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모두 픽션입니다.

*주의 : 캐릭터에 대한 각종 음해성 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맑고 화창한 어느 날의 리월.


항상 한산하던 왕생당 앞은 웬일인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인다는 건 꼭 좋은 의미의 모임이 아닐 때도 있다...


"왕생당주 호두! 널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다. 먹는 걸로 장난치다니, 이런 더러운 년! 넌 변호사 선임도 못 할 것이다."

"잠시만요!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세요! 음식에 똥을 넣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헛소리 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변명을 하려거든 서에 가서 해!"


호두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손목에 수갑을 찬 채로 영문도 모른 채 천암군들에게 끌려갔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수군대며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왕생당집 명품 짜장면 있지? 그 짜장 소스, 실은 당주가..."

"우웩, 더러워. 어떻게 인두겁을 쓰고 그럴 수가 있지?"

"저건 백 퍼센트 사형감이지...빨리 죽어버리라 그래."

"씨발...그럼 내가 엊그제 먹었던 짜장면이 설마..."

"아니 나만 꼴림?"


졸지에 천하의 악질 스캇충이 되어버린 호두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은 그저 왕생당 홍보를 하고, 무망의 언덕을 돌아다니며 영혼을 구제하고, 한가할 때면 만민당에 들르거나 시를 읊을 뿐인데.

요리를 객관적으로 잘한다고는 못하겠지만, 요리에 똥을 넣을 정도로 미친 사람은 아닌데.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왕생당에선 짜장을 안 판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하루였는데 갑자기 하루 새 모든 게 뒤바뀌었다.

호두는 이 상황이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몸에 전해지는 이 감각은 꿈이 아니었다.

마치 세상이 하루아침에 전부 뒤집어진 것 같았다.


호두는 경찰서에 가서 자신이 한 소행이라고 알려진 것들을 전부 부정했지만, 담당 형사는 호두에게 갖가지 증거를 내밀었다.

왕생당 짜장의 성분 검사 결과, 왕생당 내 조리실에서 검출된 조직, 그리고...

바지를 벗고 그릇 위에 쭈그리고 있는 호두 자신의 사진까지 말이다.


"이...이건 말도 안 돼...전 억울해요! 이 사진은 가짜에요!"

"이래도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어?"

"애초에 왕생당은 짜장면을 안 판다고요!"


그 말에 담당 형사가 한숨을 쉬곤 다른 서류철을 가져왔다.

거기엔 왕생당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거 봐. 왕생당 건물, 장례 시설 및 요식업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허가증까지 받았잖아. 네가 직접 작년에 최신화했다고."

"그럴...리가...없는데..."

"그럼 너희 왕생반점에서 짜장면 사 먹은 사람들은 다 뭐가 되는 거냐? 그 사람들도 다 거짓말이라 할래?"

"아...아...."


매사 싱글싱글 웃는 표정만 짓는 호두였지만 이 상황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억울함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거야 원..."


담당 형사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서류철을 책상에 던져버리고 자리를 떴다.


...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마침내 법정에 선 호두에게 재판 결과가 내려졌다.


"리월 칠성의 심판 결과에 따라 선고합니다. 왕생당주 호두...사형."


이제 호두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었다.

단지 이 악몽이 끝나길 바라며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호두는 이제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감옥에서 죄수번호 6974로 살아갈 터였다.

경찰 조사에 재판에 감옥 입소까지 하느라 지나간 한 달.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던 그 한 달도 무참히 부서졌다. 

그녀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신이 나간 듯 혼잣말을 중얼댔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형수인 그녀는 독방을 쓰게 되었다.

사형받을 사람에 대한 생전 마지막 예우인가, 간수들은 호두에게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았고 식사도 꽤 맛있는 반찬을 넣어주었다.

그러나 호두에게 이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그녀는 마음속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러나 호두가 감옥에 들어온 지 3일이 채 안 되어 사건은 벌어졌다.


콰아앙.


고요한 심야의 교도소에 엄청나게 큰 폭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 소리에 다른 죄수들처럼 호두도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호두의 눈앞에 철창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교도관들이 눈에 보였다.

복도는 비상이 걸려 빨간 불이 번쩍번쩍했고, 비상벨이 울리고 죄수들이 철창을 붙잡고 마구 질러대는 바람에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폭발은 한 번이 아니었다.


쾅.


콰앙.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마냥 이곳저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교도관이 평소엔 차지도 않는 창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서둘러 다가와 호두의 감방 문을 열었다.


"지금 교도소가 습격을 받고 있다! 지금 당장 대피해야 하니 복도로 나와서 저쪽으로 쭉 걸어가! 죽기 싫으면 빨리 움직여!"


호두는 정신을 차릴 틈새도 없이 헐레벌떡 열린 감방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콰아앙.


호두의 앞에서 우르릉 하는 소리가 들러더니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호두는 감방 벽으로 날아가 강하게 부딪히고는 쓰러졌다. 무시무시한 폭발이었지만 불의 신의 눈 소유자였던 호두는 화염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어 운 좋게 죽지는 않았다.

호두가 등허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자 휑하게 뚫린 교도소 벽과 새까맣게 타 버린 죄수들과 교도관이 보였다.

어찌 할 줄 몰랐던 호두가 얼빠진 채 복도로 걸어나갔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손을 홱 잡아챘다.


깜짝 놀란 호두가 고개를 돌리자 복면을 쓴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쪽으로, 빨리!"


호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렇게 급한 상황에 망설일 수는 없었다. 목숨부터 건지고 보자는 생각으로 호두는 복면을 쓴 여자의 뒤를 서둘러 쫒아갔다.

복면을 쓴 여자는 얼굴을 다 가리고 있어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자가 교도소 습격의 주범인 듯 했는데 어째서 호두 자신에게 접근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사람이 없는 한적한 교외까지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나서야 여자는 겨우 멈추었다.


"후우...후우..."


얼떨결에 탈옥해버린 호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등 뒤 저 멀리 불길이 환하게 치솟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도 뒤를 쫒아온 사람은 없었다.

숨을 고른 호두는 복면을 쓴 여자를 쳐다봤다. 복면 여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복면을 벗어던졌다.


"누...누구신데 저를 구하신 거죠?"

"안녕, 호두. 음...뭐라고 해야 할까. 우선 내 이름은 요이미야야."


복면을 벗어던진 여자는 요이미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째서 널 구했냐고? 하, 이야기할 게 산더미지만, 일단 우.리 아지트까진 더 가야 해. 숨고르기는 다 했니? 그럼 다시 뛰어!"


요이미야는 다시 어둠 속으로 내달렸다. 호두도 일단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또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낡은 오두막이었다.

대충 보니 이미 사람이 살지 않을 법한 곳이었다.


대충 구실만 내고 있는 나무문을 삐거덕 열고 들어가자 식탁에 올려져 있는 양초와 또 처음 보는 누군가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 드디어 왔구나! 무사히 성공해서 다행이야."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간만에 마음껏 불장난 할 수 있어서 기분 째졌다고."

"이...이분은 또 누구?"


그러자 식탁에 앉아 있던 빨간 트윈테일 소녀가 일어나 호두에게 악수를 청했다.


"후후, 내 이름은 닐루야. 만나서 반가워, 호두 씨."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을 구하다니...호두로서는 영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리월 사람도 아닌 듯 했다.


"너희는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사실 우.리도 건너건너 소문을 들었을 뿐이야. 리월에서 누가 음식에 똥을 싸질러서 큰 화제가 됐었다고 하더라고."

"...그건 누명이야...난 그런 짓 따위 하지 않는다고."

"우.리도 알아. 호두. 어느 날 갑자기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어버렸지?"

"그, 그걸 어떻게..."


요이미야가 호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도...바로 피해자들이거든."

"너희...도?"

"그래, 그렇다니까! 난 이나즈마에서 폭죽을 만들면서 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날 창녀라고 알고 있지 뭐야! 휴, 동네 아이들한테까지 소문이 다 나서, 아버지만 빼고 온 이나즈마 남자들이 밤마다 대달라고 찾아오는 거 있지."

"나는 수메르의 주바이르 극장에서 춤추는 무용수야. 그런데 갑자기 극장에 사는 스왕이랑 내가 연애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나돌고 있더라."

"그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데..."

"스왕은 우.리 극장에서 기르는 개야."

"아..."


호두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선 착한 척 하다가 뒤에서는 호구들 돈 뜯고 있다고 그러고, 공연 중에 트름을 막 했다 그러질 않나...어휴, 온화한 나도 화가 날 뻔했다니까."


닐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호두는 그래도 자기는 꼴에 사형수인데, 자기가 제일 큰 피해자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그런데, 나를 도와준 이유가 대체 뭐야?"

"우린 이 상황이 결코 우연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래서 이 세상을 뒤바꾼 원인을 찾아내려고 해. 이런 일에는 유능한 동료가 필요하기 마련이지."

"유능하다라...이 당주가 그런 말을 들은 지도 꽤 됐네."


그리하여 호두는 그들과 손을 잡게 되었다. 

셋은 어두컴컴한 오두막에서 차 한잔씩을 나누어 마시며 의기투합했다. 마치 도원결의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호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닐루를 바라보았다.


"일단 알아낸 사실부터 말해주자면...우.리와 같이 상황이 격변한 이들은 극소수인 것 같아.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널 구출한 거고."

"그럼 우.리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으면 되잖아? 세 명 가지고 단언하긴 좀 그렇다만."

"좋아...일단 그럼 각자 자기 얘기를 해 볼래?"


그렇게 때아닌 자기소개 시간이 이루어졌다.

호두와 닐루는 그럭저럭 잘 끝냈으나... 

둘은 이후 동이 틀 때까지 요이미야의 자기소개를 들어야만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나 요이미야가 있게 된 거지! 모두 박수!"

"어...으...얘기 다 끝난 거야?"


꾸벅꾸벅 졸고 있던 닐루와 호두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며 깨어났다.

결국 요이미야의 이야기를 100분의 1로 다시 압축해서 들은 둘은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가장 큰 공통점은 5성, 신의 눈, 잼순이 체형이다 이거지?"

"잠깐! 우.리한테는 다른 공통점도 있잖아! 행복한 유년시절, 음식 취향도 비슷하고 그리고 또..."

"요이미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공통점을 찾았으니 다음 계획은?"

"이 사태에 영향을 받은 다른 이들을 찾는 거지."

"하지만 어떻게?"

"간단해. 현실이 바뀐 걸 아는 건 음해받는 사람들밖에 없잖아."

"그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상한 소문 같은 게 있는지 파악해보는 수밖에 없겠네."

"윽, 솔직히 말해서 나 아직 이해 못 했어."


닐루와 호두는 요이미야를 위해 한번 더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음해를 받는 셋은 현실이 조작되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들이 받는 음해를 원래 있었던 것처럼 당연시여기고 있다.

그 차이를 이용해서 위화감을 찾아내는 것이다.

마치 닐루와 요이미야가 누군가 음식에 똥을 넣은 짜장면을 팔아 체포되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고 호두를 찾아낸 것처럼.


약간의 회의를 통해 목적지는 몬드로 정해졌다.

닐루의 말에 따르면 수메르에는 5성 잼순이가 닐루 이외에 없다고 하고, 리월은 당장 호두가 탈옥수 신세다.

이나즈마는 거리가 너무 멀고 바닷길밖에 없어 통행이 불편했다.


하지만 온종일 걸어 몬드로 바삐 향한 셋은 성문 앞에서 막혀버렸다.

몬드성의 성문은 굳게 잠겨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쿠르릉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휘몰아칠 것 같은 먹구름이 바로 위에 뜬 몬드성은 답지 않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성벽은 또 언제 공사했는지 더 높게 축조되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성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어느샌가 나타난 중무장한 경비병 둘이 창을 겨누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몬드성에는 무슨 일이냐?"

"저, 저희는 여행객인데요...몬드성에 무슨 일 있나요?"

"몬드성은 폐쇄다. 꼬치구이가 되고 싶지 않거든 당장 꺼져!"


결국 셋은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채 몬드성을 도망치듯 부리나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이 사태랑 관련이 있을까?"

"나도 몰라..."

"어찌됐든 몬드는 이제 글렀어. 어디로 가야 하지..."

"폰타인? 폰타인 어때?"

"그럼 폰타인으로 가자. 경책 산장을 지나서 침옥 협곡을 뚫으면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을거야."


다음 목적지를 정한 그들은 근처에서 하루를 야영한 뒤 바로 폰타인을 향해 출발했다.

또 얼마나 걸었을까, 셋은 첫 번째 경유지 경책 산장에 도착했다. 

계속 걷기만 해서 다리도 뻐근해지고, 배도 고파 일행은 일단 경책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당연하겠지만 호두는 혹시라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근처에 따로 숨겨 놨다.


요이미야와 닐루는 자리에 앉아 경책 가정식 3인분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떠드는 요이미야를 뒤로 하고 닐루는 옆 테이블에서 남자 둘이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우.리도 리월항에 한번 가야 하지 않겠어? 즉위식에는 참석해야지."

"엄청난 축제가 열릴 텐데 말이야...가고 싶긴 하네. 근데..."


즉위식? 축제?

닐루는 리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신이 죽고 인간이 지배권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건너건너 소문을 타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웬 즉위식이란 말인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대화였다.


닐루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옆 테이블로 다가갔다.


"저기, 제가 외국인이라 그런데, 리월에 무슨 축제가 있나요?"


남자 둘은 서로를 빤히 쳐다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를 시작했다.


"옥형성 님이 드디어 왕좌에 오른다고 들었어요. 아마 내일 즉위식이 열릴 텐데, 옥형성 님이 가진 명성과 위상을 생각하면 분명 지금부터 엄청난 축제 분위기일 거에요. 아가씨도 한 번 가보세요.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걸요."

"아, 네. 감사합니다."


닐루는 싱긋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뭔 얘기 했어? 저 남자 중 한 명이 마음에 든 거야?"

"아니, 그럴 리가...대신 마음에 드는 정보는 얻었지."


....


근처 동굴에서 쓸쓸히 혼자 돌멩이를 주워 공기놀이나 하고 있는 호두 근처로 두런두런 인기척이 느껴졌다.

설마, 자기를 잡으러 온 천암군인가?

호두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신의 눈을 꽉 쥐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가운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밥 왔다!"


닐루와 요이미야가 포장된 경책 가정식과 절운 누룽지를 들고 호두 앞에 나타나자 호두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호두에게 닐루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호두, 하나 수상한 얘기를 들었는데 너가 좀 판단해 줄래?"

"무슨 얘기?"


닐루는 방금 들은 얘기를 그대로 호두에게 전달했다.

이야기를 들은 호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전혀. 이런 소리는 난생 처음 들어. 선인들도 다 제치고 옥형성 한 사람이 리월의 최고 집권자가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다는 건..."

"마침 옥형성도 우.리와 똑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건 백 퍼센트야. 당장 리월로 향해야 해."

"그치만 넌 수배중인 상태라 못 들어가잖아. 리월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둘이서는 조사가 힘들어."

"정체를 숨겨야지."




다음 날 리월항


닐루와 요이미야와 호두가 리월항에 가까이 가자 폭죽이 이곳저곳에서 펑펑 터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교외까지 들려왔다.

천암군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다 셋이 다가가자 주섬주섬 일어서 그들을 검문했다.

그런데 이건 뭐 검문이랄 것도 없었다.


"예, 뭐 때문에 오셨어요?"

"아, 저흰 외국에서 왔는데요, 리월에서 축제가 있다고 해서 놀러왔어요."

"예예. 신원만 좀 확인하겠습니다."


닐루와 요이미야가 가벼운 몸수색만 받고 리월항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호두가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옷도 갈아입고, 모자도 벗고, 그리고...긴 머리도 다 잘라버린 채로 말이다.


천암군 병사가 호두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순간 호두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까지 깎았지만 그 독특한 눈동자만큼은 숨기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황해선 안 됐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천암군 병사를 보고 호두는 씩 웃어 보였다.


"눈동자가 남자답지 않게 예쁘시네요."


하지만 호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남자처럼 목소리를 낮게 까는 연습도 미리 했지만 도저히 입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말없이 웃음만 지으며 호두는 빨리 좀 넘어가라고 속으로 빌었다.


"네, 남자 하나에 여자 둘...통과.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호두의 뒷목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빠른 걸음으로 병사들에게서 벗어난 호두는 닐루와 요이미야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봐봐, 내가 될 거랬지?"

"뭐가 됐다는 거야? 남장하고 다니니까 쪽팔려 죽겠어..."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못 알아볼걸?"

"눈동자 때문에 들킬 뻔했어. 선글라스라도 좀 찾아봐야겠는데."


리월 시내에 도착하자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해등절도 아닌데 사방팔방에서 폭죽이 터지고 온 거리가 시장판처럼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가며 리월항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셋은 건물 사이에 걸린 큰 현수막을 발견했다. 


"이, 이건..."


현수막에 적힌 글씨를 본 일행은 여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KEQINGISTHEBESTMAINDPS'


주위를 둘러보자 그제서야 그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각청의 죽순머리를 따라한 머리띠, 각청의 엉덩이 검법을 따라하는 사람들, 각청 굿즈를 곳곳에서 팔고 있는 노점상들.


"이거 좀 드셔보세요! 방금 만든 케칭 주스입니다!"


아주 그냥 별의 별 물건들에 다 각청을 붙여 팔고 있었다.

이곳이 바위 신의 도시인지 각청을 숭배하는 도시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시내 깊숙히 들어갈수록 도처에 각청이 널려있는 게 보였다.

각청이 그려진 벽보, 전단지, 팜플렛, 그래피티가 난무하고 옷가게들은 전부 각청이 입었던 의상들을 팔고 있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환호성을 지르며 각청을 상습적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어딜 가나 각청이 있었다.


"사, 사람들이 너무 들떠 있어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이미야, 낯선 사람한테 들이대는 건 네 전문이라매! 빨리 가서 어떻게든 해봐!"

"잠깐만! 내가 무슨 삐끼야? 밀지 말고 좀 기다려!"


결국 등 떠밀린 요이미야는 길 한구석에 좌판을 깔고 열심히 각청 미니어쳐를 파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하나 살텨? 젊은 아가씨가 각청님을 닮아 아주 이쁘구먼~"

"아하하... 하나 주세요. 이걸로요."

"그래그래. 8천 모라란다."

"윽, 여기요...근데 할머니, 오늘 각청 님의 즉위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가씨 일행도 각청 님을 뵈러 왔구만! 즉위식은 오늘 오후 3시 옥경대란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각청 님은 원래 리월 칠성 아니셨나요?"


요이미야가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순진한 할머니는 눈에 경외심을 가득 담은 채로 기습적으로 각청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저런, 외국인이라 잘 모르나 보구나. 어찌 옥형성 같은 작은 그릇이 우.리 각청 님을 담을 수 있겠니? 각청 님 같은 최고의 메인 딜러는 당연히 리월 칠성 그 위에 군림해야지. 각청 님이야말로 진정한 리월의 수호자이자 진리인데 이제서라도 겸손함을 떨치고 진정한 왕의 자리에 앉는 게 나는 참 다행이라 생각되는구나."

"아...예. 답변 감사해요!"


다시 돌아온 요이미야는 닐루와 호두에게 방금 들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옥형성이 리월 칠성을 넘어 리월의 왕이 되려 한다고? 말도 안 돼..."


호두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자신보다 성능적으론 한참 뒤떨어지는, 풀 원소 덕분에 목숨이나 빌빌거리며 연명하던 그 각청이 최고 메인 DPS가 되어 암왕제군의 바로 밑, 리월의 꼭대기에 군림하려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이 사태가 누군가에겐...반대로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말야."

"그렇다고 멈출 순 없어. 난 똥쟁이에 사형수가 되었다고. 이 이름에 씌여진 음해를 난 반드시 벗고야 말겠어."


호두는 결연한 표정으로 저 높이 솟아 있는 옥경대를 바라보았다.


"...지금 몇 시지?"

"오후 1시."

"각청을 만나러 가야겠어. 이 사태에 연관되어 있다면 그녀도 우.리처럼 이전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을 테니까."

"자, 잠깐 기다려!"


요이미야가 호두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방금까지도 사람들 때문에 시끌벅적해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던 세 사람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얼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다시 되돌아와 원래 하던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다시 재잘대고, 뛰어다니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제대로 생각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셋은 크게 당황하며 제자리에서 쉽사리 움직이질 못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호두였다.


"뭔가 이상해. 우선 한적한 곳으로 벗어나자."


호두의 속삭임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요이미야와 닐루는 호두의 뒤를 따라 후다닥 뛰어갔다.

정신없이 달리던 요이미야는 별안간 등 뒤에서 오싹함을 느꼈다.

요이미야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냥 스쳐가는 시선이 아니라, 리월항에 있었던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요이미야 자신에게 꽂히고 있었다.

요이미야는 공포에 질린 채 앞만 바라보며 더 빨리 달렸다.


호두가 닐루와 요이미야를 급하게 데려온 곳은 다름아닌 왕생당이었다.

이제는 철거 예정 딱지만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빈 왕생당 사무실 안에서 호두와 둘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호두는 구석에 있는 장롱을 벌컥 열고는 그 안에서 천에 덮힌 호마봉 한 자루를 꺼냈다.


"찾았다...내 스페어 호마봉."


호두가 뒤를 돌아 닐루와 요이미야의 상태를 살폈다.

닐루는 숨 차 하는 것 빼곤 그럭저럭 멀쩡해보였는데 요이미야의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것마냥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요이미야, 무슨 일 있어?"


요이미야는 말을 더듬거리며 쉽사리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그 사람들이 보, 보고 있었어..."

"뭘 봤는데?"

"모두 날 보고 있었어...뭐, 뭔가 이상해. 예감이 좋지 않아..."


공포에 떨고 있는 요이미야 때문에 호두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빈 왕생당 건물이었지만 문의 잠금장치는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호두는 문을 굳게 잠그고 창문도 모두 잠가버린 다음 블라인드를 전부 쳐 버렸다.

그리곤 2층의 창문도 모조리 잠근 다음 3층 왕생당 사무실로 다시 돌아와 똑같이 했다. 블라인드까지 쳐 대낮이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해진 사무실에 호두가 어디선가 양초 하나를 집어들고 와 신의 눈의 힘으로 양초를 켰다.


가만히 숨죽이고 있으니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호두는 조심스레 창문의 블라인드 사이로 오른눈을 내밀었다.


왕생당 문앞에 어느새 천암군과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몇 달 전 잡혀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에 화들짝 놀란 호두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창문 근처에서 재빨리 뒤로 떨어졌다.


"밖에 천암군이 와 있어. 사람들이랑."

"어떻게 된 거야? 남장은 완벽했는데, 들킬 리가 없어."

"쉿, 밖에서 뭐라고 말하고 있어."


다시 창문 근처로 다가가자 사람들이 뭐라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페미니스트 요미는 당장 나와라!"

"페미니즘으로 사람들을 기만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떳떳할 자격이 있는 거냐!"


호두와 닐루는 동시에 요이미야를 쳐다봤다.

요이미야는 영문을 모른 채 입을 떡 벌리고 어버버댔다.


"나? 내가? 페미라고?"


밖에서는 흥분한 사람들이 계속 페미니스트 요미를 비판하고 있었다.

호두는 당황했지만 이내 새로운 음해가 방금 막 하나 더 생겨났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갑작스레 변한 상황에 닐루와 요이미야는 아직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 난 요이미야지 요미가 아니라고..."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설상가상으로 천암군이 왕생당 대문을 부술 듯이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페미니스트 요미! 왕생당주 호두! 너희들은 이미 포위됐다. 얼른 나와라!"

"자, 잠깐, 나?"


침착하게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호두도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

언제 들켰는지는 몰라도, 누군가 눈치채고 신고한 모양이었다.

 

"안 나오면 부수고 진입하겠다!"


문이 점점 거세게 두들겨지자 호두는 재빨리 왕생당 뒷편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밖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 아직 사람들이 뒷편까진 몰려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닐루, 요이미야! 지체할 시간이 없어. 이쪽 창문으로 빨리 빠져나가자!"


망설일 틈도 없이 셋은 뒷쪽 창문을 넘고 건물 처마에서 점프해 반대편 건물로 건너갔다.

그렇게 빽빽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어다니며 계속 도망쳤지만 어느샌가 밑에 천암군이 따라붙고 말았다.


"거기 서라! 똥쟁이!"

"이런 미친, 왜 이럴 때만 이렇게 일을 잘 해?"


하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로 이동하는 데도 결국 한계가 있었다.

포위망을 좁혀온 천암군에 의해 셋은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양옆으로 포위당했다.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 호두는 밑으로도 뛰어내려볼까 생각했지만 이미 밑에도 천암군이 죄다 깔려 있었다.

이제는 하늘로 솟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페미니스트 요미, 똥싸개 탈옥수 호두! 이제 그만 항복해라. 너흰 전부 체포다!"


이판사판이다 생각한 호두가 호마봉을 꺼내 전투 자세를 취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에 천암군의 한쪽 포위망이 흐트러졌다.




천암군이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던 사이 천암군의 위에서 기계 슈트를 착용한 남자가 바람을 가르며 나타났다.

남자가 바람 원소의 힘으로 천암군을 순식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자 다리 밑으로 천암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수수 떨어졌다.


천암군의 포위망은 뚫렸지만 다리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천암군들이 창을 내려놓고 활을 집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귀찮다는 듯 칫 하더니 호두를 팔로 안아 들어올리곤 공중으로 살짝 부양했다.


"뭐해? 하나씩 잡아."


닐루와 요이미야가 재빨리 남자의 양 다리에 매달리자 그가 힘을 끌어올리더니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천암군이 마구 화살을 쏘아댔지만 간발의 차로 맞지 않았다.

남자는 그대로 허공을 박차고 앞으로 가속하더니 이내 리월항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천암군은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그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두 일행은 몰랐다.


저 하늘 위 드높게 솟아 있는 군옥각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계 슈트를 착용한 정체불명의 남자는 천형산 근처 어느 한적한 곳까지 날아가고 나서야 땅에 착륙했다.

남자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에 성공한 세 사람은 그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남자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런데 닐루가 대뜸 남자의 헬멧을 보고 깜짝 놀라 가리키며 외쳤다.


"그, 그 투구, 전에 수메르에서 학자들이 만들었던 가짜 신?"

"..."


여전히 침묵하고 있던 남자는 정기의 신과 똑같이 생긴 그 헬멧을 천천히 벗었다.

헬멧을 벗자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방랑자였다.


호두와 요이미야는 그가 누군지 당연히 몰랐지만 닐루는 알고 있었다.


"당신은...전에 학부 대항전에 참가했던 모자 씨 아닌가요?"

"모자...그래,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곤 하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게다가 그 슈트는 또 뭐고요?"

"하, 설명하자면 길지만 멍청한 너희들을 위해 세 줄로 요약해주마."


방랑자의 설명은 이러했다ㅡ

이 사태의 원인은 다름아닌 누군가 세계수에 들어가 세계수를 조작했기 때문이고,

방랑자 자신은 정선궁에 들어가 이걸 막으려 했지만 정선궁이 봉인당하는 탓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책을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개짓거리를 하고 있지. 이제 궁금증이 좀 풀렸나?"

"아니요, 저흰 세계수가 뭔지도 잘 모르고 당신이 왜 저희를 구해줬는지도 얘기 안 해줬는데요."


방랑자는 한숨을 내쉬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 모르겠으면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가니까."

"그래서 그 개쩌는 슈트는 뭔데요?"

"예전에 썼던 기체를 소형화하고 개량했을 뿐이야."


그런데 갑자기 스산한 기운이 공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닐루와 요이미야, 호두도 느낄 정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끼며 모두가 왼쪽 하늘을 바라보자 그녀가 있었다.



"역시 나와 같은 녀석들이 있었군..."


각청이, 

공중에서 계단을 걷듯 천천히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번개가 각청의 발 밑에 파지직대며 파동을 일으켰다. 


"옥형성 각청..!"

"너는 아마 왕생당주 호두였지? 미안하지만 난 이제 '옥형성' 따위가 아니야."


허공을 걸어내려온 각청이 풀밭에 우아하게 발을 디뎠다.


"난 리월 칠성과 모든 선인을 뛰어넘은 '대 황 청'으로 리월에 새롭게 군림할 존재이지..."

"옥형성 각청, 대답해라. 세계수를 조작한 건...네 짓인가?"


방랑자가 헬멧을 다시 착용했다. 슈트에 불빛이 번쩍 들어오더니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안타깝게도 네가 찾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난 수메르에 간 적이 없어. 게다가 세계수와 관련된 건 풀의 신 뿐이잖아? 어째서 나를 의심하는 거지?"

"풀의 신 역시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만약 쿠사나리 화신이 세계수를 조작했다면, 아무도 조작되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 세계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누군가가 어설프게 세계수를 쳐 건드리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난 거지."

"그렇다고 그게 날 의심할 이유가 되지는 않아."

"옥형성 각청, 넌 쿠사나리 화신과 같이 연월을 다녔던 적이 있다. 이 사태로 인해 이득을 본 것도 너지. 만약 아무 관련이 없다면 나를 쫓아올 이유도 없을 거고."

"다시 말하지만 난 이 사태와 관련이 없어. 세상 어떤 미친 놈이 풀의 신을 없애고 세계수에 들어가려 하겠어?"


방랑자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터벅터벅 걸어가 각청의 앞에 섰다.


"네가 결백하다면...나와 협력해라.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주길 바라지."


호두 일행은 뒤에서 침만 꼴딱꼴딱 삼키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뭔가 함부로 나설 자리가 아닌 듯 했다.


"내가 왜?"

"뭐라고?"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각청의 몸에서 번개가 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자줏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며 엄청난 오오라가 감돌았다.


"난 말이지, 상시라고 항상 무시받고 밀리는 찬밥 신세였어...풀 원소가 나와도 남들 뒤꽁무니 쫓아가기에 바빴지. 나에게 이건 기회야. 어떻게 얻은 최강의 메인 DPS인데, 이 타이틀을 절대 놓칠 순 없어."

"세계수의 위험성을 모르나 보군. 그 지위는 잠깐의 꿈에 불과하지.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둬."

"닥쳐! 내가 왜 너희를 쫓아왔냐고? 그건 너희를 전부 죽여서 누구도 내 힘을 빼앗게 두지 않기 위해서야."


엉덩이에서 회광을 뽑은 각청이 검을 휘두르자 이전의 조악한 성능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되는 번개 줄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워메, 씨펄!"


호두 일행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가까스로 번개를 피했다.

호두가 고개를 빼꼼 들자 눈앞에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온몸에서 번개를 내뿜는 각청이 날아다니며 검을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우레와 같은 자줏빛 번개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하지만 방랑자는 유연한 공중기동으로 각청의 엉덩이 검법을 죄다 피하며 끊임없이 사각으로 날아가 바람 칼날을 날려댔다.  


"흥, 비겁하게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정면승부 하는 게 병신 아닌가?"


각청과 방랑자는 얼핏 보면 비등비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카운터 위주로 공격하며 요리조리 잽싸.게 날아다니는 방랑자 때문에 계속해서 타격을 허용하고 있는 건 각청 뿐이었다.


"DPS 1위의 자리가 속도나 편의성, 전투 센스까지 의미하는 건 아니지."

"속도? 내 앞에서 속도를 논하겠다고?"


각청이 자세를 취하더니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방랑자를 향해 돌진했다.


"검과 같이, 빠른 그림자." 


그러나 방랑자는 각청의 머리 위로 솟아 올라 이번에도 손쉽게 번개를 피하고 다시 역으로 카운터를 먹이려 들었다.


"잡았다."


각청이 그 순간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머리에 달린 죽순에서 날카로운 번개를 내뿜어 방랑자를 공격했다.

예상치 못한 번개에 제대로 얻어맞은 방랑자는 비틀대다 결국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 슈트, 경직 저항은 해결 못 했나 보지?"

"뭐...번개 원소 내성 90퍼센트는 달고 있지. 덕분에 목숨은 건졌네."


정기의 신의 몸체를 재구성한 슈트라 그런지 방랑자는 각청의 무시무시한 번개를 맞고도 죽지 않았지만 타격은 꽤나 커 보였다.

'BESTMAINDPS' 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파괴력이었다.

아직 비틀대는 방랑자에게 각청이 검격을 먹이려던 그때였다.


"...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위화감이 그들을 덮쳤다. 마치 의식하지 못할 만큼 아주 잠깐 세계가 거꾸로 뒤집힌 그런 느낌이었다. 

겉보기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겠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세계수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는 것을.


"흥, 이걸로 증명됐나? 세계수를 조작한 건 내가 아니라는 게 말이야."

"크윽...옥형성 각청, 이대로 가면 모두 끝이야. 지금이라도 협력해.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럴 리가. 난 지금 이대로가 좋은걸."


뭔가 신경쓰이는 게 있었는지 대뜸 각청이 힐끔 고개를 돌려 호두 일행을 쳐다봤다.  

가만히 바닥에 엎드려 있다 각청과 눈이 마주친 호두가 소스라치게 놀라 옆의 요이미야를 바라봤지만 요이미야의 상태가 이상했다.


"요이미야?"

"발리...발리에 가고 싶다 이기야...도,태 인,셀남들...은...모두 죽어야...해..."


요이미야는 손으로 집게 모양을 만들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반대쪽의 닐루를 쳐다봤지만 닐루의 상태도 이상했다.

닐루는 눈에 하트를 띄우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호, 호두...나, 몸이 이상해..."

"니, 닐루? 어떻게 된 거야?"

"저, 저쪽에 있는 강아지 씨가...너무 귀여워 보여서... 이, 이 감정은 대체 뭐지..."

"이런...올 게 왔군."


방랑자 역시도 이쪽 상황을 알아챈 모양인지 꽤나 곤란한 눈치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죠?"


호두는 두려움에 방랑자를 향해 소리쳤다.


"말했지? 풀의 신이 세계수를 조작했다면 아무도 몰랐을 거라고. 세계수에 적힌 건 모두 진실이 되어버려...그게 어떤 내용이든지 말이야. 너희들은 예외라고 생각했겠지만, 틀렸어. 단지 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지."

"그, 그 뜻은..?"


갑자기 호두의 뱃속이 마구 요동쳤다.

엄청난 복통과 변의가 밀려오며 뒷구멍으로 모든 걸 배출하고 싶어졌다.


음해당한 것들이... 


점점 진실로 바뀌고 있었다.


"각하하하하! 그렇다는 건 결국에는 내 성능도 완전한 1등이 된다는 거잖아!"


그 말을 들은 각청은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번개가 각청의 힘과 감정에 공명하듯 그녀의 몸을 타고 파지직댔다.


"좋아... 일단 너부터 썰어야 좀 안심이 되겠네!"


각청이 검을 휘두르자 무수한 번개가 가지를 뻗어나갔다.

방랑자는 추진기를 쏴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지만 공격을 피하기엔 이미 무리였다.

다시 한 번 더 공격을 허용한 방랑자의 슈트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이제 슈트도 슬슬 한계점이 임박한 듯 보였다.


"슈트가 겉멋만 들었지 실용성은 하나도 없네."

"원래 몸체에서 경량화를 너무 많이 진행해버려서 그런 것 같군."

"유언은 그게 전부냐?"


각청이 자신의 검 회광을 치켜들자 하늘에서 콰르릉 소리와 함께 번개가 번쩍번쩍 내리쳤다.

번개를 흡수한 회광이 마치 태양처럼 밝게 빛났다.

각청은 호오잇 기합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방랑자를 두동강낼 심산으로 그대로 내리찍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각청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각청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세 명이 당당히 서 있었다.


"씨팔...똥 마려우니까 빨리 끝내자고..!"

"발리? 역시 발리가 최고다 이기야."

"스왕씨...날 지켜봐줘!"


각청은 그 모습을 보고 심히 어이가 없었는지 저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렸다.


"뭐야, 이년들은? 페미에 수간충에 똥쟁이까지 아주 세트로 지랄이네..."

"집게손으로도 화살은 쏠 수 있다 이기."


요이미야가 각청을 향해 재빠르게 화살을 날렸다.

각청은 아무렇지도 않게 화살을 탁 잡아냈다.

이전이었다면 화살을 피했겠지만...이렇게까지 강해진 지금은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그저 힘의 차이를 보여주면 된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런 오만함이 패배의 요인이 된다.


"역시 잡을 줄 알았다 이기야. 한남기폭제 점화!"


요이미야가 손가락을 튕기자 화살촉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올랐다.

방심했던 각청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폭발을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콜록콜록...겨우 이딴 걸로 나를...!"


강력한 폭발이었지만 이전보다 파워업한 각청은 머리만 그슬리고 옷만 좀 탔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폭발 연기가 걷히자 각청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검과 창을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닐루와 호두였다.

각청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일단 공격을 회피하기로 했다ㅡ그러나 그녀는 어느새 자신 뒤쪽에 드리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고개를 숙여라!"


틈을 타 다시 일어난 방랑자의 킥을 뒷통수에 제대로 쳐맞은 각청은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그러자 닐루가 기다렸다는 듯 떨어지는 각청에게 물 원소 검기를 날렸다.

얼굴에 정통으로 물을 쳐맞은 각청이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물 묻혔어요!"

"좋아, 전력으로 간다!"


각청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반격하려 했지만 물 흐르듯이 순식간에 연계된 공격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가드 자세를 올리기도 전에 호두의 유령이 각청의 안면을 강타했다. 


"접ㅡ화요원!"


뻑 하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각청이 저 멀리 날아가 데굴데굴 굴렀다.

땅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상체를 힘겹게 일으키자 그녀의 코에서 쌍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완벽한 공격이었지만 그럼에도 각청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다만 데미지가 꽤 심했는지 그녀는 부들대며 겨우 일어나 피가래와 신음을 뱉으며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호두 일행과 방랑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를 악물고 호흡을 가다듬은 각청이 검을 쥐었다.


"나와라, 검의 그림자."


각청 주위에 번개로 된 수없이 많은 분신들이 나타났다. 위험을 깨달은 방랑자와 호두 일행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사정거리 안이었다.

이어서 섬광이 번쩍 하더니 무수한 번개 참격이 쏟아졌다.

호두 일행은 물론 방랑자도 참격에 휘말려 눈 깜짝할 새 당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모두를 먼저 쓰러뜨려버린 각청이 피가 줄줄 새는 코를 부여잡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제대로 한방 먹었네...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너도 위력이 많이 줄었군.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러나 방랑자 또한 끝내 각청의 공격을 버텨냈다.

방랑자는 만신창이가 된 슈트를 일으켜 세우며 막바지에 다다른 결전을 끝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저 배신자!"

"저 년이 우.리를 속이고 리월을 배신한 망조의 짐승이다!"


갑자기 떼거지로 나타난 리월 백성들이 몰려와 각청을 향해 돌과 밀가루. 계란 등을 마구 던져댔다.


"으윽, 악!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짭 캬루는 물러가라! 망조의 짐승은 꺼져라!"

"난 리월의 군주인 대 황 청이야! 당장 그만두지 못해!"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방랑자가 싸움은 끝났다는 듯 헬멧을 툭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각청을 향해 의미심장한 조소를 띠며 말했다.


"이제야 알겠어?"

"사람들이 어째서 나한테 이러는 거지? 난 분명 위대한 메인 DPS 1위일 텐데!"

"아까 전 일어난 세계수의 변화가 끼친 영향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좋은 쪽은 아닌 것 같군."


사람들은 각청을 향해 쉴새없이 물건을 던져대며 야유하고 조롱했다.

각청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한순간에 받은 이 음해와 같이,

자신이 가진 이 힘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하룻밤 꿈처럼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결국 DPS 1위란 힘은 의미없는 환상에 불과한 것을 말이다.


"..."


각청은 말없이 기를 모으고 온몸에서 번개를 내뿜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마구 소리를 지르고 공포에 떨며 헐레벌떡 도망쳤다.


"오? 설마 아직도 싸울 셈인가?"

"...협력하겠어."

"좋은 선택이야. 지금의 네 힘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다."


그때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닐루와 요이미야가 각청과 방랑자 쪽으로 달려왔다.


"우.리도 데려가라 이기야!"

"저, 저희도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방랑자는 그들의 부탁을 고민 하나 없이 매몰차게 거절했다.  


"안 돼. 너흰 너무 약해빠졌어."

"아..."

"하지만 마지막 팀워크는 봐줄 만 했어, 그거 하나는 인정하지."

"...당주는 어디 갔어?"


각청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호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걘 똥 때리러 갔다 이기야."

"너희를 데려갈 수는 없지만, 대신 여기서 세계수 때문에 음해받는 이들을 찾고 그들을 보호해줬으면 해. 당주한테도 전해주고."

"알았다 이기야..."


각청은 그 말을 남기고 방랑자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고 둘의 모습은 점차 작아지더니 곧 모습을 감췄다.

거사를 다 치른 호두가 배를 부여잡으며 힘겹게 걸어왔다.


"아이고 배야...두 사람은? 가버렸어?"

"우린 너무 약해서 받아줄 수가 없대..."


그 말을 들은 호두는 살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아까 전의 전투로 놓쳐 바닥에 떨어진 호마봉을 주웠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절망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악착같이 맞서 싸우거나.


그러나 포기하는 건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혼자라면 몰라도, 함께라면 의지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음해였고 희망도 한 번 꺾였지만... 

호두는 이젠 더 이상 주저앉을 생각이 없었다.  


"상관없어. 우린...우.리의 일을 하면 되는 거야."


결연한 표정을 지은 호두의 옆으로 요이이먀와 닐루가 말없이 다가와 붙었다.


"음해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그래서,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마 지금쯤 수메르는 개판이 되어 있겠지...두 명이서 가 봤자 정선궁까지 가려면 중과부적일 거야."


방랑자는 백 명이 훌쩍 넘는 30인단 단원들에게 쫓겨 도망치듯 수메르에서 빠져나온 기억을 떠올렸다.

정체를 감춘 쿠사나리 화신과 닫혀버린 정선궁, 세계수에 침입한 누군가, 자의를 잃고 조종당하던 30인단.

세계수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도, 사람들의 의식을 점령하고 조종하는 것도 오직 쿠사나리 화신만의 권능이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세계수의 조작은 미숙하기 그지없다.

그 뜻은...누군가 쿠사나리 화신을 이용해 이 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랑자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문득 이전에 그녀가 해 줬던 말이 떠올랐다.


'난 네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웠으면 했는데.'


...쿠사나리 화신, 네 말이 맞는 것 같군. 

방랑자는 나히다의 말을 인정했다.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혼자서는 모든 걸 이룰 순 없다.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겠어. 한 따까리 하는 녀석들로 말이야."





빨간약 해결되면 올리려고 했는데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네

원신은 계속할지 잘 모르겠고 똥글 싸는 건 계속할듯 싶다 


단편 간에는 연계되는 내용이 살짝 있지만 그냥 한 편만 보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방해 안 가는 식으로 넣고 있음

이게 글 쓰다 보니까 서로 연계시키는 것도 재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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