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주제는 수메르 스토리가 완결나면 '근데 이제 뭐함?'하고 있을 원붕이들에게 던질 떡밥이었는데


https://arca.live/b/genshin/56289218?mode=best&p=1


념글에 있는 이 글을 보고 못 참겠어서 결국 작성함. 잘 적었더라.


얼음여왕은 떡밥 범벅이라 추측하기도 어렵고(관장하는 게 '사랑'일거라는 추측을 제외하고), 내가 러시아 쪽 신화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언급 안하겠음.


말 그대로 여기서 말할 건 이후에 나올 폰타인의 물의 신과 나타의 불의 신에 대한 얘기임. 미리 말투 양해부탁함.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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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신교와 일신교가 혼합된 세계관 원신. 그 중에서도 다신교에 초점을 둔 일곱나라


원신의 세계관은 다수의 신이 존재하는 만큼, 모티프 또한 솔로몬의 72 악마, 인도 신화 등 이곳저곳에서 가져왔다. 어찌보면 짬뽕이라 볼 수 있겠지만, 미호요의 이러한 선택은 무모하면서도 현명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종교, 신화들도 서로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인도의 힌두교에서 파생되었고, 힌두교(인도신화)는 페르시아에서 믿었던 조로아스터교와 뿌리가 같으며, 조로아스터교는 야훼 신앙과 만나며 서로의 일화를 공유했다. 야훼 신앙(유대교, 기독교 등)은 출애굽기가 이집트에서의 탈출기인 만큼 몇몇 일화는 이집트 신화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리스의 영웅시 발생년도 또한 야훼 신앙의 영웅 이야기와 시대적으로 일치한다. 


야훼가 농사꾼 카인이 아닌 양치기 아벨을 고르는 일화는 메소포타이마 신화의 이슈타르가 남편으로 농사꾼이 아닌 양치기를 고르는 일화와 유사하며, 처녀 잉태로 유명한 예수의 탄생 또한 한 여인이 출생이 불분명한 자식 하나를 기른다는 과거의 영웅 일화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한테 남아있는 종교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흡수하며 살아남은 아이들이다. 그렇지 못했던 신화는 도태되거나, 이 남아있는 종교에 흡수되어 잔재해있다. 즉, 지금 종교는 원신처럼 여기저기 파쿠리해서 성공한 케이스인 셈이다. 미호요의 방식은 의외로 옛날부터 보증된 흥행수표인 것(?)

모락스가 마르코시우스의 신격을 흡수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 현시대에 와서 서로가 다른 신처럼 불리고 있지만 실은 같은 존재인 신, 혹은 서로가 같은 신처럼 불리고 있지만 실은 서로 다른 존재인 신




바알과 바알세불 (자세한 내용은 https://arca.live/b/genshin/44495183)


이 둘은 지금은 서로 다른 신인 것처럼 묘사되나, 사실 메소포타미아의 창조신 마르두크라는 하나의 신에서 비롯되었다.



반대로 종려의 모티프인 모락스는 인신공양의 신인 몰렉(아드라말렉)이 그 기원인데, 이 몰렉은 바알과 동일시 되는 경우가 잦았다. 여기서 라이덴과 종려 둘이 왜 그렇게 넘사벽으로 쎈지 짐작할 수 있다. 대신 츠루미 섬의 뇌조가 이 인신공양 신의 성격을 가져간 듯하다.


또 이와는 다르게, 이름이 바뀌지 않았고 다른 신격이 크게 섞여들어가지도 않았지만 하나의 신이 분리된 케이스가 존재한다.


물과 하늘, 그리고 달의 신 바루나

불과 하늘, 그리고 태양의 신 미트라


바로 힌두교와 조로아스터교에 존재하는 이 두 신이다.



3.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에게 신격이 흡수된 바루나,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미트라


앞서 원신의 세계관은 신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인도신화에서도 많은 모티프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라이덴은 인드라, 그리고 나히다는 찬드라.... 종려와 벤티에게서도 가끔씩 나타난다.


따라서 물의 신과 불의 신도 인도 신들에게서 성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제일 유력한 것이 물의 신은 바루나, 불의 신은 아그니, 혹은 미트라다.


그런데 원붕이들은 힌두교와 조로아스터교가 분리되기 전, 원류인 이란 신화의 최고신이 '바루나-아팜 나파트'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과거 인도-이란 신화는 미트라와 바루나-아팜 나파트를 필두로 수많은 신을 모시는 체계였는데, 두 신이 관장하는 것은 많고도 다양했다.

앞서 말한 불, 하늘, 태양 외에도 미트라는 질서, 전쟁, 법칙, 맹세, 풍요 등 관장할 수 있는 건 웬만하면 다 관장했다. 물, 하늘, 달을 관장하던 바루나-아팜 나파트는 미트라와 똑같은 것을 담당하면서도 보다 진실된, 즉 근원적인 부분을 다스렸다. 다시말해 두 신은 쌍벽을 이뤘지만 바루나-아팜 나파트가 좀 더 높은 신격을 지니고 있었다.


아래 서술은 두 신의 시죄에 관한 글귀다. 전자가 바루나의 시죄고, 후자가 미트라의 시죄다.


야쥐냐발키야에 묘사된 물에 의한 시죄에 따르면 고발된 이는 스스로 물에 들어가야 했다. 머리가 물에 잠겼을 때 화살 한 대를 쏘고는 재빠른 사람이 화살을 서둘러 회수했다. 고발당한 이가 화살을 회수할 때까지 물 속에 있으면 그의 무고함이 확정되고 살아난다. 물에 잠기기 전에 그는 물(즉 물에 존재하는 신)에게 간청하며 다음을 왼다. "진실을 통해 저를 보호하소서, 바루나여."


(중략)


...거대한 두 불 무더기가 인접해서 맹렬하게 타올라 "땅이 하늘보다 더 빛날 때" 그 영웅은 불 무더기 사이의 좁은 통로로 맹렬하게 말을 달렸다. 화염이 "그의 머리까지 삼켰지만" 그는 무고하기에 다치지 않은 채 나타났다. 왜냐하면 "신께서 그리 베푸셨기에, 그때 불길은 바람처럼 차분했"기 때문이다. 고대 이란인들에게 문제의 신은 재판관 신 미트라임이 분명하다. 또 다른 유형의 불에 의한 시죄는 금속을 가열해서 녹인 후 이것을 피고소인의 맨 가슴에 들이부었다. 살아남는다면 그는 무고한 것이다. "쇳물을 사악한 자의 몸과 가슴에 들이부으면 그는 불타 죽는다."


[조로아스터교의 역사-메리 보이스 저]


힌두교의 바루나, 미트라만 접했다면 이들이 담당하는 신격과 그 중요성에 대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인도 신화에서 두 신은 물과 불 정도만 직접 관장하며 나머진 윤회의 고리에 따라 흐름에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루나-아팜 나파트는 조로아스터교에서도 힌두교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조로아스터는 신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신 하나 하나에게 각기 다른 제사를 지내기엔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그는 아후라 마즈다라는 유일신 하나를 내세웠고 여기에 다른 신들의 신격을 합쳤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공했으나,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와 같은 완전한 유일신교로 거듭나지는 못했다. 유일신교로 거듭난 뒤에도 미트라와 같은 주요신들은 여전히 그 안에 대행자로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위상이 높았던 바루나-아팜 나파트는 사라졌다. 


제일 중요한 신이었던 만큼 아후라 마즈다가 그의 신격을 모조리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루나-아팜 나파트는 이름만 남고, 그를 찬양하는 문구였던 '아팜 나파트'는 따로 분리되어 바루나와는 또 다른 물의 신으로 추앙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루나보다 덜 중요했던 미트라는 원래의 신격을 지닌 채 그대로 남았다.



4. 밤하늘, 달, 물, 불의 신이 지니고 있는 비밀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란의 미트라와 바루나가 생각보다 원신 세계관 떡밥과 연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남의 게임 지들 거인 것처럼 파쿠리해온 미호요가 신화도 여기저기서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미 별 하늘 자체가 가짜라는 떡밥을 지닌 티바트의 하늘엔 초승달이 없다. (https://arca.live/b/genshin/41999020?mode=best&target=all&keyword=%EC%B4%88%EC%8A%B9%EB%8B%AC&p=1)

*너무 길어질까봐 다른 원붕이 글 좀 가져옴



모나는 그런 별하늘을 물거울로 비치게 하여 진실을 보려 한다. 모나가 세계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후에 이 물거울은 아주 중요하게 적용할 것이다. 물의 신은 켄리아에 대한 건 알려주지 못하겠지만 달과 관련된 건 알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의 신은 보석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후에 나올 물의 신과 불의 신, 혹은 전대의 물의 신과 불의 신 모티프가 바루나와 미트라라고 가정했을 때 불의 신은 여행자에게 켄리아의 과거를 비롯한 초승달이 사라진 경위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유추도 해볼 수 있다. 미트라는 신격을 찬탈한 누군가가 유일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격한 유일한 신이니까. 


결론 및 요약


여러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오는 호요버스에게 있어서, 미트라와 바루나의 외적 배경은 원신의 설정에 녹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이다. 과연 이번에도 라이덴 쇼군 때 보여준 변태적 고증을 한 번 더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원신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근데 스토리는 제발 말아먹지 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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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수메르 업데이트 후 추측이 틀린 게 증명됐음. 아란나라 스토리에서 나오듯, 바루나는 심연 왕자임. 알고보니 아이테르, 루미네가 미트라와 바루나의 성격을 가져갔더라.

심연 왕자가 하늘에서 추락하고, 천리에게 도전하는 모습은 밤하늘의 신 바루나가 아후라마즈다에게 신격을 찬탈당했던 것과 상당히 맞아떨어짐.

https://arca.live/b/genshin/35824150

조금만 더 생각을 틀었으면 보다 알맞은 추측이 가능했는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