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불고기집 장사 존나 잘되나보넹 ㅅㅂ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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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 뜨거운 햇볕이 쨍쨍 쏟아지는 정오, 사우스타운의 메인 스트리트에 선 두 남자. 그들은 짐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눈부시게 빛나는 가게 간판을 올려다본다.

 행렬이 늘어선 가게 입구 위에는, '극한류 불고기'라는 네 글자가 눈부신 햇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왁자지껄 떠들며 메뉴를 살피는 사람들의 줄을 멀리서 바라보며, 남자 중 한 명――마르코 로드리게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불고깃집 경영은...... 매우 순조로워 보이는군요......"

 "그래......."

 기억하는 것보다 크고 호화로운 그 가게를, 또 한 명의 남자―― 료 사카자키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으로 올려다보았다. 불안이라고도, 불만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부끄럽지만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감정을, 료 자신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수행으로 아무리 잡념을 떨치려 해도 '극한류 불고기'라는 글자를 떠올릴 때마다 먹구름처럼 응어리진 감정이 지독하게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도 분명히 료의 가슴 속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료와 마르코는 가게 옆에 있는 직원 입구로 향했다. 인터폰 너머로 이름을 말하자 바로 사무실로 안내받았다. 깔끔한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맞아준 이는 료의 아버지인 타쿠마 사카자키, 료의 친한 친구이자 동문인 로버트 가르시아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료와 마르코의 모습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일어섰다.

 "오오, 료, 마르코! 돌아온 거냐!"

 "둘 다 진짜 오랜만이군! 마중 못 나가서 미안했다."

 로버트는 료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짧게 인사하는 마르코 옆에서 료도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아버지와 로버트도 잘 지내는 거 같아 다행이야. 유리는 어디에――"

 여동생의 모습을 찾으려 료가 시선을 움직인 순간, 열려 있던 문에서 완전히 녹초가 된 유리 사카자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채 힘없이 방 안에 들어왔다.

 "아무리 용돈 때문이라지만 역시 피곤해~....... 미안 로버트 씨. 오늘도 도장엔 못 들를 것 같아......"

 "수고했어, 유리. 극한류 불고기의 마스코트에게도 휴식은 필요하지. 일은 끝났으니까 푹 쉬어."

 "응, 그럴게! 내일은 대낮까지 잘래~ ......근데 어라? 오빠들, 돌아왔구나!"

 로버트의 위로를 받고 활기를 되찾았는지, 아까보다 허리를 곧게 편 유리는 그제야 료와 마르코의 존재를 알아챘나 보다. 불고깃집 아르바이트로 바빠 보이는 유리의 모습을 보자, 료의 마음속에서 왠지 암운이 뭉게뭉게 휘몰아쳤다.

 "다녀왔어. 유리도 잘 지낸 거 같네."

 "뭐 그렇지~. 그런데 요즘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빠서, 보다시피 녹초가 됐어."

 언제 머리를 길렀는지 땋은 머리를 흔들며 오빠를 향해 웃는 유리를 보고, 료는 '일을 돕는 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야'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료는 타쿠마와 로버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그건 그렇고. 수행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KOF에 출전할까 하는데, 아버지와 로버트는 어떻게 할 거야?"

 "지금은 향후 경영을 좌우할 중요한 안건이 있어서 말이다. 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타쿠마의 말에 료의 눈썹이 살짝 처졌다. 하지만 본인을 비롯해 아무도 그걸 눈치채진 못한 듯했다. 타쿠마는 팔짱을 낀 후, 로버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로버트, 료와 함께 출전하고 와라! 극한류 불고기 홍보도 잊지 말고!"

 "네!"

 스승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후, 로버트는 다시 료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요새 가게 경영을 돕느라 바빴지만, 슬슬 도장 밖에서도 몸을 움직여 볼까 하던 참이었어!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료!"

 "......그래! 기대할게, 로버트!"

 료는 로버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굳게 마주 잡은 손에 안도를 느꼈는지, 료의 얼굴에 평소와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 표정을 보자 마르코도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앞으로 한 사람 더 필요해. 하지만 나랑 료라면...... 역시 나머지는 유리겠지."

 "맞아. 오빠, 나한테 딱 맡겨!"

 로버트의 말에 유리가 몸을 내밀었다. 료는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웃음을 지우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 전 유리의 언동을 머릿속으로 반추하며 잠시 침묵한 후, 료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이번에 유리는 두고 간다."

 "뭐......!?"

 "어? 어째서?"

 유리와 로버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타쿠마는 팔짱을 낀 채로 상황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마르코는 짐짓 걱정스러운 시선을 료와 유리에게 보냈다.

 험상궂은 표정을 유지한 채로 료가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마지막에 도장에서 수행한 게 언제지?"

 "어 그러니까...... 아, 아마...... 2개월 전이었나......"

 "그 정도면 실력이 둔해지고도 남아. KOF에 출전하는 건 수련을 거듭한 강자들뿐이라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단언해. 느슨해진 지금의 너는 아무도 쓰러트릴 수 없어!"

 "......윽!"

 유리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오빠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는 자각은 있었을까? 반론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말문이 막히기라도 한 양 그녀는 입을 우물거릴 뿐이었다.

 잠시 부들부들 몸을 떤 후, 유리는 쥐어짜내듯이 크게 소리 질렀다.

 "너무해...... 느슨해졌다니......! 그렇지 않아! 오빠 바보!"

 사무실을 뛰쳐나가는 유리의 등을 바라보는 료의 옆모습을 보고, 로버트는 이해한다는 듯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친구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타이르듯이 말했다.

 "유리는 지기 싫어하잖아. 걱정 안 해도 제대로 감을 되찾아 올 거야."

 "......"

 료가 대답 대신 작은 한숨을 뱉자, 로버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진짜 세 번째는 누구로 할 거야? 마르코인가?"

 지명을 받고 순간 몸이 굳은 마르코 옆에서, 료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아니, 한 명 떠오르는 사람이......"


 오픈 전이라는 팻말이 걸린 바 일루전의 가게 내부. 카운터 안쪽에서 킹은 유리잔을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조용히 오픈 준비를 하는 그녀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내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얼굴을 들어 차갑게 내쫓으려 했다.

 "아직 오픈 전이야...... 어라, 당신이구나. 놀랐잖아."

 "준비 중인데 미안하군. 거기 앉아도 될까?"

 그러나 가게 안에 들어온 남자가 료라는 걸 깨닫자, 그녀는 표정을 누그러트렸다. 료는 한 손을 들어 인사하면서 바 카운터의 한 자리로 다가갔다.

 "앉아. 뭐 마실래? 수행이 끝난 기념으로 한 잔 줄게."

 "됐어......"

 마주 보듯이 앉은 료의 진지한 표정에, 킹은 아름다운 눈썹을 불안한 듯 찌푸렸다. 수행이 끝난 뒤 이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기에 무슨 일인지 물어볼 생각으로 그녀가 유리잔을 놓자, 료는 결심한 듯이 고개를 들었다.

 "저기 킹,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료가 똑바로 눈을 바라보자, 킹은 멈칫했다.

 "뭐, 뭐야, 정색하고."

 "나와 넌 속마음을 터놓을 정도로 오래 알고 지냈잖아.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이이지."

 료의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어, 킹은 허둥지둥했다.

 "그만큼 서로 잘 안다는 뜻이지. 그래서 난 너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으, 으응......"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고,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극한류나 격투가에 관한 이야기일 테지만, 그래도―― '사랑 고백'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평소 의식하던 상대의 생각지 못한 발언에, 킹은 자못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료는 눈을 부릅뜨고 바 카운터에 손을 짚으며 몸을 내밀었다.

 "부탁해! 이번에 우리와 함께 KOF에 출전해줘, 킹!"

 킹은 한숨을 뱉으며 바 카운터에 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기대했던 자신이 한심해서 한 행동이었지만, 료는 "안 되겠어!?"라며 걱정스레 소리를 높였다.

 "아니, 좋아. 이번 KOF는 보류하고 있었거든...... 마이는 알아서 다른 상대를 찾겠지 뭐."

 그렇게 말하며 킹은 긴장한 표정의 료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럼......!"

 "좋아. 너희와 한팀이 되는 것도 오랜만이네, 료."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킹!"

 료는 기쁘게 웃으며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킹의 손을 잡았다. 굳은 악수를 하며 킹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둔하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