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더러 세계를 분열시키는 경향을 띠었던 반면에, 1945년 이후 경제는 그 정반대 방향을 촉진했다."


닫힌 문


미국

▲ 영국과 중국을 원조하는 렌드-리스 법에 서명하는 루스벨트 대통령, 1941년


"한 때 무능하고 유약하다 폄하되었던 평화의 연합체는, 독재자의 폭정보다 훨씬 더 강력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세계를 덮친 전쟁의 참화로 다른 나라 경제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고투하는 와중에 미국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인이 되었다. 1950년 전 세계 인구의 6%에 불과한 미국은 세계 에너지의 절반을 생산했고 50%를 소비했으며 자동차를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생산량을 합한 것보다 여덟 배, 소련보다는 100배 많이 생산했다. 이무렵 미국 소비자들은 냉장고와 전화, 텔레비전을 가장 많이 보유했으며 미국인 노동자는 영국인의 두 배, 프랑스인의 세 배, 소련인에 비해 일곱 배나 되는 임금을 받았다. 미국은 진짜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이었다.


한편 미국인들은 그와 같이 유례없는 영향력을 그들의 패권을 위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유럽과 여타 주요 무역 지대의 문호를 개방하여 미국의 상품과 자본, 영향력을 받아들이도록, 다자무역 체계를 기반으로 세계경제를 촉진하는 데 맞춰졌다...


소련

▲ 발트 해 지역을 탈환하고 행진하는 붉은군대, 1944년


"우리가 그것을 이루거나 저들이 우리를 압도하거나."


지난 20년 간 러시아는 미약한 생산력과 더딘 경제 발전을 딛고 중공업 국가로의 발전을 꾀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 자원을 가지고 미국과 영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소련의 새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는 이제 동유럽 국가들과 협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세계에 대응해야 했다. 강대한 소비에트 연방의 원조는 아시아 공산주의와 동유럽, 세계 도처의 좌파 활동가들과 연계하여 '베를린에서부터 베이징까지' 생산공정과 교통 체계, 연구와 훈련, 기술혁신을 통합해 나갈 수 있을까?


영국

▲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듣기 위해 화이트홀에 모여든 런던 시민들, 1945년


"평등하지 않은 삶의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공평하게 분배되었다."


영국은 명분과 정당성, 이념의 승리자가 되었다. 작동을 멈추었던 영국의 국민경제가 다시 진보하기 시작했고, 국부는 전쟁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으며, 정부는 궁핍, 질병, 무지, 나태, 불결의 해결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아직 많은 부문에서 영국은 성장하는 시장을 두고 세계와 직접 경쟁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런던을 대신해 뉴욕으로 옮겨 갔다. 영국 제국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었다. 폐허가 된 지역의 신속한 복구, 유럽 경제의 부양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 같은 과제들은 미국에 넘어갔다. 그러나 영국은 분명 미국의 수동적인 추종자가 아니었다. 영국은 개방적인 세계 경제라는 관념을 수용하면서도 연방 회원국들에 무역 특혜를 베푸는 반 폐쇄적 체제를 옹호했다. 새로운 세계경제 제도의 틀에 영국을 승차시키는 일은 어렵고도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었다.


서유럽(프랑스, 서독)


▲ 파괴된 베를린 도심의 거리, 1945년


"우리는 자유를 택했습니다!"


서유럽은 2차 세계대전의 전장이었고, 수없는 청년들이 피를 흘리는 동안 전쟁의 참화가 이곳을 덮쳤다. 서유럽은 경제적 궁핍, 공산주의의 정치적, 안보적 위협에 시달렸다. 영국과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굶주림과 절망이 혁명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며 수백만 명이 굶주리자 공산주의자들이 그 고통을 이용하면서 정치가 경제적 현실을 반영했을 것이다.


이런 지원이 결과적으로 서유럽의 경제 위기를 해결해 나갔고, 세계경제를 움직여 시장을 복구했다. 또한 전쟁 내내 고장났던 자유기업 체제의 부활에 토대를 놓았으며 생산을 증진하고 분배의 장애를 개선했다. 소비가 경제적 동력으로 의미를 갖자 '코카콜라의 자식'이 된 서유럽 시민들은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공산당 노선 대신 '훌륭한 정찬 도시락'을 제공하는 미국의 조립 라인을, 부의 재분배 대신 생산과 시장 윤리를 선호했다.


이제 서유럽 국가들은 견실한 부흥의 토대 위에 유럽 통합과 세계적인 문호 개방 체제에 뛰어들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