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몬드성과 위치도 가깝고 지형도 평탄해서 신도시나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기에 매우 적절한 지형으로 보인다. 그런데 떡하니 박혀있는 일곱신상을 제외하면 아무런 마을이나 농장이 없는 허허벌판인데,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군사독재에만 관심이 있고 외연적 확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병신들이라 그런 것일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이다.


다시 한 번 위의 사진을 살펴보자,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위와 아래에 있는 고지대들이다. 아래쪽으로는 타타우파 협곡이 있고, 위쪽에는 천풍 신전이 있다. 이 말은 즉슨 평지를 둘러싸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고지대가 남과 북에 있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고지대를 선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삼척동자가 와도 방어가 존나게 빡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지형을 개발하려면 고지대를 점거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천풍 신전에는 '유적 가디언'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타타우파 협곡에는 아예 지도에도 큼지막하게 츄츄족들의 대형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다.


대규모로 병력을 갈아넣지 않으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대규모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런 일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샘물 마을인데, 일단 사진을 보자



딱 봐도 좆박은 지형에 억지로 건물을 쑤셔넣은 것 같지 않은가? 이런 지형에 굳이 마을을 세운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방어의 용이함.



사진에서 보다시피 샘물 마을은 몬드성과 굉장히 가까운데, 이 정도면 봉화대 같은 거 없이도 성벽에 올라가 있는 파수꾼들이 충분히 육안으로 이상을 파악해 지원군을 보낼 수 있다. 특히나 몬드성의 성벽은 꽤나 높기에 샘물 마을을 둘러싼 절벽도 훤히 드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원자재 수급의 안정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샘물 마을은 사냥감을 외지인인 플레이어에게 판매하는 등. 몬드성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육류가 식문화의 중심인 몬드인들의 식성을 생각하면 식량 공급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두라프가 샘물 마을의 책임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을이 세워진 이유도 알 수 있다.



또, 샘물 마을의 왼쪽에는 절벽에 둘러싸인 길다란 도로가 있는데, 한번 돌아보면 알 수 있듯이 도로 상태도 개판이고 츄츄족들이 아예 눌러앉아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태가 아니라 주변의 잔해들이다. 마차의 잔해와 부서진 바퀴. 널브러진 오크통.. 이게 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만큼 많은 물자가 이 도로를 지나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도로가 어디로 이어져 있느냐? 




바로 다운 와이너리와 석문이다.


다운 와이너리의 중요성은 주신부터가 꽐라인 몬드에게 있어 이루 말할 필요가 없고... 심지어 가문의 가주가 현 단장 대리와 친분이 있으며, 아예 몬드성에 가게를 차려서 떼돈을 벌 수 있을만큼 정치적으로 중요하기에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석문은 뭐... '국경지대'라는 말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리월과 몬드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나 국경지대에 대규모 감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지구든 티바트든 똑같지 않겠는가? 


자... 잡설이 길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바람이 시작되는 곳'으로 돌아가보자.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 개발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수원'일 것이라 생각된다. 엥? 강줄기가 보이는데 무슨 수원? 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바로 옆이 매의 해안... 즉 저 강줄기가 전부 '소금물'이라는 것이다. 


샘물 마을은 아예 샘물의 정령이 있을만큼 물이 깨끗하다는 묘사가 있는만큼 수원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문자 그대로 '바닷물'이기에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시드르 호수에서 맨날 물을 퍼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풀이나 거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지하에는 어느정도 담수가 있을지도 모르나.. 빗물에 의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바닷물의 염분과 소금이 섞인 바닷바람을 먹으면서 작물이 자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농장으로서의 개발은 나가리되고, 대규모 정착지로서의 개발도 위에서 설명한 지형적 취약성 때문에 마찬가지로 나가리 되었다.



이는 '별이 떨어지는 호수'도 개발이 되지 않은 이유와 일맥상통하는데, 호수라는 이름이 붙은만큼 수원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호수 자체가 폐쇄되어 있어 외부의 개입(독극물 주입 등)에 굉장히 취약하며, 바람이 시작되는 곳과 같이 남과 북이 고지대에 둘러쌓여 있어 대규모 침략에 최적화되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샘물 마을은 참 터를 잘 잡은 것이, 일단 수원부터가 깨끗한 빙하에서 녹은 담수이고, 배후에 수원지가 따로 있으며, 고지대에인 드래곤 스파인으로부터 끊임없이 물이 유입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독극물이 투입되어도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즉.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보자면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샘물 마을, 몬드성, 다운 와이너리와 국경지대. 그리고 그것들을 이어주는 절벽 아래 통행로를 지키는데에 사력을 쏟고 있고, 그 결과가 도시 하나, 마을 하나, 양조장 하나라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세력권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이다.


신의 눈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 츄츄족 일반몹 하나 버거워하는 걸 생각하면. 이외로 병력 부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진간장으로 대표되는 인재를 갈아넣음으로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굉장히 선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긴 글 읽어주어서 고맙고, 요청이 있다면 다른 국가들의 지역에 대해서도 한번 써보겠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