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을 불러일으킨 전쟁의 끝에 대륙의 작은 조각이 모성 테라에서 떨어져 나온 지도 수천 년이 흘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차원을 떠도는 동안 이 땅덩이는 다른 곳에서 건너온 마물들의 터전으로 변해갔다. 테라인들이 맞서 싸우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그 어떤 영웅담과 희생도 한낱 헛된 저항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피폭 지대로 숨어들었다.

피폭 지대는 옛 전쟁이 남긴 흉터였다. 오염이 심해 마물들도 다가오지 않는 그 땅에서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터였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남았다. 육체가 변모하여 원래는 한 종족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어도 그들은 끝끝내 테라인으로서 존속하여 자손에게 역사와 지식을 전수했다.

처절한 생존을 거듭하던 어느 날. 힐더라는 한 과학자가 대기에서 '마나'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마나가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연구를 계속했고, 마침내 오염된 광석 '테라나이트'를 매개로 하여 마나를 끌어내는 법을 알아내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기나긴 굴욕의 시대가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마나의 양면성을 아직 알지 못했던 힐더는 어떤 실험에서 실패하였고, 이 실패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왔다. 지옥의 차원에서 온 악마들이 무수히 전이되어 온 것이다. 악마들은 마나를 다루는 법, 즉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다가와서는 영혼을 빼앗거나, 이간질하여 큰 분쟁을 일으키도록 했다. 피에 물든 시체를 보며 낄낄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정녕 '악마'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땅이 '마계'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악마들이 마계인을 장난감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몇몇 악마는 마계인의 편에 섰으며, '사도'라 하는 강한 자들이 깨어난 뒤에도 동족과 떨어져 마계에 남았다. 이들은 마계인과 종족을 넘은 사랑을 피우기도 했는데,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고 잔인했다. 혼혈들이 카오스라고 불리게 된 것은 그들의 혈통과 성정에 기인한다.

카오스들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한 마력으로 악마들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이 상하 관계는 철저히 힘의 논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카오스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악마들은 바로 주인이었던 자를 죽여버린다. 카오스 역시 악마들을 제압하기 위해 죽이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끔찍한 관계 때문에 마계인들의 경멸을 받지만 카오스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악마를 다루는 능력이 없는 마계인들이 너무나 하찮기 때문이다. 카오스들은 대부분 철이 들기도 전에 악마를 사냥하러 고향을 떠나곤 한다.

이기기 위해서 행해진 모든 것은 '정의'이며 '선'이라고 생각하는 카오스들은 아군을 적지 한복판으로 떨어뜨리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가치관은 악마에 가까운 특성이지만 수하들을 조직적으로 운용하는 그 전략은 아주 먼 옛날 테라에서부터 내려온 지혜다. 힘과 전략. 어쩌면 카오스들은 전쟁으로 자멸한 조상의 판박이일지도 모른다.

- 플레인: 데몬 



스토리에서 악마와 마계가 나오긴 하는데 악마도 내가 알던 오즈마쪽 악마가 아니고 마계에서도 저기 적힌거랑 다르게 악마는 한번도 못봤단 말이지

또 지옥의 악마들이라기엔 최근에 공개된 모로스의 지옥에 여기 나오는 악마들이 살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