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라이크와 경쟁 요소가 있는 랭크 티어가 존재하는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엘든 링 DLC 나오기 전까지는 남들 다 하는 그 롤이라는 걸 배워서 1년 반 정도 해봤습니다. 티어를 조금씩 올려가는 게 재밌으면서도 아무래도 절대적인 유저 수가 많아서 그에 비례하여 많이 접하게 되는 악성 유저들에 치여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면서 어느새 LCK 대회만 챙겨보게 되는, "하는" 게임이 아닌 "보는" 게임이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할 게임이 마땅히 없어서 아쉽던 차에 스트리트 파이터 6 라는 게임이 나온다길래 그러면 격겜도 랭크 매치 같은 게 있겠지- 하고 아예 스파 시리즈에 처음 입문을 해봤습니다. 스팀 기록을 보니 이제 101.9 시간 정도 했다고 나오는데,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팀 VS 팀 게임과 달리 1 VS 1 게임은 지면 오로지 내 부족함 탓, 이기면 오로지 내 노력 덕인 이 매커니즘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릎: 격투게임은 왜 메이저가 안되는 걸까요?

허준: 나는 확실히 알아요 그걸. 대전 격투 게임은 1대 1이에요.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불행해져야 해. LOL을 하면 이쪽 한편은 다 불행하잖아요? (진 쪽 한편은 다 불행할 것 같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 팀은 졌지만 난 나름대로 잘 했어, 지는 지 나름대로 잘 했어,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어. 대전 격투 게임은 지면 그냥 무조건 내가 지는 거야.


예전에 그 켠왕에 많이 나오셨던 허준 형이 진행하시던 겜생상담소라는 예능에서 철권 쪽에서 유명하신 무릎님을 모시고 한 방송에서 위와 같은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제가 롤을 잘못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악성 유저들에 치여가면서 롤 실버 하나 찍는데에도 반 년 가까이 걸렸었는데 여기서 101.9 시간을 녹여서 플래티넘을 찍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허준 형의 저 말씀은 감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로지 내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이 게임, 꽤나 재밌습니다. 장인 마냥 자신만의 콤보와 운영법을 서서히 깎아나가는 그 과정도 흥미롭고, 랭크 1~2시간 정도 돌리다가 뇌세포 부도나서 손이 잘 안 돌아가면 잠깐 휴식할 월드 투어도 있어서 볼륨도 맛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다들 즐거운 격겜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주도 다들 힘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