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 - LACDB>>

Subject: 오비옉트 1061 APC 설계 개선에 관한 보고서: 현대 전장 환경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대조국전쟁 당시 붉은 군대는 후방에서 전선으로 증원 병력을 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당시 붉은 군대의 뒤떨어지는 병력 수송 및 병참 능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대조국전쟁 이후 대량의 보병을 빠르게 전선으로 운송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그에 따라 APC가 탄생하였다. APC (Armored Personnel Carrier, 병력수송장갑차) 는 기계화보병을 운반하며 기갑부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투입된 병력의 종합적 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이는 현대 전장에서 APC가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잡게 하였다. 

 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에서 설계한 오비옉트 1061 APC 역시 해당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12명의 기계화보병을 운반할 수 있는 오비옉트 1061 APC는 KPV 14.5 mm 중기관총을 무장으로 채용하여 이동 중 소규모 경보병이나 차량화보병 부대와 조우하였을 때도 이를 성공적으로 격퇴할 수 있으며, 험지 주행 성능과 기동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당대 최고의 APC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육군이 필요한 것은 보병을 전장까지 빠르게 수송할 택시가 아닌, 보병을 보조하여 최전선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장갑 차량이다. 그러한 차량 병기의 구상은 게릴라 반군들이 주로 사용하는 테크니컬에서 1차 대전 시기의 장갑차나 나치 독일의 돌격포 계열 차량 등 세계 각지에서 시도되었던 개념이다. 혹자는 중형전차와 그 개념을 발전시킨 주력전차가 보병을 보조할 장갑 차량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전차가 보병 부대에 편성되지 않고 기갑이라는 별개의 병종으로 독립한 지금 보병을 보조할 장갑 차량이라는 목표를 완벽히 수행하는 병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냉전 체제의 수립과 함께 핵전쟁의 위기가 도래한 지금, 보병이 타고 있을 때에도 어느 정도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갑 차량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있는 하나의 명백한 진실이다.

 이에 따라 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은 오비옉트 1061 병력수송장갑차를 기반으로 한 보병 지원 전투차량의 제작을 제안함과 동시에 미래 전장에서 현재의 병력수송장갑차의 위상에 맞먹는 자리를 차지할 새로운 개념, IFV (Infantry Fighting Vehicle, 보병전투차) 의 개념을 제시한다.

 새로운 보병전투차는 기존 병력수송장갑차와 달리 최전선에서 보병을 직접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수송 능력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충분한 방호 능력을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전면에서는 최소한 KPV 14.5 mm 철갑탄을 방호할 수 있을 정도 (관통력 50 중반대) 는 되어야 할 것이며 측면에서는 최소한 7.62 mm 구경의 철갑탄을 방호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보병전투차의 공격 능력에 관해서는 보병전투차와 병력수송장갑차라는 두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의 운용 방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병력수송장갑차의 경우 후방에 보병을 하차시키지만 보병전투차는 최전선에서 보병을 하차시키며 하차한 기계화보병을 직접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기존 병력수송장갑차의 중기관총급 화력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은 37 mm 기관포를 장착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보병이 승차한 채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측면에 총안구를 내는 방안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병전투차는 최전선에서 운용되므로 적 전차와 조우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보병전투차는 전차에 제한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대전차 로켓이나 대전차 미사일을 소수 탑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보병전투차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방호력과 공격력 조건에서 우리는 보병전투차에게 적합한 설계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보병전투차는 방호력과 공격력을 확보하기 위해 병력수송장갑차에 비해 중량이 확연히 늘 것이며, 차륜형 장갑차는 주행 성능이 불안정해질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보병전투차는 궤도형 장갑차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보병전투차는 확실히 병력수송장갑차나 현존하는 보병 지원 차량과 비교하여 확실히 우월한 종합적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병전투차는 만능이 아니다. 특성상 보병전투차의 방호력은 아무리 좋아봤자 기관포급 대응 정도에 그칠 것이다. 또한 대전차나 대공 능력이 있다고는 하여도 이는 순전히 자위적 목적으로 탑재된 제한적 기능일 뿐이며, 보병전투차는 본격적인 대전차전이나 야전방공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보병전투차는 새롭게 편성될 냉전 시대의 기계화보병 부대에 지급될 수많은 차량 종류 중 하나에 그칠 뿐이다.

 이러한 보병전투차의 설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전군에 보급하는 데에는 아무리 빨라도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동안 전력 공백을 개량형 병력수송장갑차로 메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후방 지원 용도로 설계되었던 병력수송장갑차를 보병전투차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떠한 설계를 적용하여야 할까? 해당 질문의 답변은 현재 전장에 대하여 종합적인 분석을 하여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전장에서는 화약을 사용한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로 대표되는 비대칭 전력의 사용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보병전투차나 개량형 병력수송장갑차의 경우 이러한 비대칭 전력에 대한 방호력 역시 갖춰야 할 것이다. 현재 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은 주력 전차와 전선 투입 장갑차들에 적용될 NBC (Nuclear, Bio, Chemical) 양압식 방호장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해당 차량들 안에 방독면을 지급하는 방안은 즉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서쪽 영토와 전면전 시 유럽 방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개활지 전투의 경우 적의 가장 많은 화력이 집중되는 방면은 차체 전면이다. 이동 중 기습을 당한다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측면이나 후방에서 적을 맞는 일이 개활지 전투에서 일어날 확률은 매우 미미하다. 따라서 보병전투차와 개량형 병력수송장갑차는 전면의 방호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며, 이는 전면의 경사각을 늘리거나 장갑 두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산악 지형, 정글 지형 등 험지 전투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주행 안정성과 기동력이다. 평균 교전 거리가 비교적 짧아지는 험지 전투의 특성상 보병전투차는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험지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가 장치로는 각 륜마다 토션 바 현가장치를 사용해야 할 것이며 토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디젤 엔진을 채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하천을 도하할 수 있는 자력 도하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대 전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전장은 도시이다. 인공적 건축물로 인해 자연과는 매우 다른 환경이 조성된 도시에서 시가전이 발생할 경우 기존 전장에서의 전술로 대응하였다가는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도 전술적 패배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시가전에서는 공격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 또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나치 독일의 진공 당시 와해되고 포위된 붉은 군대를 상대로 정예 나치 독일 국방군은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붉은 군대와 비슷한 사상자 수를 보였으며, 대조국전쟁의 결판을 지은 베를린 전투에서 붉은 군대는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도 와해된 국방군과 국민돌격대 등을 상대로 비슷한 사상자 수를 보였다는 점이 참고할 만 하다. 시가전에서 공격하는 입장에 설 경우, 일단 우리는 해당 시가지가 이미 방어 세력에 의해 요새화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여야만 한다. 이는 각 건물에 매복한 저격수, 기관총수, 또는 대전차병부터 로드블록, 대차량지뢰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이 중 건물에 매복한 보병의 경우 선제 포격으로 매복 예상 건물을 파괴하거나 보병전투차의 보병 병력을 동원해 무력화시킬 수 있고, 로드블록의 경우 공병을 동원하거나 우회한다는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소의 대차량지뢰는 아군의 기갑 및 차량 세력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대차량지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대차량지뢰가 어떻게 작동하여 어떻게 차량에 피해를 주는지, 어떤 종류의 피해가 누적되는지 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차량지뢰는 기본적으로 무게에 반응하는 신관을 사용하여 일정 무게 이상의 압력이 감지되면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그 폭발의 충격은 모두 차량 하부로 전달된다. 대전차지뢰에 의해 차량 하부에 충격이 올 때의 피해는 어뢰에 의해 수상함이 피격됐을 때와 비슷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어뢰에 피격된 수상함 선원들의 부상 자료 등을 참고하여 봤을 때 대차량지뢰에 의한 폭발이 발생할 경우 차체가 직접 손상되지 않더라도 탑승한 보병의 발, 특히 발뒤꿈치에 폭발의 압력이 전달되어 발뒤꿈치 쪽 뼈의 골절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부위의 뼈는 잘 골절되지 않지만 한 번 골절되면 잘 치유되지 않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바, 보병에 전달되는 충격, 즉 차량에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차량에 직접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차체 하부의 구조를 변경하여 그 압력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기존의 편평한 차체 바닥은 대차량지뢰의 폭발 압력을 그대로 차체에 전달했지만, V자 등의 구조를 채용할 경우 압력이 비탈면을 따라 분산되어 옆으로 빠지는 효과가 발생, 차체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차체 안의 보병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차체 바닥과 차체 내부의 보병의 발이 닿는 바닥을 분리시켜 전달되는 압력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더미를 이용한 실험 결과 30cm에서 60cm 정도의 간격을 두었을 경우 보병에게 전달되는 충격이 확실하게 감소한다는 데이터를 획득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미래 전장에 대한 종합적이고 간략한 분석과 해당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한 보병전투차라는 개념의 제안과 보병전투차 및 보병전투차가 전력화되기 이전 그 공백을 메울 개량형 병력수송장갑차가 어떠한 능력들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리버티 아머리 중앙 설계국은 개량형 병력수송장갑차와 보병전투차의 설계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양산 가능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