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산청에는 예로부터 계곡물이 맑았다.
그 물이 어찌나 맑던지 심히 청정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던 지역이었다.
계곡 주위엔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해열이나 진통 완화에 좋아 줄곧 마을사람들이 찾곤 했다.
계곡에 인접한 숲에는 미지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난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조그만 빛이 보여 숲 가운데로 달려갔다.
빛의 정체는 자그마한 목걸이였다.
목걸이는 청록색 빛깔로 풀빛에 묻은 이슬같이 맑았다.
목걸이를 가지고 난 밖으로 나가려다. 신음소리를 들었다.
"끄으으으…"
어떤 여자아이였지만 모습이 우리 또래들와는 필체 달랐다.
그 귀는 가늘고 길게 뻗어있었고 피부는 양귀신처럼 허옇멀건했으며 머리는 보리밭색을 띄고 있었다.
나이는 얼핏 봐선 나보다 살짝 적거나 아니면 같아 보였다.
나는 그 아이의 다리와 머리를 잡고 부쩍 들어 또래들이 볼까 하는 맘에 일부러 산길을 돌아가서 집으로 데려다 놓았다.
물론 이때까진 이 일이 어떻게 될 진 몰랐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