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과 뇌피셜이 섞여있긴 하지만 대충 지껄여보겠음.

행자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갈망」이 신의 눈을 얻기 위한 핵심 요소인건 확실함.



문제는 이 갈망이 존나게 순수한 갈망이어야 된다는거임

특히 신의 눈을 얻고 싶다는 갈망이 섞이면 조건 탈락이라는게 악질적.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에 피슬과 베넷을 예시로 들어서 설명해보겠음.


피슬은 흔히 말하는 중2병 캐릭터임.

유야정토의 황녀라는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서 컨셉잡고 살아가는 캐릭터.

하지만 피슬은 유야정토가 결국 환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환상을 만들 수 있는 자신의 상상력이 자신의 힘의 원동력이라고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올곧은 노력가이기도 함.

그런데 이런 피슬이 만들어낸 환상인 유야정토의 황녀에는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음.


이게 피슬 스토리에 나오는 피슬 황녀 야화 1권의 내용임.

그냥 평범한 중2병 스토리로 보이지만 원신의 설정과 엮어서 생각해보면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이 눈에 띌거임.


바로 피슬의 환상에 신의 눈이나 원소의 힘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티바트는 원소를 다루는 신과 원소의 힘을 주는 신의 눈, 그리고 신의 눈에게 선택받은 신의 눈 사용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임.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중2병이면 "신에게 선택받아 번개의 신의 눈을 가진 특별한 나 자신"이나 좀 더 중2병스럽게 "일곱 원소의 힘을 전부 다루는 특별한 나 자신" 같은 걸 상상했을거라고 생각함.

하지만 피슬은 그러지 않았음.

피슬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성이 여기 있는데, 피슬은 중2병 캐릭터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에는 별로 집착하는 성향이 아님. 

그보다는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이 존나게 멋져서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거에 가깝지.


심지어 신의 눈을 얻은 다음에도 신의 눈을 가지고 설정을 변경하는게 아니라 적당한 고유명칭으로 상상에 편입시킨게 그걸 증명함.

이처럼 피슬한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상인 유야정토이며, 신의 눈은 그렇게 특별한게 아님.

그렇기에 피슬은 신의 눈을 갈망하지 않았음. 티바트의 다른 사람들이 무척 특별하게 여기고 동경하는 신의 눈을 원한 적이 없음.

그저 내가 좋아하는 환상 속의 내가 될 수 있기를 갈망했지.





다음으로 베넷. 불행하기 그지 없는 모험가. 

심지어 자기만 불행한게 아니라 베넷 모험단에 가입한 다른 모험자들한테도 불행을 전파하고 다니는 불행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임.

그런 베넷이 신의 눈을 얻은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지.


죽을 것 같을 정도로 다치고 상처입으며 헤쳐나간 지옥 같은 여행 끝에 아무것도 없었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님들 자신이 베넷과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걸 느꼈을 것 같음?

몬스터가 가득한 던전을 헤치고 기껏 도착한 곳에는 텅 빈 보물상자.

몸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며 점점 차가워지고 털썩, 쓰러지면서 정신은 점점 어둠에 잠기지.

인생의 마지막일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내게 신의 눈이 있었다면, 여기서 죽을 일은 없었을텐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신의 눈 각성 못하고 그대로 뒤짐.

하지만 베넷은 마지막까지 '모험'에 집착했지 신의 눈에는 어떤 마음도 두지를 않았음.




지경이 결국 신의 눈을 각성하지 못한 이유도 이거랑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음.

지경의 갈망은 모험에 있는게 아니었음. 신의 눈이 없는 평범한 인간에게도 집념이 있고 존재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게 지경의 갈망이지.

또한 동시에 지경은 신의 눈을 특별시하고, 신의 눈을 하사받기를 원해왔었음.

다시말해 지경이 가진 갈망의 본질은 신의 눈을 향한 동경이며, 신의 눈을 가진 자를 향한 질투임.

만약 지경이 신의 눈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소한 그녀가 품고 있던 "신의 눈이 없는 평범한 인간에게도 집념이 있고 존재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은 그 순간 이룰 수 없게 됨. 자신은 신의 눈을 손에 넣었고, 그렇기에 평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처럼 아무리 절실하고 간절한 갈망일지라도, '신의 눈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포함된 순수하지 않은 갈망은 신의 눈을 각성시킬 수 없음.

다시 말하자면 신의 눈은 개인의 노력과는 쥐뿔도 연관 없음. 갈망의 순수함과 강렬함이 가장 중요하지.

이대로면 죽을 것 같은데 신의 눈이 있으면 살 수 있다 - 탈락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신의 눈이 갖고 싶다 - 탈락

내가 평생을 바친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신의 눈이 필요하다 - 탈락


신의 눈에는 별 관심 없고 그냥 엄청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음 - 합격




다른 플레이어블 신의 눈 사용자들도 다 마찬가지임.

진은 신의 눈이 있든 없든 몬드의 수호자였음.

클레는 신의 눈이 있든 없든 폭탄마가 되었을거임.

각청은 신의 눈이 있든 없든 리월의 옥형성이 되고자 했을거고.

감우는 애초에 신의 눈을 안쓰지.

신의 눈이 강한 힘을 주고 무척 유용한 건 사실이니 만약 이들에게 신의 눈이 없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겠지.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었을거임.

이들에게 있어서 신의 눈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그냥 좀 더 유용한 도구일 뿐이니까.


신의 눈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에 이렇다할 계급구조가 없는 원신의 사회구조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음.


왜냐면 신의 눈 사용자는 자신이 신의 눈 비사용자보다 특별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모나, 한운, 요이미야 등의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신의 눈 사용자들은 신의 눈이나 신의 눈에 선택받은 자기 자신을 특별시하지 않음.

반대로 말하자면 신의 눈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신의 눈 사용자를 특별히 여기는 선민의식을 가진 자, 신의 눈을 가지고 남들 위에서 군림하려는 사람들은 신의 눈을 각성하지 못함. 신의 눈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들의 갈망은 순수하지 못할테니까.

더 우월한 힘을 가진 쪽이 떠받들여질 생각을 가지지 못하니 계급구조가 제대로 생길리가 없지.


자, 그럼 왜 이런 순수한 갈망을 기준으로 신의 눈을 내려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우선 신의 눈은 그냥 좋기만 한 선물이 아닌 감시장치나 족쇄라는 설이 대세임.

만약 자신이 셀레스티아를 통치하는 신이라면, 누구한테 감시장치를 달겠음?

신의 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면서, 신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흔한 일반인?

아니면 신의 힘에는 쥐뿔도 관심 없고 그냥 세상을 불태우고 싶을 뿐인 폭탄마?

세상을 통치하는데 있어서 경계해야 될 것은 통치자에 대한 존경이나 경외보다 자신의 갈망이 더 소중한 미친 놈들이지.

그렇기에 위협이 될만한 존재들에게 이거 가지고 만족하라는 의미로 신의 눈을 주면서 덤으로 감시도 하는게 신의 눈 하사 기준의 의의라고 생각함.

갈망 자체가 직접적으로 위협적인 사람한테만 주면 너무 눈에 띄니까 이토나 요이미야처럼 그냥 소소한 소원을 가진 사람들도 일괄적으로 하사하는거고.


아니라면 님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