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기니까 요약은 마지막 문단만 보셈)


격투게임은 대전의 룰이나 규칙은 상당히 심플하고

1:1 대전에서 승리/패배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결과가 나옴.


그만큼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많은 사고 과정을 거쳐야하고

또 사람이다 보니까 결국에는 더 정밀하고 더 신속한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건 한계가 있기에

(사람의 반응속도는 컴퓨터나 기계가 아니니까)

결국에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심리전이란 게임으로 굴러가기 마련임.


격투게임의 재미는 그래서 상당히 종합적이면서 또 즉시성이 포함된지라

1분 안에 온갖 희노애락이 스치기도 하는, 남들이 보기엔 조울증 환자인가 싶을 정도의 게임이기도 함.


그런데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한/적응해가는 초보, 뉴비 유저들에게 흔히 하는 나도는 얘기 중 하나가

류와 같은 정통 스탠다드형 캐릭터로 격투게임을 시작하면 기본기가 탄탄히 쌓인다는 거임.

사실 이건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적절한 조언인지에 대해선 다들 의견이 나뉠거임.


저런 정통파 캐릭터로 기본기를 탄탄히 닦을 수 있다는 얘기는,

거꾸로 얘기하면 날먹할 게 없으니까 온라인매치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개쳐맞으면서

울면서 강제로 기본기 수련을 해야한다는 점임.

(상식적으로 지금 막 시작했는데 파동권 승룡권 제때제때 쓰는 것도 버거운 게 현실임)


그래서 초기 과정에서 많은 뉴비들이 개씨발쓰레기 게임이라고 외치면서 나가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라고 닦달하듯이 스탠다드형 캐릭터를 추천하기 보다는,

본인 성향에 맞는 캐릭터, 혹은 손쉬운 조작이나 운영이 되는(한 마디로 날먹이 가능한) 강한 캐릭터를 추천해주는 게

아마 뉴비에게 더 건강한 추천이라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스파6의 모던 모드도 기술이나 콤보쓰기 어려운 뉴비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음.



물론 최대한 쉽게 쉽게 가려는 이게 부작용도 있긴 함.

왜냐하면 간단하고 강한 캐릭터로 쉽고 빠르게 올라간 만큼,

위로 올라갈수록 본인의 한계를 금방 느끼게 됨.

(아니면 자기 취향의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이겨도 별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다른 캐릭터 플레이어들은 이미 진작에 연구하고 연습이 되있던 부분이

날먹맨에겐 결여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꿀잼으로 겜하다가 게임 중후반부로 갈수록 번아웃이 왔을 때 꼬접하기 쉬워짐...


그리고 번아웃이 오는 그 지점은 아까 상기했듯

다들 기본적인 테크닉과 기본기 실력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심리전'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고

한판 한판, 1초 1초, 매 순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하이랭크 게임이 펼쳐지는 구간을 의미함.


여기까지 오기만 했다면 이제 순수하게 날먹만으로 온 사람은 사실 없음.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날먹이 서서히 안 먹히게 된다는 걸 깨달았을테고

이기기 위해서 날먹을 어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연구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내가 이기던 게임에서 승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엔 자기도 모르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 상승과 테크닉 연습을 랭매 순간순간에 담고 있던 거임.


근데 여기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함.

'여기까지가 일반인 티어임 ㅋㅋ 솔직히 이 위는 고인물 ㅇㅈ?'

뭐 이 말은 여러 사람에게 상당히 자조적인 말이면서도

날먹맨들에겐 심리적인 방어기제로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긴 함.


나는 이미 날먹의 한계가 왔고 더 이상 이 위로는 올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 위로 한참 더 올라간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격창이고 나는 평범한 게이머이다!

라는 주장으로 치환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게임을 100시간을 즐기든 2000시간을 즐기든

둘 다 게임을 재밌게 하고 만족스럽게 플레이했다면 훌륭한 게이머임.

굳이 게임을 수백 수천시간 연구하면서 플레이해야지만

'진정한' 격투게이머다!! 이런 논리는 없단 말임.


근데 조금씩이든 빠르게든 실력이 올라가면서 다들 느꼈겠지만

(패배할때 개좆같은 기분이 들든 말든)

보통 사람들이 게임을 해오면서 내가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해주는 게임은 잘 없음.

그런 면에서 격투게임은 상당히 좀 고전적인 편임.

캐릭터의 성능은 내가 쓰든 쟤가 쓰든 똑같음.

뭐 쟤는 +20 강화된 캐릭터이고, 5성 풀각성 캐릭터이고 이런 거 없단 말임.

같은 캐릭터를 두고 내가 잘하는 게 곧 실력이니까.


어쨌든 그런 강해지는 과정, 게임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고

게임에서 승리했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와 함께

내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 향상심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자기도 모르게 격투게임을 좋아하게 되는 거임.

질 때는 개좆같은 쓰레기게임이지만 어느 날은 겜하면서도 잘 풀리면 '존나 재밌네 시발...' 하면서.


누가 시켜서 내가 격투게임에 수백수천시간 갈아넣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더 발전하고 싶어서, 이 게임이 재밌으니까, 내가 격투게임을 좋아하니까

자발적으로 연습하고, 리플레이 보고 고칠 점 찾고,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처법들 연구하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레 수백시간 수천시간 찍고 있는거임.


이제 다시 위의 문장,

'여기까지가 일반인 티어임 ㅋㅋ 솔직히 이 위는 고인물 ㅇㅈ?'

이 말을 다시 상기해보면...

'와 씨발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이 게임을 열심히 한거지???'

라는 감탄사가 되기도 함 ㅇㅅㅇ;;



올드비가 게임을 더 좋아하고 더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썩은물이라고 매도될 필요도 없고

뉴비가 더 빨리 강해지고 잘해지기 위해서 강캐를 고른 것도 날먹맨이라도 비하될 필요가 없음.



아무튼 격투게임에서 강캐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함.


님들 다크소울 처음 시작하는 뉴비한테 헐벗은 거지새끼로 시작하라고 하면 무슨 생각 들겠음?

'아니 뉴비 폐사할 일 있나 개돌았나?' 싶을거임. 당연한거임 -_-;

그런 건 나중에 게임 익숙해지고 나서 해봐도 됨.


우선 지금은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붙여야 계속 파고들도록 하는게 제일 중요하고

차후에 격겜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에(본격적인 심리전이 통용되는 하이레벨 게임) 도달하면 더 좋고 하니까...

지금 당장은 쉽고 안정적인 강캐로 게임에 적응하라는 의미에서 추천하는 거임.




나는 킹오브로 격겜하다가 스파5를 인방으로 접하고 본격적으로 류로 시작한 게이머인데

진짜 스파5하면서 초중반에 힘들때가 너무 많았음.

시즌1때는 류 캐릭터가 세긴 했는데 나는 스파 처음하는 좆뉴비라 꿀빨 틈도 없었고

시즌2부터는 팔다리 다 잘려나가는 너프 받은 이래로 캐릭터가 후지니까.

나는 류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고 이 캐릭터로 잘해지고 싶은데...

게임에서 질 때마다 진짜 온갖 생각이 다 드는거임.


그런 상황에서 내가 했던 생각은

'열심히 해서 더 잘해져야지!' 가 아님...

'이렇게 불합리한 게임에서 왜 나는 불필요한 노력을 강요받으면서 재미를 찾아야하나...' 였음.


게임 자체가 불합리한 밸런스를 내포하고 있고 어느 정도 개발자들이 조장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초보자들에게 일부러 그 짐을 더 씌워서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좋은 가이드라인인 것 같진 않음.



물론 몇명은 진짜 독종들이라서 약캐를 골라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기어올라가서

최고계급 달성하고 존나 징글징글하게 잘해지긴 할거임.

대신 같은 선택으로 약캐를 골랐던 수백 수천명의 유저들은 진작에 학을 떼고 다 접었겠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캐릭터 추천의 가이드라인이 2가지임.


1. 적응 쉽게 할 수 있는 강캐

2. 내 취향에 맞는 캐릭터


1번에선 게임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2번 케이스로 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게 발휘되는 사람도 있음.

그건 근데 본인이 둘 다 해보고 확인해서 판단할 일이고...

무작정 강캐만 하라고 할 것도 아니긴 하다 이 얘기임.

약캐이더라도 해당 플레이어 본인이 그거에 꽂혔으면 뭐, 파고파고 들다가 그 캐릭터 달인이 될 수도 있잖슴.

(근데 보통은 중간에 한계를 느끼고 절규하다가 흑화해서 징징글 쓰러 게시판 들어옴 ㅋㅋ;;)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격투게임의 최고로 재미있는 지점은

상대방과 내가 서로 숙달된 기본기 솜씨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고도의 심리전이 치밀하게 오가는 레벨의 게임이라고 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까지 와서 게임을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함.

근데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게임 자체는 충분히 즐길 수 있음.

순수하게 게임이 즐거울 때는 오히려 하위티어일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로.

오히려 게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니까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

엉망진창이었지만 어떻게든 운좋게라도 승리하면서 웃음도 빵 터지고.

그렇게 대공승룡이 안 나가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반응한 나에게 스스로 감탄하기도 하고...


어쨌든 게임의 재미를 어디에서 찾든지 간에

어느 구간에서든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스파6에선 대강 마련되있다고 봄.

내가 안타까워하는 케이스는 이제...


격투게임에 대한 애정도 있고 어느 정도 경험도 쌓였는데

오히려 발전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환멸감이나 자괴감 느끼면서

게임에서 연패해서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게임 켜기가 싫어져버린 그런 사람들임.

사실 누구보다도 잘해지고 싶고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거꾸로 한번 졌을때, 그리고 연패했을때,

자기가 연습한 커맨드의 기술이나 콤보가 실패했을 때,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심리적인 타격이 크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니...

격겜이 재밌고 격겜이 좋으면서도 거꾸로 그로 인해 박살날 멘탈 생각하면

후폭풍이 두려워서 게임에 거리감 두게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임.


그럴때면 나는 그냥 최대한 즐겁고 편안하게 하라고 조언하는 편인데

점수가 신경 쓰인다면 점수가 배제된 프리게임이나 캐쥬얼매칭을 하면 됨.

오히려 거기서 격투게임의 정수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음.

(근데 프리게임에서도 패배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람은 일단 격투게임을 쉬라고 하고 싶음 ㅇㅅㅇ)


좀 편안한 상태에서 게임을 해야지 재미가 있고 즐겁고 또 그 속에서 발전이 있는거지

사람이 무슨 걸렛물 쥐어짜듯이 게임에 매달린다고 하면 실력상승이 될지는 둘째치고

그 사람한테는 이미 여흥이 아니라 일이 되어버린거고 정말 불행하고 재미없는 게임일거임...


어쨌든 랭매 실전에서 판수꼴아박기로 연습하면 스트레스 받기 쉬우니까

일단 지인이나 친구나 아니면 여기나 스파갤에서 조언 구하면서

조금씩 트레이닝 돌리고, 조금씩 프리게임해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하면

랭매에서 판수꼴아박는 것보다 훨씬 기분좋고 편안하게 더 고효율로 연습이 될거임 ㅇㅇ



그리고 자기 메인 캐릭터를 뭘로 할지 결정하는 건 최종적으로 오롯이 본인의 몫임.

하고 싶은거 하셈.

하고 싶은 거 했는데 감당 안 된다 싶으면 그나마 마음에 들면서 좀 센 캐릭 좀 하셈.

캐릭 성능 제대로 못 뽑아내는 것 같으면 날먹만 파고들어서 어떻게든 게임이 굴러가게끔 운영해보셈.

이제 한계가 느껴지면 내가 어디서 모자란지 연구하는 것도 좋고,

아니면 그냥 이 구간에서 비슷한 사람끼리만 만나서 치고박고 프리게임하면서 놀아야겠다~

그것도 좋음.


근데 보통은 사람이란 동물이 향상심이란게 있기 마련이니까...

아마 다들 내심 더 잘해지고 싶을 거임.

그럴때는 무리하게 잘해지겠다고 하려고 하지 말고

괜히 게임 못한다고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지도 말고

그리고 날 이긴 상대방을 애꿏게 비난하지도 말고

평정심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겜을 시도해보셈.

내 경험상 보통 점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았음.


그 경우엔 프리게임에서 비슷한 실력자 or 나에게 적절한 지도대련이 가능한 상급자를(일방적으로 양학하는 그거 말고...) 상대로

차분하게 연습하듯이 즐기면서 겜하는걸 추천. 뭐 피드백도 받으면 좋고.

(올바르게 피드백 받은걸 1%라도 의식해서 연습겜하면 다 도움됨 ㅇㅇ)






아무튼 게임은 게임이다

누군가에겐 인생이겠지만

일단 게임은 게임이다

그런고로 즐겁게 해야한다

열뻗치면서 아득바득 한판 더 이겨보겠다고 억지로 겜한다고해서 더 즐거운 거 하나도 없다

향상심이 식거나 게임할때 분노에 사로잡힌다면

좀 더 순수함을 유지한채로 승패를 떠나서 격투게임의 프리게임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게임해볼것을 추천

그리고 게임할때 괜히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비방하거나 비하하지 말것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약캐든 강캐든 뭐든 해도 좋음

근데 약캐로 시작하면 고생길이 좀 열리니까 어지간하면 강캐를 추천

물론 애정캐를 고르고 같이 성장하는 길도 있지만 그런 길을 선택했을 경우엔

다른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게임을 즐겨야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게임을 즐길것

스파6 기준으로 괜히 뭐 클래식이 전통이네 간지네 이럴 것도 없으니까

클래식으로 하기 힘들면 억지로 클래식 고르지 말고 걍 모던 고고하는 것도 아주 추천


잡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