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딱 폰타인 마신임무 끝날때 유입해서 몬드 ~ 폰타인까지 스토리 막힘없이 쭉 밀어서 한번밀고 좀 텀 가지고 밀었던 사람들이랑 감상이 좀 다를수도 있음.


 일단 폰타인 스토리에서 여러 모티브가 섞여있는것 같음. 일단 느비-푸리나-포칼로스 이렇게 셋이서 기독교에서 흔히 말하는 삼위일체에 성부-성자-성령의 관계와 비슷한 느낌이라던지, 마지막 장면에서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는 장면이나 이런걸 보면 폰타인의 기반 설정에 기독교적 설정이 약간은 들어간 느낌이였음. 

 근데 난 이것보다 폰타인의 전체적인 스토리의 틀이 '그리스 비극'에서 좀 많이 차용한 느낌이 들었음.

심판청이 다른것도 아닌 '오페라' 하우스인것(오페라는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것으로 시작되었음), 주인공인 여행자가 이번엔 참여자의 시점이 아닌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으로써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는점, 그리고 캐릭터들의 배역이 그리스 비극적 요소와 어느정도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함.

 일단 가장 논란이 되는 느비예트부터 볼건데. 일단 느비예트는 그리스 비극에서 흔히 사용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생각함. 이게 뭐냐면, 극이 진행되다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이 일어나면 갑자기 올림푸스의 신적인 존재가 나타나서 해결해주는 이런 배역인데, 느비예트가 딱 이런 역할이였던것 같음. 

 얘가 워낙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만 나타나서 그렇지 사실 전체적인 분량을 보면 느비예트는 종장인 5장을 제외하면 분량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님. 다만 상황이 아수라장이라 수습이 힘든 상황에서 이런 '장치'로써의 역할로 등장을 했음. 딸딸이가 지랄할때 한번에 조진다거나, 특히 진짜로 인간의 힘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한 모태바다의 범람을 잠재우는 장면에서 이걸 특히 느꼈음. 

 그렇다고 이게 자캐딸인가? 하는 거에서는 좀 의문이 들었음. 사실 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결국 극중의 등장인물에 불과해서, 결국 극 안에서만 전지전능에 가까운 힘에 발휘하지, 결국 극의 진행대로 배역을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함. 실제로 예언대로 심판을 진행하기도 했고. 이는 여러 신화에서,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 자주 나오는 '자기 실현적 예언'같았음. 

 사실 얘가 자캐딸 아니냐라는 생각이 드는건 배역의 특성상 컷씬이 조금 자주 나온다는것, 그리고 그냥 캐릭터 성능이 미친놈이였다는 외부적인 영향이 조금 컸다고 생각함. 

  두번째는 푸리나 관련인데, 일단 이름의 모티브인 '푸리나'의 이름이 로마시대때 신앙되다가 신앙이 끊김 호수의 신이자 정의의 신이였음. 그리고 마신 포칼로스도 일단 다른 마신같이 솔로몬의 72악마에서 따온것으로 추측되고 그중 21위인 '포칼로르'로 추측되는데, 얘는 바다의 지배자라는 이명이 있어서 딱 맞는것도 있지만 외형적 특징중에 그리스 신화에서 자주 나오는 괴수인 그리폰의 형태라고 함. 사실 이건 내 확대해석일수도 있고.

 푸리나, 그리고 포칼로스의 배역은 그리스 비극에서 나오는 히로인의 역할임. 그리스 비극은 반드시 여자 배역의 희생이 수반이 됨. 유명한 비극중 하나인 오르페우스에도 그의 아내가 마지막에 다시 명계로 끌려가버리는 요소가 있음. 즉 푸리나는 비극에서 희생하는 히로인1의 역할이자 예언의 피하려하는 인간의 배역, 그렇지만 결국 운명은 절대적이기에 그 운명에 휩쓸리는 배역이라고 볼 수 있음. 

 포칼로스는 좀 복합적인데, 얘는 이 비극의 배역이자 감독이자 각본가와도 같은 존재임. 기본적인 예언의 틀이 있는데, 그 예언을 실현하되, 그 예언의 세부내용을 완전히 비틀어버렸다는 점에서 '운명은 절대적이다'라는 그리스 신화적 내용에서 폰타인 스토리가 벗어나게 된 계기중 하나이기도 함. 

 즉 포칼로스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히로인2의 역할이자 이 비극에 '희극'적 요소를 추가한 각본가이자 전체적으로 조율한 '감독'과도 같은 존재임. 우리가 생각하는 초월적인 신적 존재와 가장 어울리는 존재라고 난 생각함. 

 푸리나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하자면, 푸리나에 대한 묘사가 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함. 솔직히 마신 임무 내에서는 워낙 숨겨야할게 많아서 이해하는데, 사실 느비예트가 오기전까지 폰타인을 실질적으로 굴린건 푸리나였고, 여행자가 강림자라는 사실을 자력으로 알아냈다거나, 여러 정보망을 통해서 여행자가 폰타인에 올 시간을 정확히 예측한걸 보면 나름대로 뭘 많이 했다는걸 '추측'할 수 있는데, 이걸 전설임무에서 좀 풀어줬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으니 사람들이 "얜 도대체 뭘한거임?"이런 말이 나오는것도 이해는 감. 이건 솔직히 전임2 만들어서 좀 풀어줬으면 좋겠음.

 세번째는 여행자 관련인데, 이번에 우리는 주인공의 입장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폰타인 스토리를 관람했음. 예언은 결국 실행될것이고, 우리는 여러 사건에 휘말리지만 결국 예언은 실행되었으니까. 근데 여행자의 포지션은 진짜 독특한게, 관람자의 역할이자 참여자의 역할이자인데, 포칼로스도 결국 티바트 전체를 봤을때는 극의 참여자적 역할이 강하지만 여행자는 이런 사건에서 철저하게 '외부인'일 수 있음. 이게 뭐냐면 티바트의 운명에서 얘는 아예 상정하지 않은 완벽한 변수라는 거임.

 위에서 포칼로스가 비극에 희극적 요소를 더했다고 했는데, 이런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 시켜버린게 사실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함. 예언 자체가 천리가 폰타엔에 때려박은 예언이라 우리가 바꿀수는 없었지만, 강림자라는 특성상 운명밖의 존재라 세부적인 내용을 완전히 뒤틀어버릴 수 있는 존재였음. 사실 여행자가 이 예언에서 부정적 요소를 줄 수 있었으면 포칼로스가 여행자에게 적대적 태도를 보일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자는 기본 스탠스가 일단 질서선 계열이라 예언의 방향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이끌어갈것이라고 판단해서 그냥 놔뒀을 가능성이 높음. 

 실제로 여행자가 없었으면 결과 자체는 폰타인 사람들의 구원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좀더 사람들이 많이 죽었을 가능성이 높음. 만약 여행자가 없었다는 가정하에 일어났을 일을 상정해보겠음.

1. 딸딸이가 심판을 안받았을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래를 막을놈이 없어서 고래가 좀 더 빨리 개판을 치는 바람에 폰타인이 개지랄이 날 가능성이 높음. 

2. 리니 리넷 프레미네는 그대로 교도소행이다.

이러면 아를레키노가 뭔짓을할지 예상이 안감. 진짜로 폰타인이랑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꽤 높음. 

3. 시바셰키는 그대로 실험을 진행한다.

당연히 사건 파해치던 나비아와 그 이후에 여러 사람들은 그대로 사망행

4. 푸리나의 심판이 생각보다 늦게 진행된다

여행자가 있을때는 여행자+일행들이 계획을 통해 빠르게 푸리나를 심판대에 올림. 그래서 폰타인에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예언을 실행시켜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데, 그럴수가 없으니 폰타인이 아주그냥 쌩지랄이 날때까지 기다려야 푸리나의 심판이 진행될수도 있음. 느비가 아무리 최고심판관이여도 일단 폰타인의 국가 수반은 푸리나니까.

 월퀘적 요소는 예언후의 요소라 빼겠지만, 사실 이것도 여행자가 없으면 일단 사건이 터지고 후속처리를 하기 때문에 결국 폰타인이 개지랄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음. 

 결국 뭐냐, 우리가 뭘한거임? 이라고 해도 여행자가 개입함으로써 예언의 세부적인 요소에 뭔가 덕지덕지 추가가 되서 피해 규모 자체가 엄청 축소가 되어버림. 원래 폰타인 예언은 포칼로스 혼자 남아버리는 완전 비극인데, 여기서 포칼로스가 푸리나를 따로 떼어내고 예언을 비틀어버리는 계획을 세우면서 폰타인 국민을 어느정도 존속시키는 방향의 '희극적'요소를 추가했다면, 여행자는 여기에 개입하자마자 이 극에서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를 시켜버린거임. 

 결국 문제는 스토리에서 여행자 묘사를 좀 이상하게 한게 좀 문제라고 생각함. 솔직히 캐릭터가 갑자기 툭툭 튀어버리는 느낌이 폰타인에서 좀 있었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세부 디테일이라고 생각함. 스토리의 큰 전개는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음. 메로피드 요새도 사실 우리가 고래에 대한 정보 + 원시 모태 바다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장소라 한번은 가야하는 곳이였는데, 여기를 너무 길에 늘어뜨려 버리는 바람에 좀 그렇게 되어버린 느낌이 강했음. 벽난로 고아 3인방쪽도 여행자가 원래 우인단이라고 막 적대하는 애는 아니라지만, 인물 관계 묘사가 너무 빈약했고, 행동 동기도 많이 빈약했던것 같음. 

 이런 요소는 수메르랑 비교하면 진짜 차이가 나는데, 수메르는 1장부터 5장까지 정말 치밀하게 쌓아 올라갔음. 디자인 돌려쓴 라흐만같은 애도 마지막에 얘가 없었으면 스토리 진행이 힘들정도로 캐릭터 하나하나 배역을 정말 철저하게 설계했기에 수메르 마신임무가 평가가 좋았다고 난 생각함.

 근데 폰타인은 '결'의 부분은 솔직히 지금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함. '기'의 부분도 괜찮았다고 생각하고. 근데 '승'과 '전'이 좀 애매함. 이나즈마럼 기승승승승ㅇ승승스ㅡ읏으스읏으ㅡ트승으스읏으승승결 이런 느낌은 아니고 기승저언?결 이런 느낌이였음. 스토리 자체는 괜찮게 짰는데 디테일이 뭔가 하나씩 부족한 느낌이였음. 그래서 난 폰타인 스토리가 '안좋다' 보다는 '아쉽다'라고 느끼고 있음. 좀 더 신경썼으면 더 좋은 스토리였을건데 그 하나씩이 부족해서 호불호가 좀 크게 갈려버리는 느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