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올린다고 말한 건 시이발 너네랑 나랑 다른 거라고는 나는 대졸백수 하나라는 거 뿐이고, 니새끼들이 나보다 못난 거 하나 없고 나새끼가 니네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니까 참고 들어라.

2023년에 대학 졸업하고 2년차 무직이다. 윤석열 나이로 28살까지 풀타임으로 근무 뛰어본 첫 역사가 23/24 스키장 고객센터 전화응대인 앰생임. 솔직히 알바 처음 시작할 때 '내가 그래도 이정도면' 이라고 존나 오만하게 짐 들고 들어갔었다. 대졸이고, 영어공부 열심히 했고, 나는 내가, 적어도 알바생 중에는, 후달릴 게 없다고 생각했음.

같은 방 쓰는 애들이랑 한 사흘 부대끼니까 내가 28년 묵은 우물 안 개구리 알이었다는 게 느껴지더라. 다른 애들은 나보다 두 살 세 살, 많게는 일곱 살까지 어린 애들이, 내가 살면서 생각도 안 하고 살던 미래랑, 자기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책이랑,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거기까지 갈 방법을 다 궁리해 놓고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가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더라. 나는 이 나이 될 때까지 생각해 둔 게 하나도 없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현실이 내가 몇 년을 무시하고 있는 동안 벌크업 존나 해서 내 뒤통수에 12킬로짜리 캐틀벨을 집어던지는 느낌이었음. 솔직히 걔네한테는 절대 말 안 할 거지만 내 인생 동안 손 꼽히게 내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졌던 때였음. 내가 저 나이 때는 뭘 하고 있었을까.


옵치하고 있었지 시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뭔가 해야 하는데" 하고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거잖아" 라는 마음이 공존하면서 히히헤헤 웃는 표정으로 술이나 마시고 있었음. 내 옆의 동기들이 딱 저렇게 계획 세워 가고 하나씩 이뤄가면서 위로 올라갈 때. 그 자리에 정체된 것도 아니고,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음. 그러고 보니 나한테 남은 게 없어.


이 글 싸지르는 지금도 막연하게 막막하고, 이력서 하나 쓸 때마다 수많은 공란들 바라보면서 내 20대가 저주스럽고 좆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음. 근데 시발 저주스럽고 좆같아도 난 이제 돌아오지 않는 시간 붙잡고 안고 살아야 하는 거야. 난 이제 무언가를 새로 하려면 이미 그걸 5년 10년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나보다 5년 10년 어리고 빠릿빠릿하고 기운찬 애들이랑 경쟁해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나처럼 되기 전에 아저씨 되기 직전의 앰생 대졸 백수 젊은 꼰대새끼가 하는 말 잘 들어라.


1. 너네는 존나 개 쩌는 새끼들이라는 걸 인정해라.

     너네 나이도 상관 없음. 뭘 이뤘고 지금 뭘 하고 있는 지도 상관 없음. 너네는 지금까지 너네를 힘들게 한 그 모든 걸 정면에서 들이받으면서 살아남았음. 진창에 빠지고 발바닥에 피나고 땅바닥에 쓰러져서 울고 있었어도, 지금 살아있는 너네는 그걸 다 견딘 거임. 수많은 사람들의 삶 중에 전쟁 아닌 삶은 없고, 너네는 그 전쟁에서 밀고 당기면서 여태 생존해 왔음. 그걸 인정하라고. 


2. 힘들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말해라.

     유튜브 쇼츠 보면서 앰생짓 하던 와중에 양키새끼 하나가 말하더라.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처음 하는 게 자신의 생존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 말들은 태어나자마자 달리고, 물고기는 태어나자마자 헤엄친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하는 게 울음을 터뜨려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건 남에게 도움을 구할 줄 아는 것이다."

위에 니네가 다 대단한 새끼들이라는 말을 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음. 근데 혼자서 싸우면 그 어떤 대단한 새끼라도 질 수 있다. 정신력이 캡틴 아메리카의 볼기짝을 쌍따귀로 쫙쫙 갈겨도, 존나 힘들면 꺾이고 진다고. 그럴 때는 누구에게라도 말해야 함. 안 말하면 그냥 그대로 쓰러지는 거임. 엔드게임에서 포탈이 하나도 안 열린 캡틴 아메리카마냥 괴물의 파도에 휩쓸려서 배드엔딩 난다. 그러니까 힘들면 언제든, 누구든 주변 사람들한테 포탈 열어달라 해라. 도와달라 해라. 그리고 누가 포탈 열어달라고 했을 때는 열자마자 들어와서 많은 말 하지 말고, 그냥 포탈 열고 들어와서 옆에 묵묵히 서주라.


3. 뭘 하고 싶은 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라

     장래희망도 좋고, 커리어 고민도 좋다. 돈을 1억 모으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하고, 고민한 다음에는 조사하고, 조사한 다음에는 해봐라. 해봐서 이 정도는 참겠다, 이건 못 참겠다, 이걸 이렇게 바꾸면 내 계획이 어떻게 달라질까, 그 동안 내 게으름이 이겨서 더 이상 발전하기 싫어지게 되지 않기 위해서 난 뭘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고 계속 움직이면 어느 순간 앞에 나가 있음. 나도 이건 지금 현재진행형이라 더 말할 자격이 없어.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은 지금 시작하면 내 나이 되었을 때 나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있겠지. 그리고 그게 존나 쩌는 니새끼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될 거다.


     지금까지 힘들어하느라 고생했다.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인생이 이지모드가 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싯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찢기고 베이고 데이고 울고불고 할 팔자일 지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제보다 딱 반 걸음 앞으로 가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해 아는 게 뭐라도 있었으면 그걸로 커리어 쌓았겠지,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고, 이 씨발 어둠 속에서 우리는 횃불도 없이 걸어가야 함.


난 이 좆같은 어둠 속에서 존나 눈물 흘리면서 살아온 니새끼들이 자랑스럽다. 존나 멋있다고 생각한다. 딱 내가 니새끼들 자랑스러워하는 만큼만 너네도 너네 자신을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자정도 안 됐는데 새벽에나 쓸 이딴 긴 글 써서 미안하고, 문제 시 댓글 달면 바로 자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