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격투게임 오프모임을 자주 나가셨다.

그런 할아버지를 따라 자주 갔었는데, 그곳은 말로만 듣던 오락실을 그대로 옮긴듯한 모습이였다.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계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게임의 소리는 매우 컸고, You Win이라는 소리가 나올때면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곳에 갈때가 되면 할아버지는 항상 기운찬 모습이였다. 

지팡이를 짚으며 걸음조차 힘들어 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거운 동전을 한움큼 챙겨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가셨다.

그곳에 도착하면 동전을 하나씩 넣으면서 게임도 하시고 할아버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셨다.

그리고 그 동전이 다 떨어질 때가 되면 "대전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서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서로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뒤 나는 학원도 다니고 친구들과 노는시간도 늘면서 할아버지와 모임을 같이 가지 않게 되었다.


명절 때 할아버지집에 갔을 때 이상함을 느꼈다. 

오프모임은 명절 전에 열려 사탕상자는 항상 비어있었는데 유독 무거운 상자의 모습을 보았다.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또래분들의 나이가 많아 오프 모임 참가자의 수가 점점 줄어왔던걸까... 

아니면 이제는 그렇게 즐거운 모습으로 가던 오프모임조차 가기 힘든 상태가 되신걸까...

나는 조심스럽게 요즘 오프모임은 재미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먼곳을 보면서 우수에찬 표정으로 대답하셨다.


"이제 대전을 할 상대가 없어... 김영감도... 박영감도 이제는...."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말 없이 잡아드렸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여셨다.


"내가 스마를 한다는 이유로 김영감과 박영감이 대전을 안해준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