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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3년 여기는 폰타인.


폰타인은 예언 이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또 한번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푸리나...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예고도 없이 푸리나의 집을 기습 방문한 느비예트는 한 손에 든 서류 뭉치를 푸리나에게 내보였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던 푸리나는 밍기적대며 서류에 적힌 내용을 슬쩍 보고는 피식 웃었다.


"푸리나! 대답해! 이 문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냐!"


푸리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느비예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느비예트가 서류 뭉치를 아무렇게나 공중에 휙 던져버리자 문서들은 낱낱이 흩어져 바닥에 뿌려졌다.

문서 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ㅡ


'전 물의 신 푸리나 사실 악질 페미니스트'


느비예트의 얼굴에 짐짓 분노의 감정이 올라왔다.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그로서는 아주아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그만큼 느비예트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푸리나가 500년동안 감춰온 사실은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온 티바트를 속인 그녀의 행동은 우연히 드러나게 되었지만, 푸리나는 이것은 우연이 아닌 언젠가 찾아올 운명이었다는 듯 무심하게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푸리나...어째서냐...어째서 페미를...!"

"에게리아 때부터 이어져온 지령 아니겠노."


푸리나는 충격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느비예트를 스쳐 지나가며 나즈막히 속삭였다.


"잘 가라, 용남소추 느비예트야. 500년 동안의 폰녀 여성12우대정책 지원이 마음에 들었길 바란다 이기야." 


느비예트는 무너져 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폰타인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고 이내 다시 한 번 물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푸리나는 종적을 감춰 버렸다.








며칠 뒤


콰아아아아ㅡ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누군가 제트스키를 타고 물에 잠긴 폰타인성 안을 질주하고 있었다.

제트스키를 탄 오토바이 헬멧은 암초처럼 볼록하게 솟은 건물 상층부들을 요리조리 피하더니 아직 채 물에 잠기지 않은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제트스키가 성벽에 부딪혀 박살나버리기 1초 전 헬멧을 쓴 여자는 힘차게 점프하여 그 높은 성벽을 뛰어넘고 멜모니아궁 앞에 착지했다.


"아따, 성님 왔소? 그라도 우째 제시간에 딱 맞춰 오셨당께요."


멜모니아궁 앞에서 한 여자가 걸어나와 오토바이 헬멧을 맞이했다. 

그녀는 다름아닌 악명 높은 이나즈마 산호궁의 수장 산고노미야 코코미였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여자가 헬멧을 벗어 성벽 아래로 휙 던져버리자 그녀의 모습도 드러났다.


"오랜만이야, 산고노미야 코코미. 변한 건 없는 것 같네."


그녀의 정체는 물 원소 적폐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력파' 야란이었다.


"시방 지금 모두 기다리고 있응께 싸게싸게 들어갑시다."


야란이 코코미의 뒤를 따라 멜모니아궁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느비예트의 집무실에 큰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성능을 자랑하는 물 원소 연합의 일원들이었다.


"...다 모였습니까?"

"닐루 빼고는 다 왔습니다."

"뭐, 상관없겠죠.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집무실 책상에 앉은 느비예트가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우선 첫 번째 사항은 푸리나의 실종입니다. 그 날 이후 푸리나는 소리소문 없이 폰타인을 떠나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이에 대해 조사를 부탁했는데, 어떻게 각자 성과가 있으신지 말해보시죠."

"난 패스, 조사 안 했거든."


느비예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물 원소들의 최고 원로 행추가 빠른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만큼은 협조해달라고 부탁해 드렸잖습니까."

"우리 불쌍한 폰폰남 느비예트 씨, 푸리나는 이제 끝났어요. 페미 딱지가 붙었는데 어느 누가 좋게 봐주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나 되겠지요."


행추가 느비예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느비예트는 반박하지 않았다. 어쩌면 반박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물 흘려서 폰타인을 수몰시키고도 아직도 푸리나 타령이라니, 물 용이 아니라 물소가 따로 없군요. 내가 여기 온 이유는 그냥 이 좆같은 회의 참여 안 하겠다고 선포하려 온 겁니다. 계속 페미니즘이나 붙잡고 계쇼, 한심한 느비예트 씨."


행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내 멜모니아궁을 떠났다. 

느비예트는 무표정인 채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느비예트의 눈치를 보며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하시죠."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느비예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조용히 말했다.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교환하며 곤란함을 표했다.


"크흠...저희 야시로 봉행에서는 별다른 수확은 없었습니다. 푸리나 씨가 이렇게까지 멀리 올 것 같지도 않고요."

"와타츠미서도 별 소식 없었소."

"암상 찻집에서 푸리나가 리월에 왔다는 흔적을 발견했지만, 이후 행적은 몰라."

"우인단이 계속 조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모나 씨는 알아낸 거 없습니까?"


느비예트의 말에 아야토, 코코미, 야란, 타르탈리아의 눈길이 모나에게로 쏠렸다.

모나는 공중에 수점반을 띄우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느비예트의 말을 들은 채 만 채 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수점술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내 수점반에 뭔가 떠오르더니 팍 하고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가장 멀리 떨어진 느비예트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의 옷들은 잔뜩 축축해졌다.


"알아냈어, 푸리나의 현 위치."

"거기가 어딥니까?"


느비예트가 흥분한 채로 물었다.


"리월...불복려."

"불복려라면...백출...!"

"아니 지랄 또 불복려야?"


백출이란 말에 연합회 멤버들은 웅성대며 혼란에 빠졌다.

백출...

느비예트, 푸리나, 카즈하와 함께 픽률 1티어로 올라선 연월 최강자.

최근에는 간교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푸리나가 이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아직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1티어로 부상한 똥게이 백출과 페미니스트 푸리나가 연합할수도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정숙! 정숙! 씨발 모두 아가리 싸물고 정숙하십시오!"


느비예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팡이로 바닥을 쾅쾅 찍어댔다.

정숙하라고 말한 건 그였지만 정작 그 자신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느비예트는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번만은 그의 주위에 아지랑이가 일 만큼 분노한 상태라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었다.


"전 지금부터 리월 불복려로 갈 것입니다."

"느비예트 님...상대는 그 백출입니다.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카미사토 아야토가 진땀을 빼며 느비예트를 만류했다.

하지만 느비예트의 매서운 시선이 곧바로 아야토에게 날아왔다.


"겁쟁이들은 빠져도 상관없습니다. 제 발목이나 잡지 마시죠."

"여윽시 당근 맹키로 하등 쓸데없는 놈이랑께."


코코미가 혀를 쯧쯧 차며 한심한 표정으로 아야토를 바라봤다.


"뭐, 뭐라고..? 산고노미야 코코미, 당신 지금 말 다 했습니까?"

"느비예트 성님, 저런 씨알 데 없는 쫄보 쉐끼 데리고 냅둬 버리고 퍼뜩 출발하소." 

"이 홍어 새끼가...안 그래도 맘에 안 들었는데, 오늘 한 번 끝장을..."


그러나 아야토가 검집에서 후츠를 뽑는 일은 없었다.

야란과 타르탈리아가 양쪽에서 아야토의 목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이게 무슨..."

"느비예트 님의 뜻은 절대적이다, 아야토. 겁쟁이는 빠져."

"다, 당신들마저 홍어년 편을 드는 겁니까!"

"지금 상황이 이런데 눈치 안 챙겨?"

"씨발! 행추는 할 말 다 하게 냅두고 나는 왜 차별하는데! 푸리나 그 페미년에 저당이라도 잡혔냐?"


그러나 아야토가 마지막에 한 말은 느비예트의 심기를 심히 거스른 모양이었다.

느비예트는 금방이라도 아야토의 목을 비틀어버릴 기세로 다가와 으르렁댔다.


"넌 제명이다, 카미사토 아야토. 물 원소를 달고 있을 자격도 없다. 똥캐 캔디스처럼 찢어 죽이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비니, 지금 당장 꺼져라."


안면이 창백해진 아야토는 그 길로 뒤도 안 돌아보고 부리나케 달아났다.

코코미는 내심 고소한 듯 키득거리며 사라지는 아야토의 뒷모습을 비웃었다.


그렇게 그들은 백출이 있는 불복려로 진격했다.




"나와라, 백출! 당장 푸리나를 내놓지 않으면 불복려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부숴버리겠다!"


불복려 앞까지 도달한 느비예트는 쩌렁쩌렁 포효했다.

그러나 백출은 보이지 않고 불복려는 아무도 없는 듯 잠잠할 뿐이었다.


"자리에 없는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그럴 리가. 내 점성술이 잘못되었을리가 없어. 푸리나는 확실히 여기 있다고."

"음, 문답무용. 일단 날려버리고 생각하는 걸로 하지."


그때 물대포를 장전하고 있는 느비예트 앞에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푸리나였다.


"푸...푸리나!"

"티남소추 둘에 흉자 하나 닭장 하나 홍어 하나 골고루도 섞어서 왔노. 퀴어축제인줄 알았다 이기야." 

"푸리나, 어째서 백출이랑 손을 잡은거냐!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 둬!"


느비예트가 애절한 목소리로 푸리나에게 소리쳤다.

눈치 빠른 코코미는 느비예트가 아직 푸리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젠 다 글렀다.

페미니즘이 묻은 이상 푸리나에겐 가망이 없다.


"푸리나, 돌아가자! 페미니즘 같은 건 이제 그만 두고 이전처럼 우리 둘이 연월을...세상을 지배하는 거다!"

"개소리 하지 마라 도태 폰남충아. 나한테 코르셋을 씌워 명예자지로 만들 속셈 아니노?"

"아아...푸리나..! 제발!"


별안간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리월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느개비트야 또 자들자들 쳐 우노? 니는 그냥 재기가 답이다 이기야..."

"그렇게 페미니즘을 부르짖으면서 백출의 손을 잡다니 무슨 생각이지, 푸리나? 똥게이는 니 사상에 허용범위다 이거냐?"


절망에 빠진 느비예트의 뒤에서 타르탈리아가 외쳤다.


"자릉내 나는 냄져들한텐 할 말 없다 이기. 하지만 인류애를 위해 탈코하는 내가 리월 중남의 손아귀에 있다고 착각하는 너희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으니 특별히 알려줘야겠노."

"그게 무슨 소리지?"

"녹색 중남의 목표는 영원히 티바트 연월 최강으로 남는 것이다 이기. 그래서 자적자를 택한 중남은 자기보다 더 강한 느개비트를 없앨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기야."

"느비예트 님을 없앤다고? 그래서 너한테 손을 빌린 거냐?"

"명분은 그렇다 이기야. 녹색 중남이 너희를 재기시킨다면 나는 바로 방심한 중남의 뒷통수를 쳐 느개비 따라가게 만들 계획이다 이기야. 그렇게 모두를 없애고 나면 비로소 나만이 남아 진정한 에브리데이가 페미니즘인 천국을 건설할 수 있을 거 아니겠노."

"하,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다니. 하지만 푸리나, 너와 백출만으론 절대 우리를 못 이길텐데."

"역시 무뇌충 티남 소추 아니랄까 생각이 짧노. 중남은 이미 번개의 신과 풀의 신을 정자탄으로 세뇌시켰다 이기야."

"번개의 신과 풀의 신을..?"

"나는 페미니즘의 보력으로 세뇌를 막아냈지만 두 흉자년은 백 퍼센트 세뇌당했을 거다 이기야." 


이건 단연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이었다.

그들이 얕보고 있었던 백출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꾸준히 빌드업을 쌓아 오고 있었다.


"이건...결코 좌시할 수가 없는 일이군..."

"하지만 푸리나, 백출이 새로운 흑막이라 한들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뒤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야란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눈화장이 번지고 흘러내린 데다가 마치 송곳을 연상케 하는 예리하고 뾰족한 턱까지, 흡사 봇풍당당한 여전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푸리나도 그 기괴한 모습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히, 히익! 가까이 오지 말라 이기야!"

"느비예트 씨, 명령만 내리면 내가 저 페미년을 도넛으로 만들어버릴게."


침묵한 채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던 느비예트가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정은 전투 개시를 알리는 손동작이 아닌 연합의 동료들을 제지하는 손동작이었다.


"느, 느비예트 씨! 어째서!"


푸리나는 이것도 다 예상했다는 듯 어느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며 오만한 자세를 취했다.


"푸훗, 도태 용남 커엽노."

"푸리나를 왜 죽이지 않는 겁니까!"

"페미는 정신병이다...병은 치료할 수 있어. 푸리나, 내가 반드시 널 데려가서 네 병을 치료해 주겠다. 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느비예트가 푸리나에게 손을 내밀자 타르탈리아와 야란은 혼란에 빠졌다.

코코미는 이런 스윗 물소짓을 예상하고 있었던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슬그머니 뒤로 빠져 사라졌다.

모나도 이 상황이 어이없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푸리나가 여기 있다면 백출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모나는 재빨리 수점반을 펼쳤다. 느비예트 때문에 비가 세차게 내려 수점반은 흐릿하게 변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이라면 알 수 있다.

백출...백출...백출...


수점반에 흐릿한 형상이 나타났다. 모나는 재빨리 그 형상을 읽어냈다.

그 결과는 다름 아닌...리월이었다.


모나는 불길한 예감에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려 했지만 뭔가 뒤에서 몸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엄청난 쾌감과 흥분이 몰려오며 모나는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절정해버려 쓰러졌다.


그녀는 맨 뒤에 서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푸리나는 모나가 쓰러지는 걸 보고 심히 당황했다.

푸리나는 그 즉시 도망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맞습니다, 느비예트 씨. 병은...빨리 치료해야 해요."


그 말과 동시에 정자를 닮은 초록색 탄이 푸리나의 뒤에서 날아오더니 이내 푸리나의 항문을 뚫고 들어갔다.


"우오오옭?"


푸리나는 아랫배를 자극하는 찌릿한 느낌과 함께 몸이 오싹해지며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몸에 힘이 서서히 빠지더니 어지러움과 함께 힘없이 풀썩 쓰러져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푸, 푸리나! 안 돼!"


백출이 불복려 뒷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후훗,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느비예트 씨."

"백출...이 똥게이 새끼가..!"

"푸리나가 절 어떻게 속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몰라서 대비했는데 잘 먹혀 들었군요. 하마터면 페미년한테 퐁퐁당할 뻔했지 뭡니까. 스탑럴커가 따로 없는 악독한 년일 줄이야."

"네놈이 감히 푸리나를!"


느비예트의 손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거센 물줄기가 백출을 덮치더니 이내 그를 뚫고 불복려까지 파괴해버렸다.

거대한 구멍이 뚫린 불복려 건물이 기우뚱하더니 이내 폭삭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백출은 그 물줄기 속에서 보호막을 켜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아슬아슬했군요...역시 두 번은 절대로 못 막겠네요. 뭐, 힘의 차이도 실감할 겸, 페미도 도살할 겸. 목적은 달성했으니 전 이만 갑니다. 목숨은 소중히 여겨야죠."


타르탈리아와 야란이 잽싸게 달려들었지만 백출은 가볍게 27단 점프로 공격을 회피하더니 우후훗 소리를 내며 비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느비예트는 그를 쫓을 능력이 있었지만 쓰러진 푸리나에 정신이 팔려 그만 백출을 놓치고 말았다.


"제길...백출 저새끼가..!"

"푸리나의 목숨은..?"


타르탈리아와 야란이 몸을 돌려 푸리나를 바라보자 쓰러진 푸리나를 안고 서 있는 느비예트가 보였다.

느비예트는 더욱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침묵하고 있었다.


"느비예트 씨..? 푸리나는..?"


타르탈리아가 느비예트에게로 다가가려 하자 야란이 팔을 뻗어 그를 제지했다.


"...죽었어."


푸리나는 느비예트의 품 속에서 차가운 시신이 되어 힘없이 안겼다.

사인은...항문 절정으로 인한 복상사.

페미니스트다운 더없이 비참한 최후였다.  

 

"모두 해산해라...우리가, 아니, 내가 졌다."


느비예트는 씁슬한 표정으로 푸리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타르탈리아와 야란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각자 갈 길을 가버렸다.

느비예트는 그렇게 한없이 서 있으며 혼잣말을 중얼댔다.


"그러게...왜 페미인지 뭔지 해서 이 모양이냐...푸리나..."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만 가자, 푸리나."


그 뒤로 느비예트는 다시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느비예트가 멜모니아궁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칩거하고 있다거나, 혹은 푸리나의 죽음에 대해 처절하게 복수하기 위해 비밀리에 계획을 짜고 있다던지 하는 소문들이 떠돌았지만 진상은 아무도 몰랐다. 


느비예트와 푸리나의 이야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ㅡ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아무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다.


누가 페미니스트와 스윗 물소에 해피엔딩을 바라겠는가?




전 물의 신 페미나

내 마음을 배신한 죄 초패스트 글카스로 처참하게 죽여주마


존나게사랑했다 씹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