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은 물고기나 심해생물 이름으로 지었지만 당시 해군에는 운용, 건조, 계획중이던 잠수함이 약 500척이었고 정말 많은 물고기 이름을 써야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거만큼 물고기 이름이 많지가 않다. 더 정확히는 해양학자들은 물고기 이름을 보통 라틴어로 지으니까, 일반인-수병이 1. 발음할 수 있고 2. 스펠링을 알고 3. 딱 듣고 물고기인줄 알 법한 이름은 더더욱 적다.


Trout, Bass, Salmon, Shark 같은건 내가 업무 담당하기 한참 전에 다 매진됐고, 난 해안가 식당에서 절대 볼 일 없는 Spinax, Irex, Mero, Sirago 같은거나 쓸 수 있었다. 


잠수함에 쓰인 이름이 물고기 이름인줄 알기는 정말 어렵다. 그나마 흔한편인 물고기 이름 4가지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Ten-pounder, Red Squirrelfish, Shiner, Big-eyed Scad. 미해군 함선 이름을 USS Big-eyed Scad로 짓는건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쟤네 학명을 쓰는건 더더욱 말이 안되고 (Elop Machnata, Holocentrus diadema Lacepede)


그래서 우리는 편법을 자주 썼다


USS Shark = USSTiburon (Shark의 스페인어)

USS Wahoo = USS Ono (같은 물고기)

USS Jack = USS Amberjack = USS Ulua (같은)

USS Pompano = USS Pampanito (같…)

USS Devilfish = USS Diablo

USS Chub = USS Hardhead

USS Tuna = USS Tunny = USS Bonita

USS Eel = USS Moray = USS Conger


…그중 잠수함에 해삼 이름을 붙인건 내 실수였다.

Trepang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전에서 봤을땐 괜찮아 보였다. 설명엔 라틴어로 뭐라뭐라 되어있었지만 해양에 살면 다 똑같은거 아닌가? 누가 나한테 그게 해삼 이름이라 알려줬을때 그 잠수함은 이미 운용중이었다. 운용중인 배 이름을 바꾸는건 어려워서 아마 지금도, 또는 박물관에 USS Trepang이라는 이름을 가진 잠수함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잠수함 작명할때 재밌었던 일로는 국립박물관과 협업한게 있겠다. 전쟁이 끝나고 해당 박물관장 왈 “해군이 잠수함에 우리가 알려준 물고기 이름을 붙이는 동안, 우린 새로 발견한 물고기에다 잠수함 이름을 붙였다“


자세한 내막은 이랬다. 나는 사전을 훝어보면서 대충 ‘물고기’ 같아보이면서 좋은 단어를 찾으면, 난 박물관에다 이런 물고기 이름이 있냐고 물어봤다. 박물관은 당연히 없다 그럴테고.


그럼 박물관에선 대충 ’새로 발견해서 학명은 있지만 별칭은 없는 물고기‘ 이름을 내가 찾은 단어로 짓고, 나는 그걸 잠수함 이름으로 쓴 것이다. 그야말로 수요와 공급의 완벽한 일치였다. 





이름 짓기 시작한지 얼마안가 잠수함 승조원들이 내게 자기 잠수함 이름으로 붙은 물고기의 사진을 요청해왔다. 근데 그 시점에서 난 바다 속에만 있으면 어떤 생물이든지 갖다 써왔고, 외형이 어떤지는 신경쓰지도 않았다. 


국립박물관에서 내가 잠수함 이름을 딴 끔찍한 해양생물 실물 사진들을 보내왔을 때, 난 6피트 거구의 잠수함 승조원이 직접 찾아와 사진을 액자째로 내 대가리에 때려박는 악몽을 꿨다.


그런 사진을 자기 잠수함 이름 따온 물고기랍시고 받은 승조원들 사기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난 대충 송어사진을 보내주는 지휘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비슷한 상황을 대비해 송어, 연어 등 잘생긴 생선 사진을 몇가지 보관해왔는데, 아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겠지만 어쩌겠는가, 전쟁은 계속 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