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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카 B. 미첼이라는 사람이 P.L. "래니어" 앤더슨 주니어 소위를 인터뷰한 내용임



태평양 전쟁 당시 에니워톡에서는 보통 우리들한테 건조 식품을 배급했습니다. 하나는 호박이라고 적혀 있는 오렌지색을 띤 무언가였고 나머지는 고구마였죠. 둘 다 공들여 준비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항구에는 영국 해군 군함 네 척이 정박해 있었는데 어느 날 하선한 영국 수병들에게 동결건조한 감자를 조금 줬더니, 이틀 뒤에 제가 견시 당직일 때 빛으로 신호를 보내오더군요.


"너네들이 줬던 감자들 끓여도 보고 튀겨도 보고 쪄보기도 했는데, 이거 대체 어떻게 조리해야 하냐?"


우리 조리병들이라고 뭐 달랐을 리가요. 하지만 정말로 사람이 먹을 게 못 되었던 건 바로 분말 계란이었습니다. 전 두 번 시도해보고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제 아내랑 어머니가 보내준 통조림이 없었으면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함내에선 아침식사로 나오는 분말 계란을 억지로 먹어야만 했습니다. (케첩을 떡칠하면 좀 낫습니다. 으윽) 우리 기술장교는 167cm에 61kg이었는데 그 분말 계란 여섯개를 케첩 반 병을 곁들여서 먹어치우더군요. 그건 사관식당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차마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습니다.


동결건조 감자는 꼭 주사위같이 생겼는데 물을 먹여서 다시 불리면 그나마 매쉬드 포테이토로 먹을 만 했습니다. 우유도 분말 형태로 보급되었기 때문에 크림소스를 올린 감자 요리는 별로 맛이 없었습니다. 가끔씩은 분말 아이스크림을 먹곤 했는데, 차가웠다는 게 가장 좋았었죠.



M: 말씀하셨던 동결건조 식품 외에 주로 드셨던 건 뭔가요?


A: 보급함에서 소고기를 받고 나면 일단 3~4일만에 다 먹어치웠고, 그러면 다음번 보급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동결건조된 것들하고 통조림 말고는 특별히 기억나는게 없네요. 타라와에서는 해병들한테 종이 라벨이 붙은 통조림이 있었는데 하역 중에 통조림이 물에 빠져서 라벨이 떨어져버리면 조리병들은 자기들이 따고 있는 게 뭔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라벨을 쓰는 대신 통조림 겉면에 직접 찍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M: 조리장이 따로 있었나요?


A: 있기는 한데 소형함에는 따로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우리 조리장이 마른 사람이 아니기만을 바랬습니다.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을수 있냐는 그 사람 솜씨에 달려 있었죠. 식자재 보급은 어느 배에서나 비슷하게 이루어졌습니다.


M: 식사 시간은 언제였죠?


A: 오전 7시, 정오, 오후 5시였습니다.


M: 중간중간에 배고픈 수병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낵바 같은 건 없었나요?


A: 예,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배에선 술도 마실 수 없었고요.


M: 저희 아버지께서는 육군 병사들이 많이 먹었다는 스팸같은 가공육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혹시 그런 걸 드셔보신 적 있나요?


A: 아, 먹어봤었죠.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을 고기는 그거 뿐이었다고 해야겠네요. 주로 튀겨서 먹었죠.


M: 표류 상황을 대비한 비상식량도 주어졌나요?


A: 배가 침몰할 때 암호책하고 암호해독기를 바닷속으로 던져버리라는 말은 있었는데 비상식량에 대해선 기억나는 게 없네요. 그냥 제가 못 들은 걸 수도 있지만요.


M: 계급이 높은 장교들은 식탁을 따로 쓰거나 아니면 더 좋은 음식을 먹었나요?


A: 제가 탔던 배는 길이 94m에 수병 120명, 장교 10명이 탑승하는 호위구축함이었습니다. 장교들이 이용하는 사관식당은 하나뿐이었고 모두 한 식탁을 썼습니다. 식탁은 갑판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식기를 고정하기 위한 피들보드라는 물건을 그 위에 올려서 쓰곤 했습니다. 식기가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칸막이도 있었고, 의자에는 카라비너가 달려서 배가 흔들릴 때 의자를 식탁에 고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M: 어머님과 아내분이 보내주셨던 음식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A: 치즈, 정어리같은...통조림으로 만들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요.


M: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드시고 싶었던 건 뭐였나요?


A: 장교였던 제 친구 두 명이 저랑 같이 솔트레이크 시티로 돌아왔을 때, 저희들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가 김나지움에 있는 독신장교 숙소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저희 셋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알고 보니 다들 먼저 먹을 걸로 양상추랑 우유를 골랐지 뭡니까. 저희들은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근처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고, 그 뒤에는 장교 클럽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찍은 게 저 사진입니다.


통신 병과 출신으로서 토막 상식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전문은 기밀의 수준과 전달 속도에 따라 분류됩니다. 적이 발견된다면 일급 기밀/비상 전문을 보내는 식이죠. 1945년 8월 어느 날 밤 당직을 서고 있을 때 일급 기밀 비상 전문이 도착했길래 암호해독실에 있는 가장 솜씨가 좋은 암호병에게 최대한 빠르게 전문을 해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독된 전문은 저희 기지로 오고 있었던 홀시 제독이 보낸 것이었는데, 아침식사로 양면을 익힌 반숙 계란 프라이를 두 개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제독 정도 계급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분명 군법회의 감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해군을 사랑했고, 해군의 일원으로 복무했던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그 때 그 시절 식단과 식자재들을 마냥 비웃고 싶지만은 않네요. 사실 원시적인 건 맞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 모두를 먹여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압니다. 확실히 그 상황에 공감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