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리아 떡밥정리 1편 : 흑토술과 케이아>

(https://arca.live/b/genshin/19585492)


이번 글이 켄리아 떡밥정리 2편이고, 위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임


떡밥과 뇌피셜을 적절히 섞은 글이기 때문에 알아서 걸러듣는걸 추천함. 재미로만 보셈


항상 그랬듯이 요약부터 두괄식으로 박고 시작하겠음


부활 한 단어로 요약 가능함 ㅇㅇ




부활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보기 전에 윤회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티바트에서는 죽으면 다신 못태어난다?> ← 해당 글에서 아이디어를 좀 얻었음

(https://arca.live/b/genshin/19474805?mode=best&category=%F0%9F%92%A1%EC%A0%95%EB%B3%B4&target=all&keyword=&p=1)



내가 이전에 떡밥들 정리하면서 셀레스티아가 영혼을 가두는 감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그거랑 조금 일맥상통하는 내용인데, 티바트 대륙은 현재 천리가 윤회를 일부러 막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음



대표적인 케이스가 과거의 위대한 종족이었다가 지금 조그만 유령이 되어 티바트를 떠돌고 있는 선령들




신들의 희생이 쌓여 현재의 세상을 이루었다는 벤티의 언급




영웅들의 영혼을 가두기 위한 감옥으로 추정되는 셀레스티아 (이건 내 추측임)




벤티가 분명 바네사를 셀레스티아로 인도했는데도 매가 되어 몬드 주변을 떠돌고 있다는 바네사




진짜 스탠리가 잿더미 바다에서 죽어 영혼이 갇혔다는 언급, 그 영혼을 바람의 신인 벤티가 직접 인도하는 장면





그리고 페이몬이나 모라에 보면 고리 세 개가 엮인 문양이 나오는데, 이건 트리퀘트라라고 해서 순환과 윤회를 상징하는 문양임



그런데 고대 문명들이 지었다는 비경에서는 이 문양들이 전부 끊어진 채 발견됨

(실제로 그 어떤 비경에서도 온전한 문양을 찾아볼 수 없음)



트리퀘트라가 끊어져 있다는건 윤회가 단절된 상태를 나타냄


이것저것 떡밥 종합해보면, 죽은 사람들은 윤회하지 못하고 티바트를 떠돌고 있는 것 같음


그리고 과거 멸망했던 고대 문명들은 이 진실을 알고 있었던거지



그노시스 종교관에서 윤회는 그노시스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특별한 사람들은 그노시스를 바로 얻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윤회를 거듭해서 여러 생을 거치며 점차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는게 그노시스 종교관의 자아 수양 과정임


따라서 천리는 사람들이 그노시스에 도달하지 못하게 일부러 티바트 사람들의 윤회를 막았다는 뜻이 됨


그노시스를 얻을 뻔 했던 영웅들의 영혼을 셀레스티아에 집어넣어서 감시하는 것도 윤회를 막는거지



여기서 잠깐 켄리아의 흑토술에 대해 분석해보자


백악이 「최초의 인간의 질료」라고 나오는데, 최초의 인간은 도대체 뭘 뜻하는걸까?


다른 언어로도 찾아보니 영어 버전에서는 Primal Life(태고의 생명), 중국어 버전에서는 原初之人(원초의 인간)라고 나옴


여기서 말하는 최초의 인간은 '먼 과거 처음으로 탄생했던 인류'라고 해석하는게 맞는 것 같음


즉 최종적으로 완성된 켄리아의 흑토술은 첫 번째 문명을 건설했던 고대의 인류까지도 창조할 수 있다는 것


과거에 존재했던 생명의 흔적(재, 화석)으로 과거의 존재를 재현해낸다는 점에서 흑토술은 창조보다는 재창조, 부활에 가까운 기술인걸 알 수 있다


이때 죽은 사람들이 윤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켄리아의 흑토술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됨


윤회가 가능한 세계관이라면 인위적인 부활은 성립할 수가 없음


A였던 사람이 B로 환생했는데 인위적으로 A를 되살리면, 되살려진 A는 과거의 A가 부활한거라고 할 수 있나? 과거의 A는 이미 B가 됐는데?


윤회가 있다면 인위적인 부활은 존재의 모순을 일으킨다는거지


하지만 윤회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이라면 인위적인 부활이 성립할 수 있다. 이게 핵심임 ㅇㅇ



켄리아 얘기가 나온김에 리네도티르의 행적도 잠깐 보자


리네도티르는「나베리우스의 심장」이라는 성유물을 찾아내고 나서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알베도 캐릭터 스토리 4)



나베리우스는 솔로몬의 72악마에 등장하는데, 망자들을 되살리고 옛 영광을 재현하는 악마라고 함


바르바토스가 원전에서 청록색 옷을 입은 사냥꾼의 모습이고 미래와 과거를 알고 있는 악마로 나오는데, 벤티도 이와 비슷한걸 보면 미호요는 원전의 모티브를 어느정도 그대로 따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


그러니 나베리우스도 아마 부활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마신이고, 리네도티르는 이 능력을 연구하려고 한 것 같음




부활에 관한 떡밥은 켄리아 뿐만 아니라 불의 신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원신 PV에서 불의 신이 등장하는 챕터 V의 제목은「뜨거운 환혼시(熾烈的還魂詩)」임


중국어 해석하면 '타오르는 부활의 시'라는 뜻이고, 여기서 불의 신이 말하기를


『전쟁의 규칙은 모든 생명에게 각인되어 있다. 패자는 재가 되고, 승자는 부활하리라』라고 함


원신 스토리에는 각 챕터마다 룬 문자로 부제목이 기입되어 있는데, 챕터 5의 부제목 룬 문자를 해석해보면



"Surge Vir Fortis I Natam Victoriam"


라틴어로 "강한 자여, 일어서라. 내가 승리를 쟁취하리라" 라는 뜻임


라틴어는 동사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데, Natam은 '낳다, 만들다'라는 뜻의 동사 Natus의 단수 대격 여성형이다


따라서 이 말을 하고 있는 주체는 불의 신 본인인걸 알 수 있음 (벤티피셜 아줌마라고 하므로 불의 신은 여성체임)


불의 신이 강한 자들, 영웅들에게 일어서라고 말하고 있는거지


원신 스토리가 흐름상 'vs 천리' 구도로 가는걸 고려한다면, 저 문장은 천리에게 패배하여 재가 되어버린 과거의 영웅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함


스토리상으로는 잿더미 바다가 불의 신이 다스리는 지역인 것 같은데, 그럼 불의 신이 일어서라고 외치는 대상은 아마 잿더미 바다에 잠들어있을 수많은 영웅들의 유해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여기서 패자는 재가 되고, 승자는 부활한다는 규칙을 잘 살펴보자


패자는 말 그대로 져서 이미 재가 된건데, 어떻게 다시 승자가 되어 부활한다는거냐? 라는 의문이 생긴다


부활에 대한 의미가 좀 애매해서 원문을 찾아봤는데, 중국어로 重燃(다시 불타오름)이라고 나와있음. 이걸 부활이라고 적절히 의역한거지


즉 원래 의미는 "패자는 재가 되고, 승자는 다시 불타오르리라" 가 됨



그런데 불타오르는 마노 설명에 보면 "잿더미 속에 최초의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는 -의 진실에 도달할 것이다" 라고 나옴


"패자는 재가 되고, 승자가 부활한다"는 저 최초의 마음, "초심"과 관련이 있다


즉 저 규칙은 "초심을 잃은 자는 패배하여 잿더미가 되고 끝나지만, 초심을 잃지 않은 자는 얼마든지 다시 불타오를 수 있다(重燃)"는 뜻임



그럼 이 초심이란건 대체 뭘까 하고 고민해봤음


켄리아의 흑토술에서 창조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뭐다? 재(Ash)임


즉 흑토술을 이용하면 재가 되어 흩어진 과거의 영웅들을 모두 되살려낼 수도 있음

(어차피 티바트에선 죽은 사람들이 윤회할 수 없기 때문에 부활했다고 해서 같은 사람의 영혼이 두 개 존재한다는 모순같은건 발생하지 않음)


하지만 대부분의 판타지물에서 연금술, 부활에 대한 공통적인 클리셰가 있지


"연금술로 창조한 망자가 과연 죽기 전의 그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벤티가 말한 흑토술의 위험성이나, 데인 여담에서 데인슬레이프가 "다른 위험은 몰라도 알베도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가만둘 수 없다"고 말한게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봄


흑토술로 과거의 인간을 창조했을 때 그 인간이 온전히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지 보장할 수가 없다는거지


여기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불의 신이 말한 "초심"인 것 같음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람이 윤회하지 않고 티바트를 떠돌고 있을 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 온전히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초심을 잃었다면 절대 흑토술로 부활시켜선 안되는거고


예를 들어 바네사를 부활시키고 싶다면, 죽은 바네사가 여전히 몬드를 수호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거임


만약 내가 한 이 추측들이 맞다면 불의 신이 말한 "-의 진실"은 아마 윤회의 진실이나 부활의 진실이 아닐까 싶음




개인적으로 미호요는 스토리로 사람 흥미 자극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있는 것 같다고 생각함


불의 신이 "일어서라!" 라고 말하자 잿더미 바다에서 영웅들이 우르르 부활하고 천리랑 싸우러 가는 컷씬이 나온다?


바로 지려버릴 자신 있음


물론 이게 전부 내 뇌피셜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같은 설정충들에게 원신은 정말 갓겜임 ㄹㅇ




글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짧게 써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 항상 글이 장문이 된다 ㅅㅂ


또 이렇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