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기사도를 찾아

 신성루스로마국의 에이스 파일럿 중에서도 최고라고 칭해지는 하늘의 황제, 코제두브의 숙소는 그 어떤 숙소들 중에서도 호텔 마냥 이루어져 언제나 화려함을 뽐냈다. 그러나 그 화려함과 달리 코제두브의 숙소에는 때 아닌 어두운 기운이 맴돌았다. 분명 소련의 최고 에이스인 굴라예프까지 격퇴한 최고의 날이었으나 그는 자신이 처음 탔던 포커 D.VIII의 모형을 만지작 거리면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아...”


 그는 슬쩍 책상 위에 올려진 사진을 쳐다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한 자신의 모습이 찍힌 것이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며, 땅에 있을 모두를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을 한것도 무색하게 오늘 라디오에서 들었던 방송은 그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자유로운 하늘, 정의로운 싸움. 그가 원했던 것들은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벌써 거리에서는 몇몇 사제들이 잡혀들어가기 시작했고, 일반인들은 길을 걷기만 해도 헌병들의 차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제길.”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충 목도리로 입과 코를 가리고 모자를 푹 눌러 쓴채 밖으로 향했다. 이대로 이곳에만 있다가는 답답해 쓰러질 것 같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