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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어에는 부분격(Partitive)이라는 희한한 격이 존재한다. 위키를 찾아보면 핀란드어군(+사미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격이라는 것 같다. 저번학기에 핀어 배우면서 정리해봐야지 했는데, 갑자기 시간 나는 겸 한번 정리해보기로 한다.


부분격은 말 그대로 어떤 것의 일부분이 있는 경우에 사용한다. 책의 일부를 읽었다.(책을 읽다 만 상태) 사과의 일부를 먹었다.(사과 하나를 다 먹은 건 아닌 상태, 사과 박스 안에 담겨 있던 사과들 중에 아직 다 먹지는 않은 상태) 같이 사용하지만, 여러 개 중에 일부라는 의미를 가지는 이상 서구권 언어에서 부정관사 사용례랑 비슷할 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부분격을 비정非定격으로 번역하는 책도 있다) ex. 거리에 차들이 있다. 

부분격은 단어의 끝에 따라 -a/-ä, -ta/-tä(이중모음인 경우), -tta/-ttä(e로 끝나는 경우)로 나타난다.   


그러면 각 문장성분에 따라 부분격의 용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1. 주어

 주어에서는 부분격이 쓰이는 경우가 별로 없어, 몇몇 케이스만 살펴 보면 된다. (수동문인 경우에도 쓰이긴 하지만 그건 결국 목적어가 주어 위치로 오게 되는 거니 여기서는 패스한다)

 1) 존재문장인 경우

  - "~에 ~이 있다." 라는 형식의 문장인 경우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There is ~~ 하는 형식의 문장들. 영어로도 "거리에 차들이 있다"는 "There are cars in the street" 이지만, "그 차는 거리에 있다"는 There문이 아니라 "The car is on the street"이 맞는 문장이 되는 것처럼, 핀어로도 부정관사가 쓰일만한 상황에서 부분격을 사용한다. 

 

 - 여기서 가분명사(불가산명사)는 존재문장 사용 시 부분격을 사용하지만

   ex) Pullossa on maitoa. (병 안에 우유가 있다)

   불가분명사(가산명사)는 복수인 경우에만 부분격을 사용한다. 단수에서는 기존의 주격을 그대로 사용한다.

   ex) Kadulla on auto. (o) (거리에 차 한 대가 있다) (단수-주격)

         Kadulla on autoa. (x) (단수-부분격) 

         Kadulla on autot. (x) (복수-주격) 

         Kadulla on autoja. (o) (거리에 차들이 있다)  (복수-부분격) 

  

 2) 존재문장이면서 부정문인 경우

  - 모든 경우에서 부분격이 사용된다. 위에서 불가분이고 단수고 할 거 없이 그냥 부분격이다.

   ex) Pullossa ei ole maitoa. (병 안에 우유가 없다)

   ex) Kadulla ei ole autoa. (거리에 차가 없다)

         Kadulla ei ole auto. (x)


2. 목적어

 부분격을 사용하는 상당수의 경우일 것이다. 참고로 부분격(-a)이 아니면 보통 목적어 자리에는 대격(-n)이 온다.

 1) 부정문인 경우

  - 경우 따지고 할 것 없이 부정문에서는 부분격이다.

  ex) Silja joi maidon. (Silja drank the milk.)

        Silja joi maitoa.  (Silja drank milk.)

   → Silja ei juonut maitoa. (Silja didn't drink (the) milk.) 

      위 두 문장의 부정문은 아래 문장으로 동일함. 


 2) 목적어가 정해지지 않은 양인 경우

  - 가분명사(불가산명사), 추상명사, 물질명사, 복수형태인 경우 부분격을 사용한다.

  ex) Pekka juo olutta. (Pekka는 맥주를 마신다.) 

          ↔ Pekka juo oluen. (Pekka는 그 맥주를 마신다. (일정한 양이라는 의미 내포))

        Näen ihmisiä. (나는 사람들을 본다. (불특정다수))

          ↔ Näen ihmiset. (나는 그 사람들을 본다. (특정인))


 3)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 진행 중인 경우, 미래인 경우

  - 결과/진행 여부를 동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명사의 격으로 나타내는 핀란드어만의 특이한 용례이자 부분격의 핵심...

    이 용례를 통하여 "나는 책을 읽었다"가 책을 한 권 다 읽었다는 의미인지, 그냥 읽는 행위만 했고 다 끝내지는 못했다는 의미인지 구별이 가능해짐. 

  ex) Hän luki läksyä. (그는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직 못 끝냄))

          ↔ Hän luki läksyn. (그는 숙제를 다 했다. (끝내버림))

  ex) Hän ajaa autoa. (그는 자동차를 운전한다.)

          ↔ Hän ajaa auton talliin. (그는 차고로 자동차를 운전해 간다. (끝내려고 운전하는 것))

  ex) Hän ampui karhua.(그는 곰을 쐈다. 죽지는 않고 총상만 입힌 것 같다.)

          ↔ Hän ampui karhun. (그는 곰을 쐈다. 그 곰은 죽었다.)

  ex) Hän rakensi taloa. (그는 집을 짓고 있었다. 다 짓지는 못했다.)

          ↔ Hän rakensi talon(그는 집을 지었다. 완공한 집이다.) 


 4) 감정 동사, 비결과성 동사, 지속성 동사를 사용한 경우

 - 동사 의미상 지속적 의미를 가지는 경우 부분격과 어울릴 수 밖에 없음. 감정동사도 비슷하게 (사랑하다에 결과가 있다면..그것도 굉장히 이상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지속성 여부와 연결지을 수 있을 듯.

  ex) Minä rakastan sinua. (나는 너를 사랑한다.)

        Minä säälin hei. (나는 그들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Suomi kiinnostaa minua. (핀란드어는 나를 관심끌게 한다.) 

          ( → 나는 핀란드어에 관심 있다를 이런 식으로 표현)

        Puhun suomea. (나는 핀란드어를 할 줄 안다. I speak Finnish.)

  윗 두 문장은 감정 동사의 예, 밑의 두 문장의 경우 지속성 동사의 예라고 생각하면 될 듯.

  지속성 동사의 다른 예시로는 jatkaa(계속하다), vastustaa(반대하다), ajatella(생각하다), seurata(따르다) 등이 있다고 하니,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외워야 하는 부분도 있다.


3. 서술어(보어)

 - 서술어라고 하지만, 사실상 olla동사(핀란드어의 be동사) 뒤에 오는 보어 이야기.

   불가분명사(가산명사)는 주격,

   가분명사(불가산명사)는 부분격.

   ex) Maito on valkoista. (우유는 하얗다.) (부분격)

         Hänen koiransa on valkoinen. (그의 개는 하얗다.) (주격)

   ex) Rauta on kovaa. (철은 단단하다.) (물질명사 부분격)

         Kuppi on kova. (컵은 단단하다.) (주격)


  주의할 점: 가분명사(불가산명사)라고 해서 주어까지 부분격을 쓰는 것은 아니다!

  - 주어에서 부분격을 사용하는 경우는 언급했다시피 존재문장에서나 사용하는 것!

   ex) Maito on valkoista. (우유는 하얗다.)

         Maitoa on valkoista. (x)



  주의할 점2: 불가분명사(가산명사)인 경우 부정문에서는 부분격이 아닌 주격을 사용한다!

  - 부정문의 예외사항...인가? 아무튼 olla동사 부정문에서 불가분명사(가산명사)에 따른 보어는 주격을 쓴다.

   ex) Kuppi ei ole kova. (컵은 단단하지 않다.)

         Kuppi ei ole kovaa. (x)

  - 물론 가분명사(불가산명사)는 평서문에서도 부분격을 썼으니 부정문에서도 부분격을 사용함^^;;


4. 숫자

 - 둘 이상의 수사, 양을 나타내는 단어가 나오면 부분격을 사용함.

   ex) Yksi poika, kaksi poikaa (남자아이 하나, 남자아이 둘)

         Monta naista (많은 여자들)

         Vähän maitoa (적은 우유)

         Pari kenkiä (한 켤레의 신발)

         Kaksi paria kenkiä (두 켤레의 신발)


5. 기타 표현

 - 표현 상 이유로 부분격을 사용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예외들은 외국어 학습이면 언제나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외우는 수밖에...

   ex) Tuoli on puuta. (의자는 나무의 일부이다.) →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이다.

         Paitani on villaa. (내 셔츠는 울의 일부이다.) →  내 셔츠는 울로 만들어졌다.

   ex) Minun ei tarvitse uutta takkia. (나는 새 자켓이 필요없다.) (얘는 부정문이라 부분격이 맞긴 한데, 주격인 Minä가 아니라 속격인 Minun을 쓴 케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