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외할머니,할아버지 모시고 친가할아바지,할머니 댁으로 갔는데


아빠가 저녁으로 닭잡자는 거임


수탉이 사료만 먹기도하고 계속 수가 늘어나면 관리도 어렵고 해서 할아버지가 5마리 모아뒀다는 거임


(대형 양계장이 아닌 그냥 취미로 하는, 총 20마리 되는 닭장)


그래서 수탉 잡으러 따로 빼둔 철창으로 갔는데


아빠가 밖에서 문 잡고 포댓자루 붙들어매고 있으라는 거임


그놈들이 참 신기한게 저항없이 잡히더라


닭이 엄청커서 5마리 다 넣으니까 뒤질라게 무겁더라

아무튼 포댓자루 들고 근처에 있는 시냇물? 아무튼 산에서 내려오는 졸졸 흐르는 물에 닭모가지 따러 갔었음.


모가지 따는 건 아빠가 할 테니 어디 먼산 보고있으라고 했지


그리고 한마리 꺼내서 잡는데 얼마나 파닥대는지 발로 물을 하도 쳐대서 물이 엄청 튀더라


아빠가 미안해~미안해~ 하시면서 한번에 목을 끊으려고하시더라


그렇게 한마리 두마리 잡다가 세마리 쯤 되니까 내가 너무 포댓자루를 꽉 쥐고있었는지 닭들이 기절했는지 질식했는지 그냥 축 늘어져있었다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보니 닭 볏들이 퍼렇게 질려서 이미 죽어있었다고...


내가 천주교라 죽이기전에 성호도 그었는데 신이 어여삐 여겨서 닭들을 편하게 보내줬나 싶더라고 (그냥 뇌피셜임)


그렇게 죽이고 나서 포댓자루 안 (하얀비닐 부분)에 피가 묻어있는 거 보니까 이 놈들이 죽었다는게 실감나더라


아무튼 포댓자루 다시 들고 팔팔끓는 솥 쪽으로 갔다


할머니가 큰 스댕대야에 물을 가득담았음


그래서 뭐하려나...싶다가 


그 뜨거운 물에 잡은 닭을 넣어서 털을 뽑아야한다더라


겉부분을 살짝 익혀서? 털을 뽑는 방식인가 싶었다


그래서 털을 뽑으려니 생각보다 수탉이 엄청 무겁더라


털도 잘 안뽑히고 손톱으로 막 뽑아야해서 힘들더라


게다가 그놈들이 오래산 (2-3년 넘게) 수탉들이라 발도 엄청크고 몸통자체가 두껍더라


5마리 닭들의 털을 뽑는 시간은 대략 한 2시간정도? 걸렸던거 같다 


처음엔 잔인하고 아직털이 있는 놈들 몸을 만지기 싫고 그랬었는데 이게 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드실거라고 하니까 나도 그냥 묵묵히 털을 뽑게 되더라 왠지 이제 나도 어른이고 다 컸으니까 이런 굳은 일도 해야된다고 생각이 들더라


그리곤 손질을 하는데 이 놈들이 지방도 없고 근육만 존나 키운 보디빌더더라 보통 배 가르면 내장 사이 피부밑에 노란지방이 엄청 끼어있는데 지방하나없이 튼튼한 닭이라고 아빠가 그러시더라


그리고 머리털 나고 처음 생 닭똥집을 봤는데 생각보다 손질이 깨끗하게 된다


닭똥집이 약간 타이어처럼 생겼는데 그걸 세로로 반 갈라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대충 빼고 안에 있던 막?을 떼어내면 깔끔하게 분리가 되더라


그리곤 내장중에 먹을 수 있는건 심장이랑 간인데 생으로 먹어야한다고 하길래 설마 저것도 먹으려나 했었는데 다행히 그건 안먹더라


그리곤 할머니가 큰 압력밥솥에 대추, 산삼.....(생각안남)


그렇게 찐 닭들은 뒤질라게 맛있는 닭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그 닭들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니까 남김없이 먹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 닭이 가족들이 먹게 된다고 하니까 뿌듯하기도 했다


참고로 손질하고 남은 내장 같은 것들은 할아버지가 취미로 키우시는 오소리가족이 있는데 그 철창안에 넣어주었다고하셨다~~


머리와 털들은 그냥 버리지 않고 땅에다 묻어줬음


남은 닭들은 친할머니,할아버지와 우리집이 가져갔고 다음날 점심에 닭죽으로 몸보신했다


참고로 아침에는 아빠와 나 모두 떡실신이 되서 거의 12시간을 내리 잤다 ㅋㅋㅋ


이런 도축업자 혹은 도축을 가까이 하는 노동자들은 정말 대단한것같다 ㄷㄷ


그런 광경들에 얶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이런 사람들도 다 본인의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건 친할부지할무니가 키우는 시고르자브종 강쥐


참고로 얘도 삼계탕 먹음 ㅋㅋ 얘도 몸보신했다










유익한 하루였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