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립은 비가 오는 창 밖의 세상을 바라봤다.
 타다닥 타타닥..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며 물방울이 맺혔다.
 그는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며 tv 뉴스를 봤다.
 리슈화.. 그때 그 장례식에 온 사람이 백설하였다는 것이 그는 아직도 믿기질 않았다.
 그는 허탈해하며 너털 웃음을 내뱉고 리볼버를 돌렸다.
 시장 시절, 호신용으로 경찰서에서 몰래 빼 온 것이였다.
 입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탄환이 없었다.
 그는 술병을 병째로 마시며 중얼거렸다.
 "김명희씨.. 미안합니다, 당신 친구를 못 지켜서."
 그는 다시 리볼버를 돌렸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정확히 리볼버의 탄환이 그의 뇌를 관통했다.
 그는 행복했다.

 부시장은 차로 빗속을 뚫으며 질주했다.
 "김립.. 그 바보같은 놈이.."
 김립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는, 제한속도도 어긴 채 산을 빠르게 질주했다.
 그의 눈에 맺힌 눈물로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지금껏 김립과 함께한 시간이 떠오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바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트럭과 그가 탄 차가 충돌하며 그의 차는 찌그러진 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차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고, 차에 불길이 붙었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던 부시장은 생애 처음으로 욕을 했다.
 "빌어먹을.."
 그리고 폭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