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거리가 너무 춥고 바람 불어서

옷깃 여미고 땅 쳐다보고 빠른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스마트폰 구글폼을 들이밀면서 대중교통 설문조사 하라는 여자


2

새까맣게 얼굴 탄 남자

현위치인 A번화가에서 B번화가 가는 길을 물어봐서 가르쳐줬음

그러더니 이번엔 C번화가 가는 길은 아냐고 해서 모른다고 했음

아~ 정말 남을 이끄는 걸 잘하시는 분으로 보인다고

선생처럼 남에게 알려주는 직업이 어울리신다고

ㅈ빠는 소리 하다가 내가 시간 없어서 간다고 하니까

더 궁금한 거 없냐고 미련을 내비치던

시작만 자연스러웠던 용두사미형 남자


3

논리가 이상한 여자

전동킥보드 타고 신호 기다리는데

잔뜩 구겨진 티셔츠 입은 30대 여자가 카카오바이크 타고 씽 오더니

"내가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폰을 떨쳤는데 그 길바닥에 있는 폰을 찾기위해 여기서 전화를 해야겠으니 내 전화기를 빌려달라"

라는 논리를 '서울 서초구 뭐시기' 주소가 프린트된 A4용지를 내 눈앞에서 흔들면서 따지듯이 부탁함

대충 들어도 앞뒤가 안맞는 말과 행동으로 사기라는 걸 느껴보기는 처음이었음...

너무 자기한테 유리한 단어만 골라 말하는 뽄새가 내 전화기 주자마자 키패드 넘버 입력만으로 랜섬웨어 깔아버릴것 같았음

마침 신호 초록불로 바뀌었길래 그대로 킥보드 타고 도망감

카카오바이크로 쫓아올까봐 허겁지겁 코너로 도망침



기타

젊은 여자 2인조가 남 칭찬하면서 오랫동안 길거리에 붙잡아두는 전형적 수법이었는데

이때는 나도 순진한 20살에 '이런 사람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라 생각하던 몹쓸 놈이어서 별로 안 다루고싶음

너무 심하게 시간 끌어서 내가 대충 예 예 대답해주니까 

"얼마나 좋은 말씀 해주시는건데 그런 태도로 듣느냐"며 적반하장으로 화도 냄


기타2

도쟁이까진 아니고 예수 믿는 할머니였는데

정자에 앉아서 "예수 믿는 나라는 다 잘 산다"고 해줌

그땐 더 어렸던 고등학생때라 반례가 생각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