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음악들으면서 완몰가에 관한 상상을 하는데 

오늘 유튜브에서 우연히 노래듣다가 떠오른 뻘한 상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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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속.


녹음이 무성하고 산같이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들이 

뺵빽히 들어선 그 숲의 중앙에는 한 작은 엘프 마을이 있다.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에 지어져있는 촌장 엘프 여성 '에리나'의 집.


현재 그 집 안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고 여느때보다 침울한 공기가 멤돌고 있었다.


장수를 하는 엘프족이라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그 수명의 끝이 오는법. 


100년 남짓 마을을 지켜온 에리나가 자신의 침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그녀를 마치 어머니처럼 존경해온 마을 사람들이 서글픈 얼굴로 그 최후를 지켜보고 있다.



에리나님...절 두고가지마요...



에리나를 열릴히 따르던 한 소녀 엘프가 에리나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간청한다.


그런 그녀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에리나.



그런 표정하지 마렴, 세피. 


만물은 꽃처럼 피고 져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것. 


나의 삶은 활짝 핀 꽃 그 자체였어. 


너의 인생도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이 되기를 바라무나. 



에리나님....


참지 못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세피라는 소녀. 


마을을 잘 부탁해. 라스.


에리나는 다음 촌장이 될 남자에게 부탁한다. 



네...에리나님. 마을은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애써 슬픔을 감추고 담담하게 대답하는 그였다. 



그 대답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에리나.



나는 이제...졸려졌어. 기나긴 잠을 자게 될거야. 


마지막으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감는 에리나.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게 되고...





오랜 세월 마음에 그리던 한 남자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저는 원래 한 인간 마을에서 태어난 하프 엘프였습니다. 


일찍이 양 부모님을 여의고, 

엘프라는 종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마을사람들에게


저주 받은 존재로써 경멸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에 저는 마을 이장님에 의해 

한 악취미의 남자에게 팔려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는 엘프들을 사들여 자신이 소유하는 지하실에 가두고 매일 모진 고문을 즐겼죠.


매일 매일 지속되는 지독한 고문. 


매일 밤마다 울려퍼지는 다른 엘프 소년 소녀들의 비명 소리.

 

살아있는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저와 함꼐 잡혔던 엘프들은 저를 빼고 전부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차례가 되었구나를 실감을 했던 그 날


어떤 남자가 찾아옵니다. 





네, 당신이었죠. 아렌님. 


당신은 그 남자를 무자비하게 칼로 베어 죽였습니다. 



그러고 당신은 저를 향해 다가왔고 손을 뻗어왔습니다.


저는 무서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죽는걸까. 


아픈건 싫다. 


그 손이 무서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하던 저였지만 


막상 죽을거라 생각하니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미치도록 경계하던 저를 덥썩 끌어안았습니다.


저는 저항했지만 당신은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상냥한 목소리로


괜찮아...이제 괜찮아. 너를 괴롭고 아프게 하는건 더 이상 없어.


이렇게 속삭일 뿐이었지요. 





왜일까요, 갑자기 그 품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온기란게 이렇게나 따뜻한것이었나...


메말라서 더 이상 안나올줄 알았던 눈물이

갑자기 봇물 터지듯 하염없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얼마나 통곡하면서 울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저를 그곳에서 데리고나와 씻겨주고, 따뜻한 밥을 먹여주고 부드러운 이불에서 잠자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저는 당신에게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결심을 굳히고 저는 당신과 이대로 

계속 동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허드렛일, 전투, 그 무엇이든 다 배우고 다 할테니까 

주인과 종자로써 같이 있게만 해달라고. 


하지만 그런 저에게 당신은 이렇게 말했죠. 



오랫동안 어둠속에 있다보면


자그마한 빛도 아주 눈부시게 보이게 마련이야. 


넌 나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겠지만, 


내가 가야할 길은 평탄하지 않고 위험으로 가득해.


그러니까 은혜에 얽매이지 않고, 난 네가 상황을 냉정히 보고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경애하는 아렌님.


저는 당신이 하시는 말에 지금껏 의심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만 이의를 품는것을 용서해주세요.


당신은 몰라요. 

당신은 그저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궁지에 놓인 사람에게 당연하듯 손을 뻗은거였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손은 구원 그 자체였습니다. 


당신은 몰라요. 

그 빛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절망의 끝에 놓인 저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는 차가운 지옥에서만 살아가던 저에게 있어서


얼마나 그 손이 위대해보였는지, 

얼마나 그 상냥한 말이 저의 마음속을 깊숙히 울렸는지,


얼마나 그 품이 따뜻했는지를요. 


저는 절대로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그 온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 당신은 이미 이 세상 그 자체였어요


제가 갈곳은, 당신 곁 이외로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답니다. 







그 뒤로 저는 당신의 여정에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용사로서 이 세계를 마왕이라는 무시무시한 악으로부터 구제한다는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셨더군요. 


분명 당신은 저를 구원해주신것처럼, 

이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시려는거겠죠.


상관 없었습니다. 

당신과 함께할수 있다면 그게 어디라도 좋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저는 강해졌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믿고 등을 믿고 맡길수 있을정도로. 


함께 악에 맞서며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원흉인 마왕과 대적하는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무섭도록 강하고 힘겨운 상대였지만 결국에는 당신의 칼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저도 당신에게 감화되어 이 세상의 평화를 바라게 되어인지, 무척이나 들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곧바로 절망으로 저의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당신의 몸이 무너져내리고, 점점 빛의 파편이 되어 사라지는것이었죠. 


경악을 하는 저에게 당신은 말했습니다. 



에리나, 나는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을 마쳐버렸나봐.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언제나 같이 있을거라고 믿었던 당신이 제가 닿을 수 없는곳으로, 저 멀리 떠나려고 한다는 것이었죠. 


매달렸습니다. 매달려서 소리쳤습니다.


어린아이마냥 울며불며 떼쓰며 가지 말라고. 나를 두고 가지말라고.


갈거면 나를 데리고 가달라고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던 저임에도 당신은 상냥하게 저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셨죠. 



미안해. 잠깐 헤어지게 되겠지만, 그렇지만 약속할게. 언젠간 반드시 너를 데리러 갈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꼭...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해.  


...사랑해, 에리나.


그 말 하나를 남기고 당신은 제 눈앞에서 한 점 조각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것 같았습니다. 


이런식의 이별이 납득이 갈리가 없었습니다. 


아직...제가 품어온 마음조차도 전달하지 못했는데. 


왜 먼저 그런 말을 하고 떠나버리신건가요. 




그래도... 살아나가는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말했어요. 데리러 오겠다고. 


저는 그 한마디에 매달려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로 합니다. 


그럴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영웅 칭호를 이용하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엘프들을 모아다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저 같은 불행을 겪는 엘프가 더 이상 없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지요. 


그리고 언젠간 찾아올 당신을...기다렸습니다. 






결국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마지막까지 그 약속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제가 끝까지 삶을 놓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얄미우면서도 상냥한 거짓말이었을까요?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당신과 함께 했던 그 찬라같은 세월은 


저의 긴 삶에서 가장 충실하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는것, 


그리고 저의 인생이라는 꽃이 가장 활짝 핀 순간이었다는거에요.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상냥한지 알려주셔셔. 





그리고 감사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게 얼마나 행복한것인지 알려주서셔. 








점점 에리나의 이름을 슬피 울부짖는 마을사람들의 목소리도 옅어지고


이윽고 그녀의 세계는 완전한 어둠에 잠긴다. 











그리하여 센트리온 제국의 영웅 엘프 


에리나 헤스피아는 별세하였다.  (생애: 제국력 552-672)














칠흑처럼 깜깜한 어둠속에서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사람같지 않은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NPC 코드 넘버 1004의 사망 확인. 


데이터 삭제 프로세스 개시. 










정정




관리자 권한에 의해 데이터 삭제 중지.


권리자 권한에 의해 NPC 코드 넘버 1004를 월드 R 로의 전이 프로세스 개시. 








눈을 떠보니 한번도 본적이 없는 천장. 


정신은 차렸지만 모든게 어색하기만 하다. 


자신은 분명 수명을 다해 죽었을터였다.



그녀는 신체를 내려다보자 옛날의 젊은 몸으로 돌아와있다는걸 확인한다.



이건...대체 무슨? 



그런 의문이 들던 그때. 


에리나. 


어딘가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목소리가 난곳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본다. 





다시는 못볼거라고 생각했던, 사무치도록 그리운 그 얼굴. 






미안해 에리나, 너무 늦게 데리러 와서. 



당신은 설마...아.....아........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눈물. 


만약에 이게 사후세계라면...무척이나 행복한 사후세계가 아니겠느냐고 


그녀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다. 


분명 그녀를 끌어안는 그 온기는 영락없는 현실이다. 






아렌님...정말 아렌님이신가요? 


응.


아...아렌님...!! 보고싶었습니다... 그리웠습니다! 100년을...줄곧 기다렸습니다...


그의 품속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에리나. 


그랬구나...나한텐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세계는 벌써 그정도로 시간이...


그 동안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정말이지! 그렇게 사라져버리면 어떡해요. 저는 아직...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었는데. 



혹시나 이게 꿈은 아닐지 불안한 에리나는 


그를 꽉 껴안고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그래도...그래도 약속을 지켜주셨네요. 


응, 이제부터는 쭉 함께야. 


더 이상은 놓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나도 더 이상은 널 혼자두지 않을게. 그러니까...


네? 





나와 함께, 다시 한번 긴 여행을 떠나줄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