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만 나오고.. 아니, 오늘 하루동안 보기도 싫으니 그냥 지금 나가."
 부사장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짜증난다는 듯 찡그린 표정으로 날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만들었다.
 뭐, 그에게선 당연한 선택이였을 것이다. 나는 감히 불법 단체인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다 발각된 사람이였고, 그는 나를 경찰에 신고해 몇십년간 감방에서 썩게하는 것보다 냉엄하고 차가운 사회에서 일년도 버티지 못한 채 객사하도록 나를 해고했다.
 사무소에서 만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자주 나누면서 자연스레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내가 노동조합에 대해 정확히 배워나갈때 즈음 나에게 물었다.
 "아산 공장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거기서 노조가 생긴다면 더 이상 당신이 능력이 부족해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 아닙니까?"
 그렇게 나와 그는 이 은밀한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고,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만나며 노조 가입을 권유해왔다.
 하루만에 1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가입 신청을 한 이 노조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이유는 간단했다. 단 한 명. 겁에 질려 스스로 이 사실을 고백한 단 한 명의 노동자 때문에 나는 나 스스로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오랫동안 일해온 공장에서 단 하루만에, 어느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공장에서 쫒겨났고, 이 큰 공장은 나 하나 사라진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우리집 앞에서 나는 들어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빈 집에 누워있다가 공장에서 일을 끝마치고 온 여동생에게 내가 직장에서 잘렸다고, 다른 곳에도 취직을 못할게 뻔하니 네가 이제부터 가장이라고. 이 오빠를 먹여살리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생은 이제 열일곱이였다. 부잣집.. 아니 중산층이라면 고등학교에 다니며 학교생활을 했을 동생은 먼지가 가득하고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기침을 하며 일을 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나에게 의지해야할 그녀는 가족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공장에 다녔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나와 함께.
 나는 발길을 사무소로 재촉했다. 사무실에 있는 편지지와 볼펜을 가져와 집에서 미친듯이 써내려갔고, 우체국에 편지를 넣었다. 수신지는 청와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