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시(man hours) 가 뭐냐? 공산품 하나를 만드는데 투입되어야 하는 노동시간이다. 어떤 물건이 1000인시를 요구한다면 1사람이 노동하면 1000시간, 2사람은 500시간 10사람은 100시간… 이런 식으로 노동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 인시가 적게 드는 물건일수록 당연히 생산성이 좋은 물건이지.


 미국의 공업능력은 다들 알다시피 표준화나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최저의 인시를 필요로 했어.

P-51은 생산이 시작된 1941년에는 12,000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44년에는 2,700시간, 45년이 되면 2000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이게 썬더볼트나 라이트닝같은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머스탱이 최후까지 살아남은 이유야. 경쟁작인 P-38은 43년에 14,800시간이었지만 44년에 9,600시간, P-47은 43년에 22,200시간이었지만 44년에 9,100시간까지 단축되었어. 두 기종 다 머스탱보다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머스탱보다는 생산에 시간을 너무 많이 들이고 두 배는 비쌌기 때문에 생산성이 5배는 좋고 가격은 절반인 머스탱이 최후까지 생산되게 돼. 

 폭좆기는 덩치도 크고 들어가는것도 많아서 인시도 많이 요구돼. 그래도 미국은 다른 나라가 전투기 찍어내는 수준으로 폭격기를 찍어낼 능력이 있었어. B-17은 43년에는 35,400시간이었지만 44년에는 18,600시간, B-24는 43년에 24,800시간에서 44년에  14,500시간, 경폭격기인 B-25는 43년 14,800에서 44년 10,400까지 줄어들어. 왜 독일이 영국 조지겠다고 폭격기 생산한게 개뻘짓인지 전투기랑 폭격기의 생산인시 차이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이지. 


 일본은 산업표준도 없고 회사들끼리 같은 부품을 서로 다르게 찍어낸데다가 육해군은 따로 놀고 공업생산능력, 정밀공업 모두 후달리는 국가였기때문에 당연히 생산에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어. 당장 같은 601카피엔진을 사용한 스이세이와 히엔이 엔진 부품호환이 안 되는걸 보면 얼마나 따로 놀았는지 알 수 있어.

 제로센이 나쁜 전투기인 이유는 성능이 구린 탓도 있지만 생산에 10,000인시나 잡아먹은 이유도 커. 얘네가 10000인시에서 놀고있던 시절에 미국이 2,700인시를 달성했으니까. 제로센은 부품 표준화도 안되고 쓸데없이 정밀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병신비행기였는데도 1만 인시나 잡아먹은거야.
 육군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나빴는데, Ki-43이나 Ki-44는 24,000~25,000인시를 요구했어. 그래도 Ki-84에 가서는 14,000시간까지 단축했지만, 품질은 점점 개판나고 있었고 핵맞기 얼마전에는 나무하야테까지 나오는 수준이었으니 개판 그 자체였지. 


 독일은 항공산업 부분에서의 표준화는 잘 되어있던 나라였고, 정밀공업은 최고수준의 나라였어. 그러니까 미넨게쇼스같은 물건을 다른나라가 하지도 못할때 풀빵찍듯이 만들 수 있었어. 때문에 메서슈미트, 포케불프 모두 생산인시를 그렇게 요구하지 않아. 109가 가장 많이 생산된 전투기인 이유는 G형 기준 4000시간이면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야. Fw190은 5000시간 정도 돼.


 이탈리아는 공업생산능력이 워낙 후져서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첸타우로나 사지타리오 모두 109시리즈보다 뛰어난 전투기였지만, 몇대 못 만들고 생산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독일도 이거 생산할까 하다가 109나 계속 만들기로 해. G.55가 15,000시간, Re.2005가 20,000시간 이상 걸리는걸 보면 저거 한대 넣을 시간에 109 여러대 집어넣는게 수지가 맞는거지. 생산성을 안 추구하고 너무 고성능만 추구해서 전투기가 복잡해지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두 기종 각각 274대, 50대가 생산량 전부인 걸 보면 답이 나오지.


 영국은 스핏파이어가 유명하긴 한데, 스핏파이어는 늘 물량부족에 시달렸어. 스핏파이어는 생산에 15,000시간이나 요구했고 전쟁 후반에 가서도 13,000시간이나 투입해야 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너무 구렸어. 그나마 생산성을 고려하고 만든 허리케인은 10,300시간이면 됐기 때문에 본토항공전에서의 주력은 허리케인이었고, 전쟁 후반에 가서도 영국의 주력전투기는 미국에서 사온 머스탱이 독일 침공을 담당했고, 본토방공은 타이푼, 템페스트가 담당했어. 타이푼은 11,000시간정도라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거든.

 영국 폭좆기들도 생산성은 처박은 수준이었는데, 할리팩스는 76,000시간, 휘틀리는 52,000시간, 소고기 웰링턴은 38,000시간, 맨채스터는 52,100시간, 스털링은 75,000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역시 폭격의 주력은 B-17, B-24였어.


 소련은 독일한테 이겨서 뭔가 공업생산능력이 좋았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어. Yak-3는 18,000시간, Yak-9는 15,000시간이었고, 라그기들도 비슷한 수준이었어. 나무로 만든 병신비행기가 저 수준이었으니 소련이 루프트바페한테 개털린건 너무 당연한거지.


하여튼 결론적으로 성능 구린거같은데 존나 많이 찍어냈다 하는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