈을 뒤덮는 의혹이 있다는건 분명했다. 하지만 무엇이 자신의 눈을 가로막고 있는지 그는 확실히 파악할수가 없었다.  그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검이 나아가는 궤도가 빗나간적은 한번도 없지 않았는가!?


검에 비친  달을 털어낸 후, 그는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냥 기분 탓이리라.. 다음 작전에서, 카르텔의 "사령부"를 치기만 하면 이곳에서의 전쟁은 끝날테고, 자신의 검에 대한 또 한번의 증명 역시 끝난다.  그때는 또 훌쩍 떠날 생각이였다.

 

검을 머리맡에 놓고 누웠지만 아직 잠들지는 않은 그의 귀에 ,  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보면 "야습"의 상황이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손을 살짝 움직여  손가락만을 검에  걸칠 뿐.


카펫이 짓눌리는 소리로 보아  그렇게  체중이 무거운 이도 아니였고, 신발을 신은것같지도 않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황당하다. 뭐하는놈이 방에 침입한건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  여전히  손가락은  검에 걸어놓은 채로, 모험가는 눈을 떳다.


-...잠결에 방을 잘못찾은거냐?


그의 앞에는 낯에  식탁에서 차를 날라주던 소녀가 있었다.


-아..아니요..

-야식은 필요 없어.

-그게 아니옵고..


소녀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들은것"에 따르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자신에게 내려진 "일"을 치르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모험가가 누워있는 침대로 옮겼다.


-...왜 와.

-아..그게..


모험가가 입을 열자, 다시 한번 발걸음을 멈춘다..하지만 또 한번 발걸음을 옮기고, 이제 그녀는 모험가의 이불 아래로 들어왔다.


-나 참..
-.......


-에휴..너도 고생이 많다!  이 시간까지 쉬도 못하고 이게 뭐냐?
-......

-아..참, 온김에..


이제서야.. 소녀는 살짝 긴장한 눈으로 모험가를 쳐다보았다.


-..야식 필요없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솔직히 말해서..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 어찌나 떠들던지.. 뭐 먹을것좀 없니?
-.......아..네, 부엌에 조금 남아있을거에요..

-가져오는김에 네것도 좀 가져 오고 그래라..


잠시 후, 소녀가 은쟁반에 담아온것들을 모험가는 입에 싹 싹 쓸어넣었다.


-죄송해요. 고기는 없었어요.


-괜찮아, 이제 그 고기만 봐도 멀미가 나려고 한다. 확실히 맛은 있었지..맛은 있었는데 그 고기를 먹을때마다 옆에서 쉴새 없이 떠들어대니.. 반사적으로 짜증이 나는거 같아.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언더풋의 연구가 이름을 따서 뭐라고 했었는데..솔블로프의 개라고 했던가..


-그치만..모험가님을 칭송하는거잖아요? 모험가님은 이미 평범하신분이 아니니까요.. 모험가님이 세운 무훈이라면 이 전쟁이 끝난 뒤  큰 직위를 받을수...


-직위? 그런건 관심 없어.. 멍청이들 정치놀음에 낄 생각도 없고, 어딘가에 돌처럼 박혀있는것도 사절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전쟁에..
-천계에서 사용한다는 "총기" 앞에서  내 검이 얼마나 통할지 궁금해서. 그뿐. 날아오는 화살을 잘라내는건 내 특기중 특기지만 총알은  더 빠르다고 하더군.


소녀는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입을 닫았고, 모험가는 계속 화과자를 입에 밀어 넣었다.


-너도 좀 먹어라. 왜 안먹고 있어?
-이런것은 제가 먹을수 있는것이..

-입 달렸으면 뭐든 먹을수 있지 먹을수 없는것이 있다는건 또 뭔소리래?  자, 먹어.


모험가가 화과자를 들이 밀듯 입에 가져다 대자, 소녀는 어쩔수 없이 화과자를 받은 뒤 작은 입으로 깨물었다.


-잘만먹는구만!.... 아 참, 혹시 뭐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아뇨, 그런게 아니라..

-아님 맛대가리가 없어?...괜찮은거 같은데.. 먹기 싫으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
-아뇨, 맛있어요. 이런건 처음먹어봐서..

-처음먹어보는데 왜 먹을수 있는게 아니라고 해?


-그..그러니까.. 이 과자들은 가격이 있으니까..제가 먹을수 있는게..

-시시한 이유구만! 어차피 지금 이 집에 있는 먹을것들은 다 내가 집어먹어버려도 되는거잖아? 안그래?
-그렇죠..


-그럼 내가 지금부터 밥먹을때마다 끝도 없는 짜증스러운 소리로 내 정신을 괴롭힌 인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 집의 먹을것을 쓸어버림으로써 거지로 만들까 하는데, 좀 도와주길 바란다.


그제서야 소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그 웃음을 본 모험가도 만족스럽게 웃어보였다.


화과자를 있는대로 위에 쓸어 넣고 모험가는 다시 한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소녀 역시 침대에 따라들어왔다.


-이제 뭐 더 필요한건 없는데.
-아..그게..
-뭐야..혹시 혼자자기 무섭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아..아니요, 저희들은 여러명이서 같은 방을 쓰니까요..


뭔가 추궁하는듯한 느낌도 들고, 소녀가 어쩔줄 몰라하며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기에 모험가는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편할대로 하라지.


-그래..마음대로 해라.
-네..그럼..절 쓰고싶을때는 언제라도.

-그래라...잠깐, 뭘 써?


소녀는 이제서야 이 둔한 남자가  자신이 어떤 이유로 이곳에 찾아왔는지 알아챘다고 파악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작은 어깨에 올려져있는 끈을 살짝 내렸다.


-이런 미친!?
-아..?

-대체 뭔짓거리야?!
-저..저는..그러니까.. 명을 받고.. 황송하게도 모험가님 역시 저를 귀여워하셨다고...


-명령? 어떤 미친자식이?  그 떠들던 놈?  그 미친자식이  나보다 10살은 어려보이는 여자애더러 밤중에 내 앞에 찾아가 옷을 벗으라고 시켰다고?!


-모험가님 같은 분들은 항상 피로나 번뇌,격정을 털어놓을곳이 필요하다고...

-그게  빌어먹을놈의  어린 여자애는 아니지!  내 이 개자식을 그냥..


심각한 모욕을 들은것과 같이 분개하고 있는 모험가를 앞에 두고, 소녀는 어쩔줄 몰라하며 결국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잠깐, 울지 마라. 너를 탓하는게 아니니까..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제가 감히 모험가님을 모시려 하는게 아니였는데..

-이 봐..응? 조금 진정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니까.. 내 그 빌어먹을 자식을 가만 두나...


소녀의 앞섬을 다시 단단히 여며준 뒤, 모험가는 다시 한번 침대에 드러 누웠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분은 삭혀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 사람을 뭘로 보고..


이빨을 부득 부득 갈건 모험가는 자신을 이곳에 처음 데려왔던 여성이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예절이 첫째입니다.

-예절은 개뿔이!!!!!


자신도 모르게 분개하여 소리친 모험가에 의해, 옆에서 잠들어있던 소녀는 다시 눈을 떠 모험가를 쳐다보았다.


-저..저는..그래도..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뭐가 다행이란 말이냐?

-제가 모시게 될게 모험가님이라는 말을 들었을때요.. 결국 모실순 없었지만..
-돼지같은 놈의 명령에 의해 알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겁탈당할뻔 했는데 그게 다행이란 말이냐?

-그..그래도..모험가님은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놈이던 나쁜놈이던 널 범할텐데 그게 다행이야?
-저..적어도..제 목을 조르거나 때리시진 않을테니까요..

-하아!?


-저는 이렇게 손님을 모시는 일을 맡은게 처음이지만.. 어떻게 모시는지는 배웠어요.. 그리고 "특별한 방법" 으로  손님을 모신 언니들의 몸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 돼지같은 자식이 너랑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를 더 데리고 있다고? 아니..잠깐, 손님을 모시는 법?

-네..네에..


-이 빌어먹을 포주 새끼!!!!

 


................

 


무법 지대.


거구의 남성은 말없이 모닥불 앞에 앉아있었다.  그가 숨을 내쉴때,  그의 등이 살짝 들어올려질때 들려오는 소리는 숨소리가 아닌  강철의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모든 이가 알다시피 카르텔의 수장은 "새벽의 눈동자", 엔조 시포지만 실질적인 군사 지휘권은 여기 있는 사나이, "돌격 대장" 란제루스가 가지고 있다. 애초에 카르텔에 합류한 체계적인 군사조직은 이 란제루스가 이끌고 있었던 용병단이였다.  카르텔은 "무법자" 로 이루어져 있는 단체지만, 그는 무법자가 아니였다. 용병.


법이란 없고, 오직 힘만이 절대적인 규율인 이 땅에서 자신의 카리스마와 무력으로 무법자들을 자신의 병사로 만들었다. 체계적인 군대의 구축.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그 목적은 거의 달성되기 일보 직전이였다.. 하지만, 일이 틀어졌다.


겐트 앞까지 진군했었던 그의 군대는  파죽지세로 다시 밀려나기 시작했고, 그 뒤바뀌기 시작한 흐름을 막아낼수 없었다. 결국 헤이즈, 요충지인 아르덴까지 다시 빼았겼다. 휘하의 남은 군대도 얼마 없는 상황.  이정도 군대로는 "방어전"은 시행할수 있지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진군하기는 힘들다.


그가 이 무법지대에서 태어나고, 스스로 일어나 무법지대의 척박한 땅을 밟았을때부터 그는 그 "목적"의 달성을 원했었다. 이 무법지대에서 해협을 건너면 나오는 땅.. 황도, 그곳에는 우수한 기계문명이 있었고. 풍족한 도시가 있었다.  무법지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무법지대가 풀 한포기 피어나지 않는 땅을 가졌을때, 황도에선 문명으로 땅을 개척했다.

무법지대에의 땅에서 물 한모금 솓아오르지 않았을때, 황도에선 기계로 물을 끌어왔다.

그리고 같은 천인인 무법지대의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했을때, 황도는 무시했다.


무법지대의 사람들이 죽어가며 그들을 원망할때, 란제루스 역시 그들을 원망했었다. 하지만.. 란제루스는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눠주지 않는다면 뺏어 취할수밖에.

 

 

....몇년 전.

 

적막한 방의 테이블에 앉은 란제루스 앞에서  검은 머리의 지저분한 남자가 독한 술을 병채로 들이키고 있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군.  무법지대가 죽어갈동안 황도는 그 문명을 이용해 풍족한 삶을 누렸다라..
-그게 사실이니까, 페요.

-하지만 한가지 틀렸어, 란제루스.
-..?


-"황도"가 풍족한 삶을 살고있다고 보긴 힘들지.. 거기서 살던 이로써 말하자면 그곳과 이곳은 딱히 다를게 없어. 뭐 황도는  무법지대처럼 어이없게 휘꺼덕 죽어버릴만한 요소가 적으니 조~금 낫다고는 할수 있겠지만.
-대체 뭔 빌어먹을 소리인가.

 

-황도는 그냥 농장일 뿐이다. 그곳의 시민은 가축이고. 농장 주인이 사는곳은 따로 있지. "노스 피스".
-노스 피스?


-그래, 황도와 이튼 뒤에 있는 작은 섬이지, 아주 끝장나는 섬이야. 바다는 푸르고 태양은 따사롭고  이쁜이들은 출렁거리고.. 황도에서 생산한 모든 것들의 90%가 해상 열차를 타고 그곳으로 간다.
-.....


-황도는 그럼 뭘 먹고 사느냐? 라고 묻고싶은 표정이군. 답해주지.  황도의 시민은 남은 10%를 가지는거야.  황도의 90%가  10%를 어떻게든 쪼개 나눠가질때....  노스 피스의  10%는  90%를 게걸스럽게 취하고 남은건 버린다.
-그들은 그걸 용납하고 사는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바로 옆에 자신들이 피땀흘려 만든것들을 뺏어가는 무리가 있는데, 찔러 죽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화끈하진 않아, 란제루스. 글쎼..그들은 그거에 익숙해진거지. 수백년간 그렇게 살았으니까. 폭룡왕의 폭정이 끝나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신의 도시" 겐트, 그게 무슨뜻인줄 아나?
-글쎼,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일깨워 주는거지, 세상살이는 평등하지 않다는것을 말야.  인간 위에 신이 있듯이... 인간 역시 평등하지 않다는것을. 하지만 란제루스, 생각을 해봐.. 세상에 신이 있나? 응?  없지.. 그렇다면 "신의 도시" 라는 말에서 지칭하는 "신" 이 누구겠나? 응?
-......


-넌 틀렸어. 란제루스.  넌 네 머리 위에 황도가 있다고 생각했겠지..하지만 아냐, 황도는 무법지대와 다를게 없어. 진짜 니가 원하는걸 가지고싶다면.... 노스피스를 쳐야지.


-그렇다면 내 제안은...

-받아 들이지.  내일 동이 틀때 아르덴의 정문을 열어버리겠다. 너는 네 군대를 모두 싹 쓸어와서 들이닥치라고.. 단, 조건이 있다.
-조건?

 

-아직도 황도만 치고 말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겠지?
-...물론.

-좋아, 그럼 노스피스를 치고 난 후 거기서 가장 끝장나는 저택을 내가 가지겠다. 그게 조건이야.


-...마음대로 해라.

-좋아, 이야기가 통하는군...후후..크..큭...아하하하하하!!!
-..왜 웃지?


-아니, 좀 웃겨서 말야. 우리가 꼭 혁명투사가 된 느낌이야! 하지만 우리중 혁명가는 없지.. 너는 그냥 용병이자 무장공비 테러리스트고 , 나는 그냥 반역자이자 도둑놈인데 말야! 으하하하하!!!!

 

.....잠시 옛 생각에 잠겨있던 란제루스는 자신의 앞에 있던 모닥불이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꺼졌다는것을 깨달고,  고개를 들었다.


................

 


다음 날.


모험가는 검을 차고 분개한 상태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거대한 문을 발로 차 열어 재꼇다.


-절 놀라게 하셨군요. 모험가님.
-대체 무슨 빌어먹을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점에 그리 노여워하시는지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급히 시정토록 하겠습니다.
-어떤 점? 그래..직설적으로 말하지요, 당신이 빌어먹을 포주 짓거리를 한다는게 날 열받게 하더군.

-아.. 저희 사이에 슬픈 오해가 생긴 모양이군요.. 포주라니요. 저는 그저 모험가님의 편의를 생각하여..
-어떤 빌어먹을놈이 편의를 위해 어린 여자아이의 알몸을 원한단말입니까!?


검을 든 모험가가 자신의 앞에서 격분하고 있었지만, 귀족 남성의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다.


-거듭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하지만, 모험가님도 그 아이가 마음에 드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마음에 드시는지요?
황송하게도 모험가님 역시 저를 귀여워하셨다고...


-빌어먹을..그게 그뜻이였습니까!? 누가 여자아이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까? 그냥 당신이 준비한것에 대해 예의좀 차려준거지!
-아..소인의 불찰에 의해 모험가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점 거듭 사과드립니다. 제가 급히 다시 준비하여..

-다 필요 없습니다. 더 이상 뭘 준비한다는 소리를 한다면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진정하세요, 모든게 모험가님의 뜻대로 될겁니다.


격분한 모험가는 그대로 귀족 남성에게 등을 돌려 걸어나가려 했으나.. 다시 한번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그리고, 그 아이한테 다시 한번 그따위 더러운 일을  시키려 한다면 나 역시 유감스러운 결과를 보여줄수밖에 없습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꼐 방문은 닫히고, 방에는 귀족 남성과 그의 수행원만이 남았다.


-이런, 그런 취향이 아니였나 봅니다.
-...아니, 처음엔 모두 저렇게 반응하지. 저런 이는 수도 없이 많았어. 그러나.. 결국 모두 마지막에는 내가 준 "선물"을 깔아 뭉개더군, 깔아 뭉개고 목을 조르고.  아기처럼 좋아하며 선물을 가지고 놀다가 망가트리면 울면서 나를 찾아왔어. 나는 인자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또 한가지 선물을 쥐어줬고.


-그도 그럴까요?
-분명히 그럴껄. 방에서 나가기 전에 그가 뭐라고 했는가? 내가 보기엔 우리 모험가님이 내 선물을 느긋하게 맛보고 싶어하는듯 하니.. 그가 고된 전쟁을 끝내고 오면  포장해서 건네주면 될 문제야.

 

모험가는 솔직히  어젯 밤에 일어난 일에 의해 이 황도라는곳에 질려버렸다. 그대로 모든것을 때려치고 떠나려는 생각도 했으나..


-모험가님, 저어..


마지막 전투에 출정하기 위해 해상열차에 오르려 한 모험가의 등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거..별건 아니지만..가실때 혹시 시장하시다면..


모험가는 소녀가 내민 작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무..무사하셨으면..좋겠어요.. 꼭 돌아오셨으면 해요.
-글쎼.. 란제루스라는 이가 어느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의 부하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내가 죽을일은 없을것같구나.


그 말을 듣자 소녀는 환히 웃어보였고. 모험가는 모든것을 때려치고 떠날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에 눌러앉은 쓰레기들은 맘에 안들지만 만약 카르텔이 다시 한번 황도를 침공한다면..


-그..그럼..무운을.
-후..그런건 어디서 배운거냐?


얼굴을 붉히고 땅을 내려다보는 소녀를 뒤로하고 모험가는 해상열차에 올랐다. 모험가가 해상열차에 완전히 오르고 해상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소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해상열차를 쳐다보았다.  모험가가 무사했으면 좋겠다는것은 진심이였다.


어젯밤 모험가가 베푼 온정에 의해 모험가에게 약간 좋은 감정이 생긴것도 있겠으나..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모험가는 소녀의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금까지 "상품"으로써 만들어낸 귀족 남성은 분명히  "상납품"으로써 소녀를 모험가에게 넘길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 귀중한 상품을 해하도록 놔두지 않을것이 분명하다...  어젯밤에 보여준 모습처럼 모험가는 거부할수도 있지만 그때는 소녀 역시  모험가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할 생각이였다. 이왕 상품으로 취급된다면 모험가에게 넘겨지는것보다 더 이상적인 상황은 없기 때문이다. 폭행당할 염려도 없고, 이 무서운 저택에서 벗어날수도 있고. 그리고 가장 가슴을 떨리게 하는것은 모험가와 함꼐 여러 세상을 여행해볼수도 있다는 생각이였다.


소녀의 가슴은 부풀어 있었으나, 그녀의 가슴을 부풀게 한것은 "인간"으로써 가진 희망이 아니였다. 어디까지나 "상품"으로써 가진 희망, "상품"이 가질수 있는 최고의 조건. 이미 소녀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

 


무법지대, 다시 탈취한 아르덴에 위치한 황도군의 전진기지에서, 모험가는  겐트의 수비대장 젤딘에게서 이번 습격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있었다.


-이번 습격작전은  본대와 떨어져, 별동대를 운용할 생각입니다.. 모험가님은 별동대에 소속될겁니다. 별동대는 멜빈 리히터님이 만든 특수한 장치를 이용해, 절벽에서 뛰어내려 사령부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

 

-말로는 쉽게 들리겠으나.. 여러 방해가 있겠지요.  저격이나 자동포탑들의 공격이 있을수 있습니다.
-.......

-모험가님?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작전에 대한 질문이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당신은 귀족입니까?
-...작전에 대한 질문은 아니군요.


-내가 지금 어떠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의구심을 가지고 전장에 참여한다면 내 모든 기량을 보여줄수 없을테니, 이건 작전에 대한 질문이라고도 할수 있을겁니다. 그럼 대답을 듣고싶습니다만.

-...평민은 아닙니다.


-그럼.. 당신은 귀족이 자신의 권위를 위해 싸우는거군요.

-...무슨 말씀을 하고싶으신건지요?

-글쎼요, 전 겐트를 위해 싸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겐트는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떤 점이 실망스러우셨습니까?

 

-겐트의 귀족은 마치 인간을 장난감처럼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전 겐트를 위해 싸우러온걸까요? 아님 겐트의 귀족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싸우러 온걸까요?
-분명히 겐트를 위해 싸우러 오신겁니다.. 그리고 명예로운 일입니다. 천계, 황실은  그 은혜를 잊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곳, 무법지대라 불리는곳은 왜 이렇게 황폐한것인가요? 겐트와는 너무 비교되는것 같습니다.
-그건 이 무법지대까지는 해상열차가 닿지 않을뿐만 아니라, 무법자들이 서로 끝도 없이 싸워왔기 때문에...

-그거 참 이상하군요. 선로를 깔면 되는 문제 아닙니까?


-....해..해상열차의 선로를 깐다 해도 그들에게 탈취당한다면..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겐트를 침공할 좋은 루트를 줄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들이 "겐트를 공격할것이다"를 무조건적인  전제로 깔고 가시는군요.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까!  그들은 무뢰한이자 테러리스트들입니다!  그들은 한번 황도를 공격해온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황녀님을 납치했죠!

-일단 해상열차를 연결한뒤 그들에게 물자를 보급했어도 그랬을까요?
-미치셨군요! 적에게 왜 물자를 공급한단 말입니까? 오히려 공격이 더 거세졌을겁니다!


잠시 모험가와 젤딘은 침묵하고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침묵을 젤딘이 깨트렸다.


-..모험가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계시는지 알것같습니다..하지만, 모험가님..  이 무법지대의 인간들은 스스로  황도의 시민이라는 자격을 버린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어떠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모험가님이 황도에서 받으셨다는 인상은... 네, 솔직히 불쾌하셨을수도 있습니다..모험가님에게는 생소한 광경이였을테니까요. 한번도 그런 상황을 겪어보신적도 없으실테구요.. 하지만, 세상 천지 어디에  "모두가 평등한곳"이 있단 말입니까? 아랫세계에서도 그런곳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와서 그런 사실에 의구심을 품을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엔 모험가의 말문이 막혔다. 그건 사실이였다.  제국,언더풋,벨 마이어,수쥬..  그가 여행하고, 들어왔던 수많은 국가중  모든 인간이 평등한 곳 따윈 없었다. 인간 위엔 인간이 있고 그 위엔 또 인간이 있고..


-...묻고싶은 말은 끝나셨습니까?
-일단은.


-그럼..급습 작전은 내일 정오에 진행될것입니다.. 푹 쉬시길.


젤딘은 그대로  바람을 일으키며  모험가의 천막에서 떠났다.  젤딘이 나갔지만.. 모험가는 자신의 침상에 드러눕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급습 작전" 에 사용될거라는 특수한 장치를 말없이 주시했다.

 

 

..............

 

 

란제루스는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천천히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강철로 덧댄 오른팔에서는 보우건을 꺼냇다.  뽑아든것이 아닌 팔에서 보우건을 "꺼냈다"


-슬슬 올거라 생각했지.. 그리고 만나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우리를 밀리게 했는지 말이다.

 

모험가 역시 칼을 뽑아들고, 천천히 란제루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혼자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 자신감인가?
-글쎼, 묻고싶은것이 있어서.

-후후..묻고싶은거라.. 칼을 들고 말이지.


그 말을 듣자 모험가는 그대로 땅에 칼을 꽂아버리고. 이제 빈 양손을 란제루스를 향해 펼쳐보였다.  그 모습을 본 란제루스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졌다.

-이러면 대화를 해볼 생각이 드는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보이지만.."완전한" 무방비 상태는 아니다. 칼은 땅에 꽂혀있지만  지금 검과 손이 떨어져 있는 거리라면 언제든지 다시 뽑아들수 있었다.  란제루스가 화살을 쏜다면  그 화살을 공중에서 잘라낼수 있을것이고. 나이프를 들고 달려온다면 검으로 맞받아칠수 있다.


-흐음.


그 모습을 본 란제루스의 팔에서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보우건이 다시 접혀 그의 오른팔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 하지만 왼손에 들려있는 나이프만큼은 다시 집어넣지 않는다.  모험가가 언제든지 칼을 다시 뽑아 달려들때, 그 검을 받아 흘려버리기 위해서.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해 "완전히" 경계를 풀진 않은 상황.


-지껄여 봐라.

-일단 내가 궁금한건.. "카르텔"은 무엇을 위해 황도를 침공한것인가?
-글쎼다.. 그건 모르겠군. 황도 침공은 내가 지시한게 아니라서 말야.. 황도 침공을 지시한 이는 네가 직접 죽이지 않았는가?


모험가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베어넘겼던 한 인물이 떠올랐다, 새벽의 눈동자. 엔조 시포.


-..질문을 바꾸지. 그럼 지금의 카르텔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글쎼, 모든것을 위해 싸웠다. 그들이 가진 모든것.. 우리가 가질수 없었던 것을 위해.

-물자의 약탈을 위해 싸웠단말인가?
-주지 않겠다면 뺏을수밖에. 손놓고 죽을순 없으니까.

-하지만 황도는 그 어떤것도..


-황도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린 황도를 점거한 뒤 노스피스로 진군할 생각이였지..후후.. 이젠 우리 앞에 진군해있는 황도군을 방어할 생각이나 해야겠지만 말이다.


-황도의 시민을 해하려는 생각은 가지고있지 않다?
-우리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만일 노스 피스 공략이 성공했다 하면.. 그렇게 약탈한 물자는 어떻게 사용할 생각이였나?
-글쎼, 알고 있나? 노스피스에  천계에 있는 모든 물자의 90%가 모인다는것을.


모험가가 살짝 벙 찐 표정을 짓자 란제루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천인도 아닌 네가 알고 있을리가 없지, 나도 최근까지는 몰랐다. 글쎼.. 일단 노스피스에 모여있는 모든 물자는 무법지대에 가져올 생각이였지. 그 모든 물자라면 무법지대를 다시 살려낼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걸 모두 가져가버린다면 겐트의 시민은..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너는 우리가 노스피스 공략에 성공한 상황을 전제로 깔고있지 않았나? 이제 겐트 위에 존재하는 노스피스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란 말이다.. 이제 겐트에서 생산하는 모든것은 100% 겐트가 가지는 상황이지. 부족할게 뭐있겠나?


모험가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란제루스의 말에 틀린것은 없었기 때문에.


-글쎼, 난 솔직히 겐트가 어떻게 되던 알바 아니야. 나는 무법지대를 위해 움직일 뿐.  굳이 겐트를 공격할 생각도 없다.  그리고 황녀? 필요도 없지. 지금  바로 황녀를 너에게 가져가라고 줘버릴수도 있다. 애초에 저 꼬맹이는 어떠한 전략적 이점도 없지..  겐트의 귀족을 만나 봤겠지? 그들이 황녀가 우리에게 신변이 구속되있다는걸 신경이나 쓸 인물로 보이던가? 그들이 황녀의 신변에 대해 신경이나 쓸 인물이였으면 우리가 벌써 황녀의 손가락을 잘라 그들에게 보냈을꺼다.

-........


-처음부터 우리가 쳐다보고 있었던 목표는 단 하나, 노스피스였다. 노스피스를 물어 뜯고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것을 씹어 취할 생각이였지. 그들이 모아놓은것을 무법지대를 위해 취할때.. 그들이 만들어놓은 체제 역시 자연스럽게 무너지겠지. 하지만 그들의 체제가 무너지던 말던 무법지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딱히 우리가 바란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체제는 확실히 무너질꺼야... 이것은 무법지대와는 상관이 없겠지만  겐트와는 큰 상관이 있겠지.. 흠, 우리의 선물이라고 봐야할까? 그들이 피땀흘려 모아놓은것을 무법지대를 위해  가져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그 대가로 우리는 무법을 선물하는거지.


-무법?


-노스 피스를 함락함으로써.. 겐트의 모든 이들을 멍청한 권위로 구속해놓은 "법"을 무너트리고, "무법"상태로 만들어주는거지. 바로 이 땅처럼 말이야.. 정당한 법일리가 없지, 노스 피스에서  "황실"을 꼭두각시 삼아 만든 후 선포한 법이니까. 그걸 부셔주는것은 충분히 선물이라고 생각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난 무법지대라는 이름이 좋다. 그건 이 땅을 구속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뜻하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땅을 좋아했다.. 이 땅을 위해 싸웠고. 흠..거의 다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네놈이라는 불안요소가 나타날줄은 몰랐지..후후..

 

-....다시 출발하면 되지.


-다시? 황도군은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사령부의 코앞에 와있다. "무법지대"의  모든 전략적 요충지를 다시 빼았겼지. 이 땅에 그들의 더러운 체제가 들어오도록 허락한거나 다름 없어...!!


모험가와 대화할동안 냉소적인 웃음을 지키며 말하던 란제루스였지만, 이 말을 꺼낼때 그의 눈은 분노로 뒤틀렸다.


-다시 한번..아르덴을 공격해서 함락하면 될거 아닌가?
-크큭..쉽게 말하는군. 아르덴을 함락할수 있었던건  내통자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페요 피에르.
-그럼 내통자를 또 구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말을 마치고, 모험가는 자신의 앞에 박혀있던 검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검은 날아가 란제루스의 발치에 떨어졌고.. 이제 란제루스가 공격해온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반격해낼수 없다!


-......

-내가 내일, 아르덴의 모든 문을 열어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그대로 보우건을 쏴도 좋아.

 

 

 

............

 

 

 

한밤중이였지만, 모험가는 거침없이  여성인 젤딘이 잠들어있는  텐트로 들어왔다.


-음..아?
-일어나십시오!

-모..모험가님?!


젤딘은 황급히 이불을 들어올려 자신의 상체를 가렸다.


-긴급 상황입니다.. 잠시 급습 장치에 익숙해져도 볼겸  이용하던 와중, 카르텔의 군대가 은밀히 움직이는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내일 바로 이 아르덴을 습격해올것입니다!
-...예?


-말 그대로 총 공세일겁니다. 지금  병력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모든 병력을 끌어모아야 합니다. "결전의 도시" 그 이름에 걸맞는 전투가 일어날겁니다. 카르텔과의 마지막 전쟁은 그들의 사령부에서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바로 이곳이죠!


모험가의 말을 들은 젤딘은 재빨리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투명한 살갗이 모험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는것은 신경쓰지 않는 채로, 필사적으로 무전을 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모든 황도군은 긴장한 상태로  아르덴의 문을 걸어잠그고  대기하고 있었다. 아르덴은 말그대로 완벽한 요새.  문만 잠겨있는 상태라면 얼만큼의 대군이 몰려오던 방어해낼수 있다.


-..그들이 언제쯤 올까요?
-곧 올겁니다.. 긴장하세요.
-......


그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젤딘의 귀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무전이 오고 있었다.


-...여기는..헤..이..ㅈ... 여기는..헤이즈..!  응답...ㅇ..바..람..
-여기는 아르덴, 겐트 수비대장 젤딘 슈나이더입니다.

-공격...받..ㄱ...카르..텔..수많은..
-헤이즈, 무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주파수를 조정해주세요!


잠시 신경을 긁는 끓는 소리가 들린 후에, 이번엔 맑은 소리로 무전이 들려왔다. 그리고 무전으로는 한 남자가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헤이즈가 공격받고 있다!! 카르텔이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다!! 지원을 요청한다!


잠시 젤딘은 그녀가 단 한번도 지어보지 않은 기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카르텔이 헤이즈를 공격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카르텔은 아르덴에.. 그걸 방어하기 위해 헤이즈에 주둔하고 있던 모든 병력까지 끌어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녀 뒤에 앉아있었던 모험가는 조용히 일어났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잘못된 정보"를 입수했다고 얼버무릴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행하려는 행동을 취한다면.. 되돌릴수 없다.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정해지는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길을 선택했다. 모험가의 검은 무법지대의 작열하는 태양을 반사하며 섬뜩하게 빛났다. 그리고.. 젤딘의  잘려나간 팔 대신 달아놓았던 핸드캐넌은  무법지대의 모래땅 위에서 뒹굴었다.


-아..?


모험가는 재빨리 지금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젤딘을 발로 걷어 찼다. 그리고 쓰러진 젤딘을 뒤로하고 아르덴의 정문으로 뛰어갔다. 다시 한번 검이 빛나고, 문을 걸어막고 있던 빗장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아르덴의 정문이 열렸다.

 


..............

 

정문이 열린 아르덴은 순식간에 함락당했다.   대부분의 카르텔 병력은 "헤이즈 공략"에 투입되었고, 소수의 병력만이 아르덴을 향해 공격해왔지만  정문이 열린  아르덴을 공략하는것은 너무도 쉬운일이였다.


카르텔은  아르덴과 헤이즈, "무법 지대"의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한번에 다시 되찾았다. 그리고 황도군에게 막대한 타격까지.


-당신이...!!!
-닥쳐라, 계집.


분개하며 모험가를 노려보는 젤딘의 목에 란제루스가 단검을 들이대려 했으나..


-잠깐, 멈춰. 그녀는 그냥 포로로 삼도록 하지.
-...의미가 있나?
-그녀에게는 보여주고 싶은게 있거든.

세상 천지 어디에  "모두가 평등한곳"이 있단 말입니까?


말없이 쓰러진 황도군과, 전쟁에 의해 불타고 있는 아르덴을 쳐다보고 있는 모험가를 보며 란제루스는 입을 열었다.


-후회하나?
-아니.

-아.. 맞다, 너에게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
-뭐지?


너는 그냥 용병이자 무장공비 테러리스트고 , 나는 그냥 반역자이자 도둑놈인데 말야! 으하하하하!!!!


- 나는 용병이자 무장공비 테러리스트다... 너는 뭐지?


모험가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뭐인가? 그런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불러온 이름은...


-...모험가.
-후....


그 대답을 들은 란제루스는 나지막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젠 혁명가라고 불러야겠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_fighter_new&no=10586830

옛날에 유명했던 사람껀데 지금은 활동 안하는듯...

카르텔 스토리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번 올려보는데 문제시 바로 삭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