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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화에 내가 츠쿠네(つくね)라고 추측한 유출 음식에 관해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일본 치바(千葉)현의 향토 요리 중 나메로(なめろう)라는 요리가 있다.

꽁치나 전갱이 등의 등푸른 생선을 잘게 다져 양념과 함께 버무린 것으로,



한국의 육회무침을 생선 버전으로 만든 거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다만 그 맛은 일식+전통식이라는 조합에서 보이듯이

매우 짜다고 한다.



포지션 적으로 육회보다는 게장에 가까운 편으로

주로 밥에 얹어 먹거나 술안주로 먹는 편이고,

날고기 요리가 그러하듯 익힌 버전도 있다.



이렇게 둥글게 뭉쳐 굽거나 가리비, 전복 껍데기 등에 채워 굽는데

(엄밀히 말하면 굽는 것보단 지지는 것에 가깝지.)

이렇게 구운 버전을 산가야키(さんが焼)라고 부른다.



비교해 봤는데 아무래도 츠쿠네보단 산가야키가 맞는 것 같다.

허니임팩트 애들은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요리 설명까지 다 까서 왔는지 신기하네.



뭐 그건 그렇고



나도 이 새끼를 주인공으로 다루게 될 줄은 몰랐다.


아라타키 파 초대 및 현 두목이자(무직)

이루 다 말하기도 힘든 하나미자카의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프리랜서(백수)

텐료 봉행의 대장 쿠죠 사라와 신의 눈을 놓고 겨루기도 한(건달)


아무튼 원신의 1티어 배깐남캐이자 게이판별기가 이 아라타키 이토다.



그래서 내가 이 녀석에게 뭔 볼일이 있냐면



특제요리에 볼일이 있다.


보면 알겠지만

국수에서 갑자기 빵으로 진화를 한다.

일본 서브컬쳐에 익숙한 이라면 이 뜬금없는 변화는 금방 알 만 한데,




야채 볶음면은 일본의 유명한 서민 음식인 야끼소바, 

강자의 길은 이걸 핫도그빵 사이에 끼운 야끼소바빵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저게 야끼소바빵인 건 알겠는데,






보통 자신을 나타내는 장식 정도만 더할 뿐

요리의 범주 자체는 바꾸지 않는 특제 요리가

굳이 빵을 끼고 나왔어야 했나?

뭔가 기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쪼잔한 호기심으로 조사를 이어나가던 와중에,

또한 우리에게 기묘하게 익숙하면서도 

정작 뭔지는 잘 모르는 어떤 스타일에 도달하게 되었다.





보기 좆같은가?


정상이니까 안심하시라.


후료우(不良).

양키(ヤンキー)라고도 부르며,

의미는 딱 한국의 일진, 양아치 정도와 통한다.

하는 짓도 딱 그 정도로,

학교나 동네 등지에서 패거리를 이루어

폭력이나 금품 갈취 등 탈선, 비행을 일삼는 

다들 잘 알고 있는 그거다.



헌데 기묘하게도

이런 무뢰(無賴)들이 이상하게 동경을 받는 뭔가가 있지.

자유라던가, 날것 그대로의 인생 뭐 이런 느낌으로.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에서는 

이런 양아치들이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이 달고 나오는

양아치들의 상징이 있지.



리젠트(특히 퐁파두르)를 위시하여 딱히 멋있지도 않고

특이하기만 한 헤어스타일.



차라리 사복을 입을 것이지 

뭔가 붙이고 늘이고 괴상하게 개조한 교복.



뭐에 쓰는 건지는 뻔하지만

정작 써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야구빠따.


그리고




어째선가 이넘들이 점심시간마다 찾아대는

이 야끼소바빵.

특히 빵셔틀을 운용한다면 메뉴는 90퍼센트 이거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면,

의외로 현실적이 까닭이 있어.


세상에는

이론 상으론 말이 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물거나 존재할 수 없는 조합이 있지.

예를 들면


따뜻한 냉커피


인싸 원붕이 




그리고



돈 많은 양아치.


집안이 대단히 부유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중고등학생 정도 연령의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기 위해선


성실하게 부업을 하거나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가족와의 원만한 관계 등이 요구되지.


근데 저 조건이 만족된다면

그건 이미 양아치가 아니겠지.


(리젠트 스타일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 머리를 하면서 유행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앞에서 언급한 양아치들이 선호하는 패션들은

상당히 돈이 들어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야.



애당초 저런 건 미디어스타-연예인들로부터 시작해 

양아치들을 거쳐 일반인 단계로 내려오는 거거든.

대중화되지 않은 패션은 비쌀 수 밖에 없고.


평범하게 용돈을 받는 청소년이

또래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

무리해서 저런 아이템을 세팅한다면



반대로 지출을 줄이기에 가장 만만한 것이 식비.

사실상의 금품갈취인 빵셔틀이 과거에 이루어졌던 것도

이런 까닭이 일부 있지.


여기서 야끼소바빵이 선호되는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서 가성비.



밀가루 면을 건더기, 소스와 함께

기름에 달달 볶고

그걸 또 큼직한 빵에 끼워.



지방과 염분, 그리고 압도적인 탄수화물의 볼륨은

건강이나 미식의 관점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단순히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만한 선택이 없지.


애초에 야끼소바 자체의 유래도

포만감 높은 메뉴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정부에서 보급한 레시피에 기원한 거니까.



(태국의 팟타이 Pad Thai 도 비슷한 배경으로 보급된 레시피라고. 맛은 비교할 게 못 되지만.)


간단히 말해서

엄한 데 돈 쓰다가 밥 먹을 돈도 없어진 양아치들이

최대한 싸게 배 채우려고 먹는 메뉴가

야끼소바빵이라는 이야기.



물론 평범한 학생 캐릭터들도 야끼소바빵을 즐겨 먹어.

이런 경우엔 랩에 붙어 있는 할인 스티커나

미묘하게 품질이 좋지 않다는 묘사 등으로

그 인물이 가난하거나 구두쇠임을 나타내는 소품으로 쓰이곤 하지.



아무튼 여기까지 해 놓고 보니까



아라타키 이토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선이 조금 바뀌게 되었어.



잘 보면 저 녀석도

틈만 나면 빗 꺼내서 머리 다듬는데



양아치 헤어의 상징인 퐁파두르 리젠트가

극도로 섬세해서 수시로 다듬어줘야 하는 스타일이기도 해.


보기 좋지도 않은 배 까면서 옷 똑바로 안 입는 것도


이런 거 생각하면 자연스럽고


거기에 주 무기가 빠따...



...


그렇다.


모두가 이토를 지금껏 게이 캐릭터라고 욕했지만

의외로 이 캐릭터의 모티브는 평범했다.





마찬가지로 반쵸(番長)형 캐릭터이지만

얘들한테는 일부 부녀자 팬덤 외에는

게이라는 소리를 안 하지.


그 이유가 뭔가 생각해 봤더니



역시나 이나즈마 들어와서 거침없이 꼬라박기 시작한

스토리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와.


대충 1990년대,

양아치를 모티브로 해서 인기를 끈 캐릭터들은

다들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어.



근성(根性).


보통 양아치들은 노력 따윈 안 해.

공부든 운동이든,

애초에 뭔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양아치 따윈 되지 않았겠지.




때문에 그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과거의 기고만장했던 자신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직면하는 시련을 맛보게 돼.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힘과 실력이 딸려도 기합으로 버텨.

지금까지의 실책을 만회하는 고난과 아픔을 견디면서

기적적으로 승리를 쟁취하지.



그렇게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바로 근성.

마치 돌아온 탕아를 연상시키는

그들의 고난과 극복, 승리에 드라마가 있고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거지.


이들의 근성은

후에 캐릭터들로부터 반사회성이 희석되고

주간 소년 점프의 슬로건인

우정, 노력, 승리 라는 개념이 계승하면서





90년대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소년 만화의 전성기를 이루게 되지.



그렇다면



이토가 그들과 같은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성능, 연출 면에서 더없는 제작사의 푸쉬를 받았음에도

애매한 흥행을 기록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우선 이토의 전설 임무를 보자.

양아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토리가 짜임새 있으려면

우선 처음에 이 놈이 불량한 놈이라는 밑밥을 충분히 깔고 가야 해.


그래야 나중에 각성, 근성을 발휘하는 부분으로 갈 때

캐릭터 성격의 낙차로 인한 카타르시스가 발생하니까.



근데 이토는 그러지 못했지.

불량한 놈이라는 밑밥도 초반 NPC들의 언급으로 끝.

최소한 봉행 병사들과 치고 받는다던가

여행자와 다투는 장면을 묘사만이라도 넣었어야 했는데,



콩 한 번 맞고 녹다운 된 다음부턴 적대감 제로.

그냥 사연 있는 바보로서의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했어.


결국 마지막에 맨손으로 바위를 깨부수는 호쾌한 액션도

아라타키 이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었어.

애초에 나쁜 놈도 아니었던 녀석이 그냥 할 일 한 거니까.


아 바위 갈랐다고

이 정도 효과 밖에는 없었다 이 얘기지.



오히려 극악무도한 테러범에서

가족에 환장하는 형으로 이미지 세탁한 타르탈리아가

앞서 언급한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해낸 경우라고 볼 수 있지.


그러니까


이토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게이 컨셉이라서가 아니야.

오히려 모티브로 삼은 쪽은

90년대에 흑백의 지저분한 종이 위에서

땀내 나게 구르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불태우던

소위 틀딱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였다고.


(대략 이 세대 말이다.)


근데 이 틀딱들이 좋아하는 근성이 이토한테는 없어.

익숙하지도 않은 일본 설화에다가

양아치 요소를 겉핥기로만 발라 놓은

미적지근한 캐릭터라고.




이게 애초에 컨셉이 20년도 지난 스타일이라서

지배자, 보호자보다는 이해자, 조언자 캐릭터로 유행이 넘어간

여성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실패했지.

정작 이토보다 4성 서폿으로 나온 고로가 더 인기가 있었단 점이 그걸 증명하지.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옛날 갬성이랍시고

국밥 메뉴를 내놨는데



기존 젊은 손님들한테는 

"뭐야...구려."

라고 외면당하고



타겟인 고령의 손님들에겐

"이딴 게 뭐가 국밥이야!"

라면서 욕을 먹는 상황이라는 거지.


어떻게 보면 야끼소바빵도 같은 신세라고 할 수 있지.

모체인 야끼소바야 길거리 음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겠지만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야끼소바빵은

일부 특이한 입맛을 제외하면 맛에 의한 수요는 거의 없는 상태.



요리 연구가 계속되고 경제 수준이 나아지면서

더 맛있고 건강에도 한결 이로우며,

심지어 가성비마저 나은 간편식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지.



아무래도 편의점 천국인 일본이니까.

거의 포만감 원툴인 야끼소바빵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음식이 되었단 거지.



이름은 '강자'의 길이지만,

정작 본인이 강자인지는

...글쎄올시다.



정작 그 구역 최강인 양반은

관심은커녕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부디 추후 업데이트되는 스토리에서는

이러한 빈칸이나 내실을 좀 알차게 채워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게임이 그저 가챠 뽑아서 연월이나 돌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잖아.


근데 복각해도 뽑진 않을 거임.


이 편 자체가 빵 하나 가지고한 

거대한 뇌절이긴 하지만

끝으로 하나 더 하고 가자면


현재는 이름 정도만 돌고 있는 쿠키 시노부 말인데

이토의 전례를 생각해 보면 여기서 모티브를 따올지도 모른다.




일본 양아치의 여자 버전인 스케반(助番)이라는 부류가 있는데



몰루겜 하던 애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거다.



마침 언니겜에도 마스크가 디폴트인 캐릭터가 있기도 하고

부디 디자인 좀 잘 빼서 내줬으면 한다.

오니 반쵸에 여우 스케반이면 디자인 어려운 거 아니잖아.






그리고 이건 분명히 내 추측이자 뇌절일 뿐

공식으로 믿을 만 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니 

너무 믿지는 말고.


요약하자.


1. 야채 볶음면과 강자의 길의 원본은 야끼소바와 야끼소바빵.

2. 이토의 캐릭터 모티브는 7~80년대 일본의 청소년 양아치(ヤンキー).

3. 이토 자체는 게이픽이 아니라 틀딱픽이지만, 특유의 매력이 없어 흥행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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