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고서야 알게되었다. 내가 대공분실에서 갇혀 있던 동안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것을.
 숲에서 내려와 민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쓰러졌다. 며칠간 먹은 것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였다.
 정신을 차린건 한 낡은 집에서였고, 그 곳의 집주인에게 음식을 얻어 먹으며 며칠을 보냈다.
 어느정도 기력이 회복되자,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도 없고, 또 해야할 일도 있었기에 돈을 빌려 버스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아산이였다.

 "어? 그때 그 사람 아니오?"
 공장에서 만난 김기준의 동료는 나를 알아봤다. 몸집이 크고 까끌까끌한 수염을 가진 그는 김기준의 여동생, 김명희가 살고 있는 판잣집의 위치를 알려주며 말했다.
 "WHO인가 뭔가.. 아무튼 거기 의사 선생님이 돈을 대줘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학교 가 있을 거요. 이제 마칠 시간이긴 한데.."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판자촌으로 향했다. 일할 사람들이 모두 떠난 판자촌은 사람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김기준의 여동생이 살고 있는 판잣집은 김기준의 동료가 친절히 설명해줬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집은 너무나도 좁았고, 길가에서 주을 수 있는 자재들로 대충 만들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그의 집에 들어가 앉으니, 차가운 냉기가 온 몸을 감돌았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그의 스승을 내 손으로 살해한 것이 미안했다.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해 미안했다.
 그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하고 사라져버려 미안했다.
 그의 죽음을 내 입으로 더럽혀서 미안했다.
 고개를 웅크린 두 다리 사이에 파묻고 울었다. 소리 없이, 아주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새빨개진 얼굴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김기준의 동생이 온 모양이였다.
 나는 재빨리 흐르는 눈물을 닦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렸고, 동생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 찰나의 순간에 마주친 동생의 눈은 김기준의 눈과 닮아있었다.
 내가 무어라 인사를 하려하자, 그녀는 예상치 못한 싸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나가요."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그들에게 굴복해 기자들 앞에서 거짓된 말을 쏟아냈을때, 이 아이도 그 광경을 똑똑히 봤을 거라는 것을.
 내가 당황하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자, 그녀는 가방을 나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나가란 말이 안들려요?! 나가라고요!"
 그녀의 얼굴은 아까와는 달리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는 가방을 손에 들고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집에서 나왔다.
 내가 나오자마자 집문은 쾅소리를 내며 닫혔고, 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집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집 앞에서 멍하니 앉아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밤이 다 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