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원신 스토리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그리고 싶어하는게 뭔지는 명확한데 늘 맛있게 살리지 못한다'임
이번에도 스토리로 아를을 어떻게 조명하고 싶은지는 금방 알 수 있었음

1. 강하고 냉혹한 우인단 집정관이면서 벽난로의 집을 보호하는 든든한 왕이라는 갭
2. 구성원들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정보력과 장악력, 느비를 구워삶는 협상력
3. 처형이라는 명목하에 기억소거후 풀어주는 의외의 자비로움
4. 아직 여행자는 아를의 상대가 되지 않고 한참 부족
5. 아를이 했다고 보여진 것들 중 일부는 전대 아를과 도토레의 작품



아를 전임은 원신 스토리 중에서는 상위에 속한다고 느껴지고, 난잡함이 별로 없고 간결하다는 점이 좋았음
왕으로서의 대비(아를-리니)도 그렇고, 벽난로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선악을 치워버리는 방식의 전개도 무난한 선택이라 봄
크레이비 기존 npc 재활용 안한거는 굳이 칭찬할 건가 싶지만 몰입 저해 요소를 줄였다는 점에서 좋았음


다만 내가 고질적 문제라 보는 '허술한 묘사, 교차검증의 부족, 이전 설정을 폐기' 역시 여전하다는 느낌

출신, 서열 등을 감안했을때 아를레키노가 충분히 강하다는걸 보여주는건 합리적인 방향임
그리고 사람마다 평은 갈리겠지만 여전히 여행자는 준비가 안됐다는 쪽으로 가는 것도 할 수 있는 선택이라 봄
3위부터는 신급이니 4위도 거의 그에 준한다 쳐도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기도 하고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묘사 수준이라고 생각함
외부인이니깐 티바트의 일반적 룰이 통용되지 않는다 쳐도, 본인이 원소를 회복할수록 힘이 돌아온다고 분명히 말했었음
근데 원소도 안쓰고 칼질 몇번에 생채기도 못내고, 영역 내에선 굳어서 꼼짝도 못하는 식으로 무기력하게 당한건 서사의 긴장도 고조도 전혀 살질 않았음
이야기 외적으로 보더라도 이런 일방통행이 재밌을까 싶더라

말 그대로 꿈틀도 못하고 진 느낌이고 이런걸 보면 앞으로도 빌드업은 기대가 안된다고 할까, 주인공에게 급작스런 레벨업 이벤트 넣은 다음 점핑할게 눈에 보인다고 할까 같은 느낌



그리고 아직도 '알고보면 얘도 착함' 일관인것도 아쉬운 점임

나쁜놈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도 내 편만큼은 끔찍하게 챙기는 악역이라든가

악행만을 일삼으면서도 때때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파괴적이고 예측불허인 악역이라든가
빛과 어둠 양 측에서 갈등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띠는 위선적 악역이라든가
인간적인 면모도 있지만 유불리를 따지며 배신하는 소시민형 악역이라든가

얼마든지 재미있는 악당들을 만들수가 있는데 어떻게든 다 '도토레'를 통해 워싱을 하고있음
물론 이번거는 세탁이라기보단 별로인 서술트릭, 설정추가에 가깝긴 한데 큰 차이는 없음
'우인단으로서 할 일을 분명히 하지만 지켜야 할 곳은 지킨다'에서 전자가 별로 강조되질 않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짐
이건 작가보다 그쪽 사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거도 서사의 텐션을 팍 낮춰버려 재미없게 만드는데 일조함


이야기를 밋밋하게 만들수밖에 없다 쳐도, 양념조차 치지 않는것도 좀 그럼
밸런스 문제는 강림자이기 때문에 룰이 그대로 가지 않는다거나 아를이 규격외라는 점을 강조한다거나 하는 덧붙임만 있었어도 훨씬 좋았을 테고, 캐릭터성 문제는 우인단 내의 다양성을 좀더 강조하면서 이해관계의 상충에 집중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했을거니까



아무튼 내 감상을 정리하면
이야기 자체는 원신의 스토리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편이나
그간 큰 틀에서 지적당하던 점들 포함한 단점도 여전해서 생각보단 맛있지 않았다 정도 인듯
'냉혹'함을 강조하는 편이 더 좋았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