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새해인데 뭐 소원 같은거 빌러 안가?"
 "동생아, 우리 공산주의자다. 미신과 종교를 혐오하는.."
 정소월이 웃으면서 장석현의 말을 받아쳤다. 장석현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누나, 집 앞에 눈이 좀 많이 쌓였던데, 가서 치우고 올게. 눈 다 치우면 점심 먹자."
 정소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꺼운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누나! 도망쳐!"
 눈을 치우러 나간 동생이 급히 집으로 뛰어들어더니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경찰 제복을 입은 사내 몇명이 뛰쳐들어와 장석현을 넘어뜨렸고, 정소월은 생각할 틈도 없이 뒷문을 통해 산으로 달려나갔다.

 눈이 덮힌 산을 뛰어오르며 미끄러운 눈에 넘어져 온 몸에는 눈과 흙이 질퍽하게 묻어있었고,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와, 발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소월은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계속해서 산으로 올라갔다. 바로 밑에는 경찰들이 쫒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쉴 틈은 없었다.
 "정소월씨, 만약 이대로 장석현씨만 체포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소월은 자신도 놀라 발을 멈췄다.
 뒤따라온 경찰도 자리에 서 정소월에게 말했다.
 "장석현에게 더 많은 고문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번엔 죽을지도 모르죠. 남동생을 그렇게 내버려두시렵니까? 누나로서?"
 정소월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을 쥔 두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정소월은 눈을 감고 결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천천히 뒤로 돌아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디로 가는거지? 대공분실은 아닌 것 같은데.."
 경찰차 뒤에 탄 정소월이 묻자, 경찰이 답했다.
 "황궁. 황가에서 당신 둘을 만나야겠다고 말씀하셔서."

 황궁의 이름 모를 방 안에 수갑을 차고 앉은 정소월과 장석현은 어떤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인기척이 느껴졌고, 이구 황제와 이진혜 황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