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와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방적으로 치치를 단짝으로 여긴 호두는 치치를 직접 묻어주겠다고 다짐했다.
호두는 여러 차례 시도해봤다. 적당한 때에 맞춰 치치를 잡아 온 뒤 절차에 맞게 화장한 후 교외에 있는 무덤에 묻어버리려고 계획했다.
불복려의 백출이 때맞춰 저지하지 않았다면 호두는 정말 치치를 묻어버렸을 것이다.
백출이 도착했을 때마다 치치는 포대에 담겨 작은 머리통만 내놓은 채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호두가 열심히 파놓은 화장용 구덩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후 호두가 치치에게 쓴 사과 편지엔 자신의 손이 너무 느려서 치치를 땅에 편안히 묻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호두의 눈에 치치는 이미 죽었지만 이승에 갇혀 고통 받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백출은 치치를 만난 뒤부터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이는 생사의 계율을 어기는 일이었기에 호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치치를 땅에 묻는 건 치치를 위해서만이 아닌, 음양의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이 두렵고 호두가 싫었던 치치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쫓고 쫓기는 과정이 길어지자 기억력이 나쁜 치치는 심지어 언제 숨어야 호두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지를 기억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살기 위한 치치의 노력이 호두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치치의 과거를 열심히 조사했다.
뜻밖의 사고, 선가의 비밀…. 각종 우연에 호두는 고민에 빠졌다.
치치가 이렇게 살고 싶어 한다면 당연히 억지로 묻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치치를 천 번에 한 번 생기는 예외로 치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치치에 대한 호두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냅다 안아 들고 튀었던 호두는 이제 치치의 안부를 묻곤 했지만, 안타깝게도 치치의 마음속에서 호두는 이미 사신이 되어버려 치치가 이 모든 걸 잊으려면 아마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