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가 누군지 이제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고독하다. 군대 전역하면서 이제 그간 우울 씻어내고 특급전사 답게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답게 남들처럼 잘살아 보자 재밌게 살아보고 싶었다. 복학하고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바람앞 등불같이 흔들리던 내 신념을 지켜주고자 하늘이 주신 선물 같았다. 그리고 내생에 가장 따뜻했던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꽃이 피고 떨어지고 녹음이 짙들 무렵 그녀가 내게 이별을 고했다. 숨막힌다고. 맞다. 난 어쩌면 숨막히는 사람인 것 같다. 생명이 찬란히 자태를 뽐내는 그 늦 봄 내 신념은 떨어트린 유리잔 처럼 부숴졌고 길을 잃었다.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당면한 중요한 현실에 부딪혔을 때 난 좋아지고 있던게 아닌 그저 덜 추하게 덜 공포스럽게 추락하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나 좋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