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글에서 이미 강조된 사항이긴 하지만 사실 90년대 들어 퇴역각이 가장 날카롭게 잡혔던 건 톰캣이 아니었음. 당시 미 해군 항모비행단에서 운용되던 기체 중 가장 먼저 비행갑판에서 방출될 예정이었던 건 1997년까지 전부 퇴역하게 되는 인트루더였는데, A-6F/G같은 개량형 인트루더들도 개발이 취소된 시점에서 그 대체제를 찾는 게 상당한 골칫거리가 됨. 



미 해군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1983년부터 진행되던 ATA 사업을 통해 개발될 A-12 어벤저 II가 인트루더를 대체할 예정이었음. 어벤저가 실제로 완성이 되었다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스텔스 공격기라는 점에서 인트루더의 후속기로 부족한 점이 없었겠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겹쳐서 개발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1991년 1월에 사업이 취소됨. 여기에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함



한편 80년대 말부터 해군은 공군이 진행하고 있던 ATF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1988년부터 이와 연계해서 스텔스 함재 전투기를 개발하는 NATF 사업을 진행하게 됨. 하지만 YF-22든 YF-23이든 태생적으로 육상기였기 때문에 함재기로 만들면서 기골과 랜딩기어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무게가 늘어나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고 이 문제로 남의 사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것도 1991년에 큰 성과 없이 취소되기에 이름



ATA, NATF가 둘 다 취소된 시점에서 미 해군은 일단 그 대안으로 맥도넬 더글러스에서 제안한 호넷의 확대 개량형인 F/A-18E/F 슈퍼 호넷을 주문하는 한편 A-6의 퇴역으로 장거리 타격 능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인트루더를 대체할 차세대 함상 공격기를 개발하는 A-X 사업을 시작하고, 이건 다시 F-14와 공군의 F-111을 동시에 대체할 전술기를 개발하는 A/F-X 사업으로 확장됨. 근데 이것도 1993년에 망해버리면서 90년대가 끝나기 전에 도입할 수 있는 신규 기종은 슈퍼 호넷이 전부가 되어버림


물론 ATA NATF A/F-X 전부 망한 시점에서 미 해군이 손을 놓아버린 건 아니고 인트루더 퇴역으로 생기는 공백을 기존 톰캣의 개량을 통해서 메꿔보려는 시도도 했었지만, 톰캣은 태생적으로 제공 전투기였기 때문에 그루먼과 미 해군에서 제안한 대로 개량한다고 해도 다목적 전투기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1차적으로 문제가 됨. 게다가 슈퍼호넷 배치 전에 땜빵용으로 쓰기에도 시기가 안 맞아서 굳이 대대적으로 개량하는 데 돈을 쓸 당위성이 없었고, 결국 일부 기체들에 제한적인 지상공격 능력이 추가되는 선에서 끝남



물론 슈퍼호넷도 항속거리가 인트루더보다 짧다는 등의 문제로 말이 좀 많긴 했지만 그나마 냉전이 끝나면서 미 해군이 연안전 전략으로 전환함에 따라 항속거리 감소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대충이나마 정리가 되었고, 예정대로 퇴역하게 된 A-6과 F-14가 하던 임무는 새롭게 도입된 슈퍼호넷에게 넘어감. 물론 중국의 접근거부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이 항속거리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긴 했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