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 젊은 선남선녀들만 (블아, 니케 같은 게임은 미소녀들만) 주구장창 등장


- 캐릭터들이 서로 뻣댈 지언정 주인공한텐 한없이 착해지고 둥실해짐


- 자기들끼리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틱틱 대는 정도일 뿐, 타 장르에서 바라보면 애들 장난 수준


- 내세우는 악역도 포스가 있거나 위압감을 준다거나 이해 불가능한 자가 아니라 잼민이 징징 (수메르)

  아니면 아예 악역을 제거하고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다가 끝 (폰타인)

   

이런 작품이 정말로 흥미진진하고 입체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줄까?

애를 써봐야 수메르 스토리처럼 정석적인 플롯을 최대한 다듬어서 모나지 않게 만드는 게 최선이지.


 

물론 저런 점들은 단순히 스토리 작가들의 능력 부족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고 생각함.

시대와 관람자들이 원하지 않으니까 저렇게 만드는 거 아니겠어?


미소녀 가챠겜은 기본적으로 미연시와 비슷한 포맷을 취하고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미연시는 만들어진 스토리를 던져주기만 하면 끝임 (장르만 다를 뿐 포맷은 기존 예술 컨텐츠와 크게 다르진 않음).

하지만 가챠겜은 캐릭터를 팔아먹어야 함. 미연시처럼 다양한 실험 (그래서 미연시가 장르가 다양했지)을 할 수 없고

캐릭터를 팔기 위해 최대한 단점들을 제거해야 함.  


그 지점에서 창작자와 수용자가 교차하고 그리하여 나오는 결과물은 대체로 


"캐릭터들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여 입체적이거나 다면적으로 보이지는 못 해도 

 최대한 비호감이 되지 않도록 만들자" 


다들 어떻게든 비호감이 되지 않도록 몸부림을 치는 게 눈에 보임. 


나비아가 왜 푸리나와 클로린드와 척을 지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방랑자의 과거를 세세하게 (컷씬까지 곁들여가며) 보여주었을까? 

각청은 왜 끝까지 암왕제군을 부정하는 노선을 택하지 않았을까?



난 가끔씩 각청이 천권의 자리를 탐내서 응광과 대립하는 스토리를,

나비아와 지하 도시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푸리나와 대립하는 스토리를, 

사이노가 아카데미아의 수족으로 나와 끝까지 여행자의 앞길을 막는 스토리를 (그러면서 스스로 회의에 빠져 개심하고)

아야카가 라이덴의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해 와타츠미와 결탁하는 스토리를 


그런 것들을 한 번씩 상상해봄. 


하지만 고작해야 방랑자 수준의 악역으로도 불타는 걸 보면 

(그리고 남캐와 여캐가 서로 대화를 조금 나눈 것만으로도)

그런 게 과연 가능한가 싶음. 


이제는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게 아니라 밉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시대임.


매력이라면... 원신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호화찬란한 옷을 입고 나오는 지 조금은 이해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