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소고임 틀린 점이 보인다면 ㅈㅅ;;)

(편의상 반말은 안 하겠음)



원래 기존의 책이란게 완성된 후에 출간되는 시스템인데

연재물이란건 신문이나 잡지 등에 매주~매월 한편씩 실리면서

차곡차곡 쌓여나간 연재분을 모아서 출판을 합니다.


당연히 모든 게 완성되고 나서 출하되는 기존의 책과 달리

연재물이란 건 기본적인 책의 내용의 골자를 잡되

아직 완성되지 않는 내용을 일정기간마다 한편씩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기존의 책은 그래서 얼마든지 창작자 개인이 퇴고나 수정, 편집 등을 거치면서

완성된 내용을 꺼내드는데 반해서


연재물이란 시스템은 그게 좀 어려워요.

물론 출판할 때는 연재때와 달리 소소한 편집이나 수정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단락이나 맥락 측면에서 바뀌는 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이미 완성된 책에서 스토리를 이거바꾸고 저거바꾸고 다시 재편집을 거쳐 완성한 거랑,

그때마다 연재분이 하나하나 누적된 만화책 같은 경우에는 하나 뜯어고치면

사실상 연재분을 다 갈아엎어야 하는 수순이니까요.

(거기다가 편집된 내용의 완결성도 문제지만 독자들이 기존의 연재물을 좋아할지, 수정된 판본을 좋아할지도 미지수)



그럼에도 연재시스템이 유지된 이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재물의 퀄리티가 유지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 창작자의 독립성 보장

지금이야 뭐 하나 히트하면 줄줄이 장기연재 들어가는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작가들이 숫자도 적었고, 창작물의 파급력이나 작가의 인지도라는 것도

 21세기와는 경우가 좀 달라서...

기본적으로 작가가 되기 어려운만큼 작가들의 창작의 영역이 독립적인 영역으로 간주되어

작가가 자신이 가진 창작의 역량을 더 발휘하기가 쉬웠습니다.


물론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이 다른 사람의 피드백 없이 폭주하게 될 경우에

창작물이 얼마나 망가지는가... 라는 사례도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출판편집자들이 있는거고, 동료작가들과의 교류도 중요한거죠.

자신의 작업영역에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면서, 실시간으로 객관적인 비평을 해줄 사람들 말입니다.



2.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미디어 매체의 비평이 매우 적었음


지금이야 인터넷에 '원피스 결말 예상' 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상상력과 추리력이 동원된

많은 사람들의 여러가지 예측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만,


당시에는 창작자와 감상자가 직접적으로 맞닿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신문이나 출판사에 독자가 편지를 보내거나 항의전화를 걸어야만 했고,

그 중 일부만이 작가에게 닿는 구조였으니까요.

아니면 일부 잡지에나 간간히 실리는 비평 정도?

이런 것들은 그나마 전문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이기도 했구요. 


아무튼 독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이 어려웠던만큼,

작가들은 자신이 사전에 설정한 주제의식을 관철하기가 쉬웠습니다.

한마디로 남의 눈치 안 봐도 되고, 대중들이 작품의 창작활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줄 수가 없었어요.

개성적인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였지요.



(언급할 게 많지만 일단 이 두가지 차이점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든지도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연재물이나 웹연재물은 매우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은 누가 봐도 완연히 완료된 시대이지만,

사실 질적으로 과거보다 훌륭하거나 위대한 작품들이 쏟아지는 시대냐? 라고 하면

아마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흥미나 재미면에서 넘쳐나는 수요를 충족하는 시대이긴 합니다)


연재 초중반에는 반짝 인기를 끌다가 후반에 꼴아박고 산화하는 연재물들도 많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큼직한 이유들만 골라보겠습니다.



1. 창작물이 더 이상 창작자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음


쏟아지는 미디어 매체 속에서 살아남아야하고,

그렇게 성공하더라도 2차, 3차 산업으로 소화되는 창작물의 처지를 보았을 때...

사실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창작물은 더 이상 창작자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내 작품이 어딘가에 연재되기 위해선 상업적이고 보편화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거기에 미달될 시 연재는 불가능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상업적 수요를 최소충족시킬 조건들을 클리어 해야 해요.

개성적이고 마이너한, 비주류 작품들이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웹툰이나 떡툰에서 보이는 그 뻔하디 뻔한 시놉시스나 판에 찍은듯한 작화들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운좋게 입상하고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연재의 자유가 작가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2차, 3차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작품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장기연재에 매몰됩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자신이 생각한 스토리라인이나 주제의식을 순수하게 관철하는 게 어려워지지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재료가 동일하더라도 조리법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요리가 되듯이,

작가가 사전에 구상해둔 이야기를 무작정 늘려버리기 시작하면 플롯이 허술해지거나 구성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메가히트한 만화나 소설이 1~3권 분량으로 끝나는 걸 상상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설혹 그렇게 끝내더라도 반드시, 반드시 2기, 3기 등등 후속작품 후속시리즈로 나오게 됩니다.

어지간한 거장이 아니고서야 창작활동의 독립성이 보장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거장들도 자신의 작품 하나에 매달려있는 산업종사자들을 생각하면,

좋든 싫든 장기연재에 매달릴 수밖에 없구요.




2. 출판편집자의 역할 축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연재물 편집자가 거창한 일을 하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예전이라고 늘 거창했던 것도 아니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작품과 작가 수십편을 편집자 한둘이서 얼마나 커버하겠습니까?

그냥 출석체커기, 원고마감체커기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편집자가 제3자적 관점으로 작품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기는 게 아니라,

편집자는 회사를 대변하는 사람으로써 어떻게 하면 더 '팔릴지'에 대해서 조언해줄 뿐입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여기서 말하는 '팔릴지'라는 부분이 이제

더 창조적인 영역에서 다양하게 발휘되는가? 아니면 기존에 성공해왔던, 간단하고 보장된 클리셰에 안착하게 되는가?

이런 차이점이 있겠죠.


보통은 후자로 갑니다.

-> 마스코트 캐릭터가 없음.

-> 미형 여캐가 없음.

-> 로맨스 요소가 없음.

-> 작화를 좀 더 유행하는 작화로 변경 요망.


사실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큰 틀 안에서 소화되는 여러가지 역할을

판에 박은듯이 주문하게 되는데...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디서 봤던 장면과 인물들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셈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창작활동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작가들, 특히 신인작가들 입장에서는

연재처를 얻기도 어려운 마당에 여기서 그러한 플랫폼사/편집자들의 요구들을 물리칠 수가 없습니다.


같이 작품을 만들어나갈 편집자들도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습니까마는,

별로 만화나 소설에 대한 애정도 없이 돈벌려고 큰 회사에 입사한 경우도 있겠고,

결국엔 열정이 있어도 매출 독촉에 시달려서 흑화한 사람도 있겠고 경우는 다양하겠습니다.

어쨌거나 현실적으로 편집자들이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는 더 적어졌는데 반해,

상업적이고 반복적인 플롯들을 주입하거나, 작품에 별다른 양성적 피드백을 주지 못하는...

작품에 가해지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커진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품의 순수성이나,

작가로서 스스로의 역량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3.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감상자들의 피드백


좋든 싫든 자신의 연재물이 한 화 올라갈 때마다

성공한 작가의 경우 온갖 피드백을 다 받게 됩니다.

 과거엔 잡지나 신문에 실리는 비평,

어쩌다가 전달되는 편지 정도가 피드백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플랫폼사, 편집자, 작가들...

어느 누구도 인터넷과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피드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연재에 꼭 필요한 연출이나 내용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혹평을 하거나 비난을 가한다면

작가는 좋든 싫든 완성된 작품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독자들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작품은 천천히 망가지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연재물이 아닌 완성본을 내놓는 출판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좀 '덜' 받습니다)


작가가 이런 독자들의 과도한 피드백이나 검열에서 벗어나려고 인터넷을 끊고 생활한다고 해도,

플랫폼 회사는? 편집자들은? 가만히 있어주지 않겠죠...

창작자에게 강요는 하지 않겠지만 압박을 꾸준히 가합니다.

(어디선가는 위협이나 강요가 있겠죠 ㅎㅎ)


그리고 창작자가 그런 주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기 줏대를 지키려고 해도,

떨어지는 조회수나 매출을 보면서 얼마나 뚝심있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어지간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대중들의 피드백에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영향력도 반드시 존재합니다만은,

위의 편집자들의 영향력의 경우와도 같습니다.

긍정적인 영향력도 분명히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력이 훨씬 더 광대하게 펼쳐집니다.


일본의 유명작가, 원로작가들이 21세기에 들어서 기존의 출판사와 척지고,

연재처를 옮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싶어하고,

출판사의 압력에 굴할만큼 가난하지도 않거든요.

(물론 이 사람들이 그렇게 소신있게 만든다고 만든 작품들이 여전히 생동감 있고

성공적인 창작품인가? 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시대를 못 따라온다는 평도 있구요)



4. 너무나 올라간 대중들의 눈높이


현대에는 즐길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게 게임이 되었든, 미디어가 되었든...

당장 유튜브나 나무위키에만 들어가도,

얼마든지 시간을 떼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로도 수천가지가 넘는 영상을 볼 수도 있구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런 양적 풍요로움 속에서

'요새 볼만한게 없다' 라고 외치고 있지만요)



그런 상황에서 어줍잖은 연재작품은 태어나지도 못하고 살아남기도 힘들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눈에 띄여야하고,

어떻게 해서든 돋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왕도적인 클리셰를 쌓아둔 훌륭한 작품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연재물과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하지요.


1. 예전보다 높아진 연재물의 조건을 무사히 클리어해서 연재처를 잡을 것.

2. 무사히 연재에 성공해도 쏟아지는 내/외부 환경의 편집과정/독자피드백과정을 견딜 것.

3. 그러면서도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요구받음.



볼 게 없다, 볼 게 없다, 저도 참 많이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작품들이 있고.

그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비난할 일도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요)

훨씬 더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고, 시장의 자본력도 과거와 달리 매우 부유합니다만...

창작 활동에 있어서 예전보다 더 도전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 조금이라도 시장성에서 벗어난 비주류 작품을 탐내는 사람들은,

독립영화관에서 예술영화를 찾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헤매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지만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힘겹게 찾아내서 응원해야 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라도 지원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무사히 탈고되길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작품을 외롭게 연재하고 있는 작가가

내가 거기에 도착해서 응원해줄 때까지, 그리고 다른 독자 동료들이 와서 다같이 응원해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창작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 동안 그 작가는 본업에 충실해지겠답시고 작품을 던질 수도 있고...

언제나 한자리수 조회수에 그치는 자신의 연재물을 보고 좌절해서 연재활동을 그만둘 수도 있겠죠.

아니면 그 작가가 운좋게 연재처를 잡고 성공했는데

 그 사람도 결국 내가 외면한 시장의 다른 성공한 작품들을 판박이처럼 따라가버려서,

이번엔 기존의 독자들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정말 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지구의 이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비슷비슷한 것들만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 21세기는 창작의 다양성을 구현하기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을 추구한답시고 판에 박힌 정치적 올바름만 강요하는

PC세력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 앞으로도 주류시장에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창작되는 다양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건 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에 박힌 웹소설이나 웹툰들 썸네일 스샷이라도 찍어서 올릴까 했는데...

왠지 조리돌림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특정 플랫폼 저격하는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나랑 취향이 다르다고 비난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분명히 몇몇 작품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위의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들과 조건들을 이겨내고

인정받은 작품들일테니까요.


그 작품들을 포함해 모든 연재물드이 도착점까지 무사히 완주하여 완결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