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혼자다. 샴쌍둥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특성상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기에, 스스로의 생각만을 가지고 고독히 살아야하는 것은 틀리지 않을 거다.


글을 올리지 않은 몇일간은 아무일도 없었다. 평소대로 운동을 다니고 독서를 했다. 재밌지도 않았지만 슬프지도 않았던 날이어서 적을 것도 없었던 탓에 그냥 살았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도서관에 가기 위해 방밖으로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거실에 있던 형과 눈이 마주쳐 짧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의 내용은 상세히 말하기 힘들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자는 얘기였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형과 밖으로 나와 같이 식사를 했다. 


낯선 식탁앞에 앉아 짧은 대화의 연장선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걱정에서 우러난 일종의 격려였다.


형은 아무것도 아닌 듯 가볍게 말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형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한때 자살기도를 했었던 나를 걱정하는 어조와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이해하려는 시도.


사람은 스스로의 한계로 남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만이고, 이해했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하지만 형은 옳게 보았다.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만나는 사람도 없이 썩어가는 나를 보고 적절한 상황에 도와준 것이다.


그 도움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고독한 마음도 들었다. 문제는 형에게 없었다. 나한테 있었지.


대인기피가 너무 심해진 탓에, 사람을 만나지 않다보니 사람이 너무 낯설어졌다. 가족마저도.


나는 형이 그 말을 꺼내는 상황에서도 계속 의심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이해한다며 말하는 그 말은 자꾸만 나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가족들중 나는 동떨어져있다. 글을 지망하는 사람은 나뿐이고, 제일 키가 크고 제일 뒤떨어져있다.


나를 이해하려는 형의 시도가 고마웠지만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하고 이런 꼬인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사실에 지독한 고독감이 느껴졌다.


나는 제대로된 말도 못꺼낸채 더듬대는 말로 어떻게든 말하고 식사를 끝마쳤다. 


그들에게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내게 있을 뿐이지. 그래서 내게 가족은 생판 남보다 더 낯설고, 누구보다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사는 게 막막하다.


만약 누군가 내게 가족들과 화목한가. 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해하지 못하기에 모른다 라고 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