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4시 야심한 시각

던파의 시작을 알리는 목요일이 되자마자 레기온 다 돌려두려는 던창들이 이스핀즈에 모이고 있었다.

이벤트로 생성된 무수한 양산형 버퍼들로 인해 버퍼들이 넘쳐나는 상황. 나도 그 양산형 버퍼 중 하나로 이스핀즈를 돌려야했다. 내 명성은 3.6이다.

이스핀즈 딱명성은 3.4지만 대부분 3단을 돌리는 현실에서는 3.6도 딱명성이나 다름 없는 존재다.

이벤트로 이스핀즈 융합은 졸업한지라 1단은 돌리고 싶지 않고, 애초에 1, 2단 파티는 아예 존재하질 않았다.

비빌 수 있는 3단 파티를 찾고 없으면 걍 끄고 자자 싶던차에 한 파티가 눈에 들어왔다.


"3단 랏벞 아무나 ㅜㅜ"


'아! 새벽이라 사람이 없으니까 양산형 버퍼라도 필요한 파티도 있구나!'


나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 냉큼 신청을 누르자 금새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3.6이지만 다른 딜러들은 모두 4.0, 4.2 정도 되는 넉넉한 스펙

3.6 버퍼인 나를 감안해 그냥 3.8 정도 되는 파티라 생각하고 돌리면 무난하게 3단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주의 첫넴은 느금마우였다. 이스핀즈에서 유일하게 파티 스펙에 따라 포 타이밍이 달라지는 네임드.

"입장포해요? 이거 되려나?" 2페 패턴보고 포를 올리는게 안전하긴하겠지만 나는 일단 물어봤다.

"버퍼님 맘대로" 파장은 이렇게 대답했고 나는 2페 첫 패턴보고 포를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1페 패턴을 처리하는데 그 와중에 파장이 무려 세번이나 죽는게 아닌가

대체 왜 죽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부활을 세번 다 넣어줬다.


그렇게 어찌어찌 1페이즈가 끝났고 2페이즈 첫 패턴인 구슬찾기가 시작됐다.

버퍼인 나는 방을 돌아다니며 어디에 무슨 구슬이 알려주는 채팅만 치다 중앙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딜러 셋중 둘이 죽어버리고 하나만 남은게 아닌가.

다른 둘은 구슬찾기를 하다가 다른방에서 죽어버린 것이었다.


"리트 해야할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파장이 후퇴를 눌렀다. 혼자 살아남은 딜러는 그래도 포를 올려달라고하며 혼자서 2페를 깨볼 생각이었나보지만 아무튼 파장은 후퇴를 했고 리트가 시작됐다.


"걍 입장포 ㄱㄱ" 파장의 이해할 수 없는 오더가 내려왔다.

양산형 도구따리인 나는 그냥 파장이 시키는대로 입장포를 올려줬다. 어쩌면 이건 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입장포를 올리니 당연히 1페이즈는 쉽게 처리됐다. 하지만 2페이즈에서 시간이 끌렸다.

그렇게 우리는 그렇게 느금마우를 4분 3초만에 잡았고 4분 컷에 실패해 보상 실패가 떴다.


파장은 자기 오더로 생긴 일이라 그런지 별 말이 없었고

딜러1은 무슨 생각인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이 스펙으로 여기 들어온거 만으로 감사한 일인지라 아무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딜한 딜러2는 달랐다. 딜러2는 적극적으로 불만을 말했다.

"그냥 2페 패턴포 했으면 4분컷 났잖아요. 딜도 안되는데 왜 입장포를 해요?"


그러자 파장은 딜러2를 달래듯이 말했다. "추가 보상 못받아서 아쉬우시구나"

아니 이걸 달랜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혹시 약올리는건가?


딜러2는 이후로도 불만을 말했다. "패턴포 했으면 그래도 시간 안에는 잡았잖아요"

파장은 끝까지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방법도 있군요"

파티는 말 없이 싸늘한 분위기가 됐다.


어찌되었건 금룡 느금마우 이외의 용들은 사고 없이 잡았고, 새벽의 이스핀즈 파티는 마무리 됐다.

딜러2는 끝나자마자 바로 파티 탈퇴를 해버렸고 나는 말 없이 파장에게 차단을 걸고 그 이유를 잊지 않게 차단 사유를 적었다.


양산형 버퍼는 굳이 다 돌리지 말자고 결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