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해서 지점장을 맡은 지도 이제 어연 8달이 되어간다.


오늘 4시에도 나는 혼자, 불을 끈 채, 가게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오늘도 아침에 말했다. "오늘 어깨가 너무 아프니까, 네가 끝까지 해."


또다. 화요일에는 11시 반부터 10시까지... 10시간 반동안 내내 내가 끝까지 도맡아야 한다. 분명 화요일에는 자신도 나간다 하지 않았나. 지점장이면서 하루종일 가게에 얼굴 하나 안 비추는 게 말이 되나?


하기야 8달 전에 객기로 계약을 한 것부터가 무모하긴 했구나...




생각해보면 방학을 한 지도 이제 2달이 되어가나.


2달동안 나의 커리큘럼은 매우 단순했다.


집. 가게. 집. 가게. 집. 가게. 집. 가게.


기상하고 나면 가게에서 일하러 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조금 폰을 만지다가 양치도 못하고 잠에 든다.


헐레벌떡 일어나 가게에 간다.


다시 집에 돌아와...


방학이지만 여행도, 여유도, 게임도, 추억도 뭣도 없다.


차라리 수능에 목숨이 강제로 걸린채로 학교에 돌아오면 공부부터, 잠에 들면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공부, 그러던 고등학생 시절이 더 나은 것 같아...


그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할 정도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어머니에게 나는 공짜인력으로밖에 인식이 안 된다.


이젠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도 없이, 가게 사업을 잇는데만 급급하고 있다. 본사 매니저에게 떼를 쓰고, 본사 사장에게 욕을 한다. 아들이자 점원 입장에서 옆에서 보고 있자면, 기가 찬다.


2월 14일엔 프랜차이즈 종료 처분이 내려진다고 했지. 그때가 되면 어머니는 어쩔까. 억지를 부려서 다시 날 프렌차이즈(이젠 아님)의 점원으로 써먹을지, 아니면 자포자기한 채 집에 머무를지... 솔직히 별 관심도 없다. 지칠 대로 지쳐서 가게가 어떻게 되건 말건 관심도 없어졌다.





그런 고로 오늘, 2월 6일 4시.


난 가게에서 조용히 핸드폰 중이었다.


지금은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요리사 아주머니께서 3시부터 5시까지는 휴식을 요구헀기 때문이다.(솔직히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분도 못 버틸거다.)


원래라면 그 동안의 시간부터 어머니가 대신 근무해야 하는 거지만, 어머니는 오늘 "너무 어깨가 아파서" 안 나오겠다고 선언했으니, 그동안 가게 문은 닫을 수밖에 없다.


요새는 이렇게 3시부터 5시까지 가게 문을 닫고 있을 때도 많다. 어머니는 "우리도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거다"라고 명분을 붙였다. 본사에게 묻지도 않고 2시간씩이나 가게를 닫는 게 용납되기는 하냐는 말은 지쳐서 꺼내지도 않았다.






핸드폰을 보다 보면 고간에 손이 가게 된다.


욕망이 넘치는 21세.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시도때도 없이 마려워진다. 가게. 집. 가게. 집.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쌓일 대로 쌓이는데, 배출할 기회는 적다. 

집에 돌아가서 잠들기 전까지 그 짤막한 시간동안 발정이 나면 하는 거고, 안 나면 그대로 자는 거다.

심할 땐 일주일 쨰 못 할 때도 있다.




더 좆같은 건 내 몸도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시도때도없이 발정이 나기 시작했단 거다.

가게에서 일하다가도 내 식이다 싶은 사람이 들어오기만 하면 발기가 된다.

아무 일 없이 핸드폰에서 가챠겜을 하고 있다가도 발기가 된다.

이게 참 미치겠다.

더 좆같은 건 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니 이걸 해소할 수도 없이 식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역시 꽃다운 나이엔 가게에서 인생을 소비하면 안 되는 건데. 이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태어난 걸 원망해야지.


오늘 4시도 마찬가지였다.

어젯밤은 기회가 있어서 했는데도, 오늘 4시에, 불 끄고 문 닫은 가게에서 혼자 핸드폰을 하고 있자니 서 버린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손님도 맞아야 하니, 일해야 하니, 그런 일들을 하다 보면 어찌저찌 가라앉혀지지만...




아무도 없는 가게를 보고, 유혹이 솟아올랐다.

이대로 가게 화장실로 가서 빼버리면 안되는 걸까.




어머니가 연 식당은 같은 1층의 미용실, 지하 1층의 주점 겸 노래방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있다.

다행히 식당과 미용실이 개업한지 8달밖에 안 되었기에, 화장실은 깨끗하게 유지 중이다.

얼룩 하나 없는 게, 쓸 때마다 "가게를 연 건 다 안 좋은 선택이었지만 화장실만은 좋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휴지가 없는게 단점이지만, 가게에서 챙겨가면 문제는 없다.


주점 겸 노래방은 애초에 오후 6시부터 연다. 지금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용실은? 기본적으로 여성 분이 운영하시고, 그녀의 딸도 옆에 있는 정도다. 남자화장실에 들어올 일이 없다!


기회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난 이미 VPN으로 마리망을 키고, 휴지를 챙기고 있었다.






기회는 개뿔 시발.


변기칸에 들어오고서 몇 번 피스톤질을 하자마자 옆칸에서 헛기침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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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손님 들어와서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