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카페앞의 태그를 Open으로 돌렸다.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적과 싸우는 전장처리자로써 살아간다는 TV에 나오는 ~~레인져마냥

단순한 비밀이야기도 있지만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봄바람이 쉬쉬하는 이야기도 있다.

자, 그러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연주해야 할까?


그래...

코넬리아와의 만남은 단순했다.

그녀는 소년병 출신이었고. 감정표현을 그다지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결국 다른 동료와의 마찰로 이어졌지만...

그런 마찰속에서 코넬리아의 잘못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규칙을 무척 엄격하게 지킨다는게 문제였지.


'병사로써의 마음가짐이 부족하다.'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없다. 나는 병사다.'

'싸울수 있다면 상관없다.'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나가려해도 고드름이 비수처럼 날아온다.


결국 RoSE 상부에서는 내게 병사관리를 못한다며 질책했고

그녀와 함께 전장을 나가는 요원들은 강압적인 그녀의 행동에 볼멘소리로 내 귓가를 괴롭혔다.


'하아, 학교 졸업한지 얼마됐다고 벌써부터 숙제가 생겼어 내 팔자야...'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딜수 있게 도와주는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내가 가르침이라 생각한 이야기가 강요가 되어 오히려 명령으로 받아들이는게 아닐까 두렵기만했다.


전전긍긍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RoSE직속으로 펼친 호텔 켈리포니아 작전의 중심을 담당하게 되었다.

동맹군 녀석들이 호텔 내부에 있던 무언가를 가져오기 위해 벼루고 있던 작전들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에 의해서 상황이 급박해지자 우리가 그들의 호송임무를 도와주기까지 이른것이다. 


SOLOMON을 무기나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맹군은 병사들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싸움보다는 수송과 보존에만 힘을 쓰니 우리같은 전장 처리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IFV안에서 부대원들이 동맹군의 험담을 하는동안에 코넬리아는 입을 굳게 닫은채 허공을 쳐다보고 앉아있었다.


'코넬리아. 긴장한거야?'


'그렇지않다. 바이탈체크를 했을때도 평소와 같은 컨디션이다.'


'하하...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점장은 긴장한것인가?'


그녀가 질문을 던지다니 이런 일은 흔하지 않았기에 허둥거리며 답을 찾았다. 어... 그러니까 여자아이와 길게 이야기 끌게 하려면 아으 


'그... 그래! 병사라면 긴장하지... 쥭을지도 모르잖아?'


버벅거리며 혀를 씹었지만 그 대답이 코넬리아의 다음 말을 꺼내는데는 성공한듯 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면 병사는 쓸모가 없다. 싸울 수 없다는 것은 임무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침착하게 답변하는 그녀의 이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지휘관으로써 조금 심술이 나버렸다.


'그러면 이런 겁 많은 지휘관이 후퇴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넌 듣지 않을꺼야?'

그저 그녀가 다른 소녀들과 같이 몸을 아끼길 바랬을 뿐인 마음이었지만.

코넬리아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무표정으로 묵묵히 나를 쳐다봤다.


'하긴 코넬리아는 능숙하니까 그런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겠네 하하...'


'점장...'


'응?'


'고개를 숙여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가 속한 에이블 소대 즉

우리가 타고있던 IFV가 무언가에 맞아 터졌고 차량에 있던 인원 모두가 조그마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운전수가 내리라고 고함을 치기시작했고

말하기 무섭게 코넬리아는 차량을 발로차 내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


'점장, 보고한다. 방금의 충격으로 인해 내부의 전장처리자 3명이 전투불능상태이다.'


'그렇다는 의미는...'


'그렇다. 현 상황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나와 점장뿐이다.'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코넬리아는 모든것을 분석했고 가지고 있던 소총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코넬리아! 작전상 후퇴야! 아무리 너라도 혼자 싸우는건 위험해! 잠시 물러서서 재정비 후 다시 온다! 잊지마, 우리는

지금 안에 갇혀있는 동맹군 부상자들을 데리러 나오는거라고!'


하지만 코넬리아는 답이 없었다. 그녀의 총소리에 내 목소리가 묻힌건지 일부러 나의 말을 회피한건지 모를일이었지만

난 전력으로 코넬리아의 손을 잡고 이미 반파된 IFV 뒤로 몸을 숨겼다.


'점장, 지원병력이 올때까지 사수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가 후퇴하면 남은 인원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코넬리아로는 화력이 부족하기 그지없다. 결국 개죽음일 뿐일테지만...

소녀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수 있을 정도로 난 강하지 않았다.

이내 나는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고 널부러진 총을 붙잡고 반격을 시작했다.


몇 번째 장전이지? 탄약이 떨어져감으로써 총이 가벼워지는게 느껴진다.

모든 신경을 쏟은채로 오랜시간 집중해서일까 눈은 침침해져 온다.

내가 그들에게 쏜 만큼 나 또한 몇 발인가 방탄 플레이트를 가격당해 구타를 당한기분이 들었지만


코넬리아는 내 옆에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빈 탄창에 탄알을 한 발 한 발 넣으며 수류탄을 던지거나 권총을 쏘며

엘리트 병사 다운 면모를 여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점점 내 판단력이 흐려질때 무전이 들려왔다 

'에이블! 에이블! 여긴 리마! 가세하기 위해 접근중! 도착까지 5분!'


이렇게 반가운 목소리에 난 웃음을 참지 못했고 코넬리아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쉬고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긴장이 풀리며 방심한 틈에 날아온 수류탄이 발 밑으로 굴러왔고 


나는...


나는... 코넬리아를 밀어냈고 그 뒤로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조금 지나 난 하루 정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정신이 들어 상황보고를 받으니 리마 소대의 지원으로 작전은 성공. 우린 상부로 부터 긴 휴가를 얻게 되었다.

휴가라고 거창하게 말해봤자 프린세스 아일랜드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기에 

난 그저 달궈진 치즈조각 마냥 테이블에서 녹아내려 바다를 바라만봤다.

그리고 어디서 본듯한 파란머리의 눈꽃같은 하얀 피부의 소녀가 도로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하... 오랜만에 보는 코넬리아도 쉬는 날이라고 통보 받았을텐데 여전히 의미를 모르는것같네'


체력 단련에 집중하는 그녀의 세계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숨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가 날 눈치채지 못하게 적당히 몸을 숙였고

저렇게 아리따운 소녀가 어째서 전쟁을 겪게 된건지 안타까움이 혈관을 타고 마음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던 난 왜 그녀를 보고 있으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가 간지러웠다.

새들조차 그녀의 매력에 주변을 멤도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니.

천사가 그녀의 파도빛깔의 머리에 달빛을 뿌렸을테고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별빛을 담아낸게 아닐까 같은 낯간지러운 망상이 쏟아져 나왔다.

아차, 너무 지긋이 바라봤나; 코넬리아가 내 시선을 눈치챈건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점장'


'아, 코넬리아. 휴가인데도 단련에 너무 집중하는거 아니야?'

능구렁이처럼 이 상황을 넘기고 싶었다. 방금까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하고있어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고

몸을 회복하는 시기동안 코넬리아는 도망치듯 내 곁에 오지 않아서 어색했기에

평소처럼 한 두마디로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미안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그녀는 그런말을 내뱉은걸까.


'미안해, 코넬리아 지금 네가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어.'


'점장은 지휘관. 나는 병사다. 지휘관을 지켜야했는데 방심했다.'

그녀의 말에 지금 까지 쌓였던 화가 무심코 튀어나와버렸다.


'농담하지마. 넌 어째서 주변사람에게 다치거나 부상을 입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의 부상은 신경쓰지 않는거야?'

'나는 네 말대로 지휘관이야. 하지만 지휘관또한 병사의 희생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의무가 있어! 넌 내 병사야! 앞으로도!

그러니까 이말은 못들은 걸로 하겠어. 두번다시 이런 일로 자책하지마.'


'하지만 점장...'


'아! 맞다 생각해보니 오늘 커피콩 주문했었는데 어디까지 왔나 확인해봐야겠네.'

그렇게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두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하아... 애도 아니고 결국 화내버렸네.'

자책을 해봤자 이미 늦은데다 투명한 창문너머로 멀어지는 코넬리아를 보니 잡을 수도 없었다.

지휘관으로써도 남자로써도 실격인 엉망진창인 날이 그렇게 저물었다.


많은 RoSE대원들은 작전의 성공에 들떠 술을 마시고 들떠있었지만

난 그들의 달을 가로지르는 배가 되어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난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평소와 다른 향긋한냄새를 풍기는 봄바람, 하얀 피부에 걸맞는 순백의 치마가 펄럭였고

달빛을 뒤로 내려온 천사가 계단 위에서 날 기다렸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점장... 그... 이건... 다른 사람이 알려주었다.'

'휴가란건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라고...'

'그리고 점장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다. 동료라고 인정해주었다. 지휘에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무뚝뚝하다고 화를내지 않았다. 점장은... 내가 아는 사람중에 가장 따듯한 사람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고맙다. 지금 까지의 인생에 보답받은 기분이었으니까.


'코넬리아, 혼자서 누워있으면 넓고 편해'

'코넬리아, 혼자라면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어.'


한 칸 한 칸 계단을 올라가며 난 각본에도 없던 에드리브를 넣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넌 늘 벽을 쌓았잖아?'

'그게 너무 차가워서 난 포기하려 했어.'

'하지만... 네가 끝까지 나의 병사로 남아있어준다면 끝까지 져버리지 않을거야.'


우리는 정직하게 서로를 얘기했고

그녀의 숨겨진 자아를 어루만지며 파도소리와 함ㄲ...


'점장'


'ㅇ..응? 왜그래 코넬리아?'


'점장. 근무태도가 불량하다. 아직 카페는 오픈중이다.'


'아차 그랬지. 잠깐 얘기가 듣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그 곳엔 아무도 없다. 점장은 설마 귀신을 보는것인가?'


'하하하 귀신도 코넬리아는 무서워 할거야. 그럼 다시 커피를 내리러 가볼까?'


'알겠다 점장. 오늘은 비교적 한가롭지만 두 번 땡땡이 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

대충대충 섞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넬리아는 말없이 자신의 권총을 꺼내들고 몇 발 쏘기 시작했다.


탕. 탕탕.


'아파! 아프다고!'


'고무탄이다. 맞아도 괜찮다.'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피식...


'어? 코넬리아 지금 웃은거야?'


탕탕


'아파!!!!!'


fin.