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드 시에라-오스카-찰리-알파-7-1이 기지 관제탑에, 4번 활주로에 정렬 완료했다. 출발 허가 요청한다."

"기지 관제탑이 쉴드 시에라-오스카-찰리-알파-7-1에, 이륙을 허가한다. 잘 다녀오도록. 이상."

"알겠다. 이륙한다."


나탈리아 안드레예바 제7공수특전여단장이 무전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안전벨트를 맨 후 그녀가 말했다.


"중위, 이륙하게."

"예, 준장님."


 카스티에 중위는 계기판을 최종 점검한 후 엔진 출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육중한 전략 수송기는 터보팬 엔진 특유의 엄청난 굉음을 내며 서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 뒤에는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활주로를 몇백 미터 지난 후에는 엄청난 속도가 붙어 활주로의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수송기의 속도가 이륙 결심 속도를 넘어서자, 카스티에 중위는 부드럽게 조종간을 당기기 시작했다. 베테랑 조종사의 실력답게 거대한 수송기는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기수를 올리며 하늘로 나아갔다. 수송기의 후방 랜딩 기어까지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 기체가 약간 흔들리며 탑승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수송기가 이륙했음을 알려주었다. 적절한 부양각을 유지하며 상승하던 수송기는 3천 피트 고도에 도달하자 랜딩 기어를 접었다. 선두 수송기가 이륙에 성공하자 몇 분 간격으로 10번기까지 차례차례 이륙했다

.

"쉴드 시에라-오스카-찰리-알파-7-1이 제7공수특전여단 전 수송기에 알린다. 항로는 사전에 통지된 대로 유지하고, 항시 안전 간격에 유의하라. 예상 비행 시간은 10시간 이내. 그때까지는 휴식을 취해도 좋다. 제군들, 모두 도착지에서 보자. 이상."


 안드레예바 준장은 무전을 마치고 등받이에 기대 살짝 잠을 청했다. 10시간씩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었고, 도착 후에는 혹독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카스티에 중위와 각 수송기의 조종사들은 이 [WL]C-7 전략 수송기의 비행 훈련만 수백 시간을 이수한 자들이며, 총합 비행 시간은 훨씬 긴 베테랑들이다. 비행 중에 무슨 큰 사고가 나겠으며, 무슨 이변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한 순간.


"준장님! 준장님! 사태가 시급합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꽤 긴 시간이 지난 건 분명했지만 아직 도착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 왜 데이비스 대위가 다급한 목소리로 날 깨우려 할까?


"으음... 데이비스 대위...? 아직 도착하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무슨 일인가?"

"어서 헤드셋을 다시 끼십시오, 준장님! 시급합니다!"


 아직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안드레예바 준장은 천천히 헤드셋을 다시 올려 꼈다. 그러자 무전 내용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반복한다. 여기는 쉴드 919 제8전투비행단 소속 F-4E 전투기다. 신원 미상의 수송기 행렬은 어서 국적과 신원을 밝혀라! 따르지 않으면 격추하겠다!"


 잠이 확 깬다.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쉴드 919 제8전투비행단은 1956년 쉴드 감축 당시 예비역으로 전환되었으며 그 후 현역으로 재배치된 적은 없었다. 또한 쉴드 919 소속의 모든 비행단들은 소위 "팬텀"이라 불리는 F-4 기종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쉴드 919는 아군이 아니었던가?


"여기는 쉴드 특수작전사령부 제7공수특전여단의 나탈리아 안드레예바 준장이다. 제8전투비행단은 1956년 감축 당시 예비역으로 전환되었고, 우리 쉴드는 F-4E를 운용한 적이 없다. 그대는 제대로 된 신원을 밝혀라!"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쉴드 특수작전사령부에는 제7공수특전여단이라는 부대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도록!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걸 보니 귀관은 높아 봤자 중령일 것이다. 나는 제7공수특전여단의 여단장으로써 준장 계급장을 달고 있으며, 이는 내가 귀관의 상관임을 의마한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귀관은 제대로 된 신원을 밝혀라!"

"이쪽이야말로 다시 한 번 말하겠다. 귀측은 어서 국적과 신원을 밝혀라!"


쉴드 919 제8전투비행단의 F-4E 파일럿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대로 그는 통신 채널을 바꿔 상부에 보고했다.


"여기는 쉴드 919 제8전투비행단 5번기. 국적 미상의 수송기 행렬이 자신들이 쉴드 특수작전사령부 제7공수특전여단 소속임을 주장한다. 해당 부대가 실존하는지 문의한다."

물론 제7공수특전여단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고, 제7공수특전여단에 대한 정보는 제8전투비행단의 사령관 야마모토 준장에게까지 올라갔다. 야마모토 준장은 이래뵈도 별을 단 장성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도착한 함대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혹시... 이들도 다른 세계에서 온 자들인가?'


"사령관 명령이다. 해당 수송기 행렬은 당 기지 상공에서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비행하도록 지시하라. 나는 잠시 어디 다녀오지."


야마모토 준장은 제복 코트를 차려입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후 집무실을 나섰다. 전용 지프에 올라탄 그는 얼마 안 돼 요코하마 항에 도착했다. 요코하마 항의 태평양합중국 함대에 접근하자 쉴드 요원들이 앞길을 막아섰다.


"신분 확인해주십시오."

"쉴드 919 제8전투비행단의 야마모토 준장이다. 신분증은 여기 있네."

"신분 확인됐습니다. 준장님, 들어가십시오."


일본 함대의 자랑, 임페라토르급 전함 옆에 계류된 태평양합중국 아시아 함대의 전함. 프리드리히 폰 프러시아급이라고 했나?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서 스미스 제독을 만나야 했다. 마침 전함 갑판에 스미스 제독과 프리츠 국방장관이 보였다. 한시가 급하다. 야마모토 준장은 헐레벌떡 함에 올라타 갑판으로 뛰어갔다.


"...이 전함은 그쪽 세계의 함대 신호소에서 만든 것이라 했지요? 우리의 임페라토르급과 비슷한 부분도 많으면서 다른 부분도 보이는군요. 외람되지만 저희 측에서 이 함의 설계에 대해 연구해봐도 될지..."

"프리츠 국방장관님, 스미스 제독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시급한 일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야마모토 준장에 프리츠 국방장관과 스미스 제독 모두 놀랐지만, 숨을 헐떡이는 야마모토 준장의 모습에 급한 일임을 알아차리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스미스 제독님, 혹시 그쪽 세계에 쉴드라는 단체가 존재합니까?"

"그렇습니다. 태평양합중국군의 일부를 통솔하는 전략적 국토 집행 및 병참국이라는 이름으로, 정규군과는 독립된 명령 체계를 가진 엘리트 군 집단이라 들었소."

"그렇다면 그쪽 쉴드에는 특수작전사령부가 존재합니까?"

"쉴드 특수작전사령부는 쉴드 내에서도 엘리트로 꼽히는 병력이죠."

"국방장관님, 제독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기지 상공에 쉴드 특수작전사령부 제7공수특전여단 소속이라 주장하는 군용 전략 수송기 10대가 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분 다 기지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운정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