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탈옥수였고, 혹시라도 경찰이 내 위치를 알아차린 것이라면, 나는 또 그 고문실로 끌려가야만 했다.
 무언가 무기로 쥘 것을 찾고 있던 와중,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저기요..? 문 좀 열어주실래요..?"
 김명희의 목소리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같이 밥 드시면서 이야기 하는게 어떨까 해서.."
 상상치 못한 초대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와 내가 방바닥에 앉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어려울때 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만호 아저씨한테 들었어요. 오빠가 불에 타고 있을때 물을 뿌려주시고, 곁에 있어주셨다고.."
 나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나를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오빠랑 어떻게 만나게 되셨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데..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첫만남과는 달리 공손해진 그녀의 태도에, 나는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껏 있던 모든 일을 털어놨다. 고문에 이기지 못해 김기준의 스승을 암살하던 도중 김기준을 만나게 되었고, 김기준의 분신 자살을 내 두 눈 앞에서 봐야만 했다고. 또, 고문을 이기지 못해 김기준의 죽음을 더렵혔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말을 끝마치자, 나와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긴 정적을 끊은 것은, 김명희였다.
 "고마워요, 오빠 옆에서 끝까지 남아주셔서.. 그리고 또 고마워요. 내가 용서할 수 있게 모든걸 털어놔주셔서.."
 나는 그녀의 순수한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용서해줘서..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거든."
 그녀는 눈물이 맺힌 두 눈을 몰래 훔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용서한 기념으로, 밥 한번 드세요.. 정.. 아니.."
 "아줌마라고 불러. 그게 친근하잖아?"
 그러자 그녀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줌마!"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얼굴에 피어났고, 그녀도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렇게, 10년만에 누리는 즐거운 저녁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